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속에서 묘사되는 대부분의 독재자 캐릭터는 플레이어가 주인공이 되는 '건설 및 경영 시뮬레이션'이 아니라면 보통은 '최종보스' 역할을 맡게 되며 그들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독재자 캐릭터들이 기반을 전부 잃고 몰락하지만 끝내 재기하여 다시 한번 '최종보스'가 되는 사례는 꽤나 특이하다고 볼 수 있는데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아크튜러스 멩스크'가 딱 이런 케이스에 부합한다.
엄연히 따지면 시리즈 전체의 최종보스는 타락한 젤나가 '아몬'이지만 해당 캐릭터는 뒤에서 음모를 꾸미고 암약하는 부류의 캐릭터라서 극후반부에 가서야 존재감을 드러내는 반면, 멩스크는 코프룰루 전역에 걸쳐 테란 자치령을 통치하고 있는만큼 시도 때도 없이 부딪힐 수 밖에 없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망쳐놓은 탓에 많은 이들에게 타도해야 할 또 다른 형태의 최종보스로 취급되기 때문이다.
독재자였어도 멩스크 집권기 코랄은 먹고 살기 좋은 동네였죠? 뛰어난 통치자 인정이죠?
실제로 꿈 많던 청년 '멩스크'는 연합의 군인으로 복무하며 부정부패를 혐오하고 명예를 중시하는 젊은 시절을 보냈지만, 비록 사이가 좋지는 않았어도 가족이었던 아버지와 일가 전체의 죽음을 계기로 흑화하여 저항군 세력 '코랄의 후예'의 리더가 됐고, 테란 연합의 본거지까지 저그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독재자의 길을 걷게 됐다.
그래도 초기에는 테란 연합의 폭정이 훨씬 심하기도 했고 그 연합이 '사이오닉의 힘을 빌어 저그를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여 이를 통해 반란 세력을 제압하거나 위기에 빠진 변방 행성에 풀어놓고 때려잡는 자작극으로 민심을 얻었다'는 진실을 폭로하여 대중의 지지를 얻었지만, 정작 본인이 새로운 국가를 세워 초대 황제가 된 뒤에는 본인이 무너뜨린 테란 연합을 능가하는 악의 축으로 등극한다.
물론 멩스크가 집권기 내내 항상 승승장구한 것은 아니었다.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전개 속도와는 별개로 게임 내에서의 시간 흐름을 따지면 '테란 자치령'의 황제로 등극한지 5년만에 사망했기 때문에 실질적인 통치기간이 그리 길지 않기도 하고, 그 짧은 기간동안 벌어진 종족 전쟁(브루드 워) 초반부에는 지구의 UED 원정대에게 통치권을 빼앗길 위기에 놓이거나 케리건에게 배신당하여 세력을 크게 잃는 등 위기도 잇따랐다.
그러나 멩스크는 그런 위기의 순간을 여러번 겪으면서도 끝까지 죽지 않는 질긴 목숨줄에 자치령을 몇번이고 코프룰루 최강의 테란 세력으로 재건시키는 수완이 합쳐지며 '스타크래프트 2'가 시작되는 시점에서는 오히려 가장 위협적인 세력이 됐다.
그 과정에서 언론을 완벽하게 장악하여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보도하고 자신의 오판은 정적에게 뒤집어 씌우면서 음해하는 기막힌 수준의 통제술을 보여주며 대중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실제로 게임 내에서 등장하는 방송국 'UNN'이 어용매체의 대명사로 통하긴 하지만 뉴스 메인 앵커인 '도니 버밀리온'을 비롯한 대부분의 인원들 금전적인 유혹이나 신변을 위협하는 등의 외압이 아니라 진심으로 멩스크에게 찬동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뭐, 주민 입장에서는 레이너야말로 외계 세력이 침공하는 가운데 괜히 분란만 일으키는 분탕충일지도
테란 자치령의 통치를 받는 모든 행성과 주민들에게 두루두루 먹고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사후에도 저그와 프로토스라는 다른 종족의 위협을 받는 상황에서는 그래도 가장 나은 통치자였다는 여론이 있을 정도로 방위와 민생 관리 능력이 뛰어난 정권으로 평가받는 것이 작중의 평가다.
오히려 배은망덕한 아들놈이 반란 세력의 수괴랑 붙어먹으며 자신을 압박하고 원시 저그의 힘을 얻어 다시 태어난 케리건이 침공하는 상황에서도 젤나가 유물을 손에 넣어 판을 엎을 계획을 세울 정도의 용의주도함과 실행력을 갖추고 있으며 게임 외적으로 바라보면 e스포츠에서 '테사기' 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절륜한 성능을 자랑하는 유닛과 기술 개발에 힘쓴 것은 보면 확실히 보통 지도자는 아니다.
아마 원수관계인 케리건과 그 주변인물들에게 걸린 주인공 보정이나 종족을 초월한 우정으로 똘똘 뭉친 적대 세력의 규합만 없었더라면 언젠가 아몬과 공허 세력에게 패배하고 멸망하는 역사가 확정되어 있더라도 멩스크는 코프룰루를 통치하는 주딱으로서 별 문제 없이 잘 먹고 잘 살았을 확률이 높으며 대중적으로는 '타락한 젤나가'라는 우주적 존재에 휩쓸렸을 뿐인 불운한 지도자로 남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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