해외를 가면 어지간하면 그 나라의 전자상가를 방문하곤 합니다. 홍콩에는 몇 군데 전자상가가 있는데 제가 이번에 방문한 곳은 삼수이포 전철역 부근의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입니다.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홍콩의 중심부라 할 수 있는 몽콕 부근에 자리한 삼수이포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Golden Computer Arcade)는 한때 아시아 전자제품의 메카로 군림하던 곳이었습니다. 보다 정확히는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전 그리고 전자상거래가 없었던 그 때말이죠
이곳에서는 최신형 그래픽 카드부터 희귀한 게임 콘솔, 정발되지 않은 기기들까지 모든 것이 거래되며 전 세계 테크 매니아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던 곳이었습니다. 제가 홍콩에 올 때마다 거의 들리던 곳인데 최근에는 거의 10년만에 온 것 같습니다. 2025년 봄에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과거의 정신없는 활기는 아직 남아있지만, 그만큼이나 텅 빈 복도와 빈 상점, 그리고 잦은 렌트 계약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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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입구부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북적였던 1층은 이제 관광객 몇 명과 홍콩 로컬 중년 남성들이 어슬렁거리는 정도입니다. 노트북과 스마트폰 액세서리 가게들은 여전히 영업 중이지만, 판매원들의 표정에서는 활기보다는 냉소가 느껴집니다. 할인과 세일 등의 스티커가 곳곳에 붙어 있지만, 정작 가격은 시중보다 싸지 않습니다. 물론 환율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아주 오랫만에 기자 시절에도 일하던 업주는 다행히 저를 기억해 주었는데, 예전엔 흔히 말하는 대륙에서 오는 손님들로 북적 북적였는데, 지금은 알리익스프레스에 밀려 장사가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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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에서 정말 수 십년만에 공 CD 묶음을 보았는데 어쩌면 시간이 멈춰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단지 건물만 낡은 것이 아니었습니다.
2층은 게이머들의 유토피아였습니다. PC 게임과 콘솔 매장이 밀집해 있던 2층은 여전히 RGB 조명과 게임 포스터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지만, 매대에는 활기보다는 추억이 먼저 느껴졌습니다. 최신 VR 기기 체험 코너도 있기는 했지만 제대로 작동은 안되더군요. 한 매장에서는 우리 가게는 신용카드는 받지 않고 알리페이나 위챗 페이를 받는다는 안내가 눈에 들어옵니다. 게임 특성상 젋은 이들도 있었지만, 저처럼 나이 많은 어저씨들이 주로 중고타이틀을 거래하는 경우가 더 많아 보였습니다.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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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는 들어가기도 힘들었습니다. 한때 해외에서도 주문하던 커스텀 PC 부품 상점들은 대부분 철거됐거나 문을 닫은 상태였습니다. 몇 군데 남은 가게에서는 중국산 저가 부품을 진열해 놓았는데, 이게 과연 21세기 첨단 점포인가 싶었습니다. 대부분은 문을 닫았거나 창고처럼 쓰이고 있더군요.
사실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이지만, 온라인 쇼핑의 충격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습니다. 효율적인 택배와 알리바바, 아마존에 밀려 고가의 전자제품을 오프라인에서 구매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여기에 저가인 알리익스프레스와 초 저가 테무에도 밀렸습니다. 더불어 홍콩 경제의 변화는 정치적 불안과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죠.
무엇보다 결정적으로 대륙의 부상은 직선거리로 30km도 떨어지지 않은 홍콩 전자상가에는 치명적이 되었습니다. 모든 것이 다 있는 심천의 전자상가는 저가 부품 시장을 잠식하며 홍콩의 입지를 크게 약화시켰습니다.
용산 전자상가를 연상케하는 복잡한 계단을 오르내리다 보면, 가끔 90년대풋 게임 광고나 오래된 일본산 오디오 기기가 놓인 진열장에서 옛 영광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앞서 사장님은 거의 30년 동안 이 가게를 지켰지만, 이제는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새로 가계를 여는 이는 없고 서비스센터나 일부 수리센터 정도와 모바일 기기 판매점만 남아있는 느낌이었습니다.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홍콩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
정말 오랫만에 찾아본 홍콩 삼수이포의 골든 컴퓨터 아케이드는 더 이상 골든 그러니까 황금의 빛을 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부근에는 스마트폰을 고치러 온 이들이 더 많아 보였습니다. 흔히 말하는 사설 수리점이죠. 제 옆에도 한 10여분만에 금새 수리를 끝내는 장인의 손길이 보였습니다.
이제 텅빈 공간과 어두운 복도는 디지털 시대의 유물이 되는 듯 합니다. 저처럼 과거를 추억하는 이들에게 추억을, 이제는 온라인에 밀리는 그 모든 전문상가의 단편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습니다. 과연 우리 용산전자상가의 미래가 홍콩에서 본 그것이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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