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해진 턱선, 볼록 나온 배. 무려 25kg을 찌웠다. 괴력의 사나이로 변신하기 위해 비주얼은 포기해야 했다. 단 한 순간도 망설인 적 없었다.
"지금 소속사 오디션도 90kg일 때 봤어요. 감독님께 그때의 경험을 말씀드리면서 찌울 수 있다고 어필했죠. 한달 반 만에 103kg까지 증량했습니다." (이하 최우성)
욕심이 날 수밖에 없었다. 장수 드라마로 사랑받은 '수사반장'의 프리퀄. 게다가 이제훈, 이동휘와 한 팀으로 연기할 기회였다. 물론, 부담도 있었다.
"조경환 선생님이 18년간 만들어놓은 캐릭터가 있잖아요. 저를 계속해서 버렸습니다. 원래 조경환 형사를 기억하는 시청자들도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였죠."
'디스패치'가 최근 최우성을 만났다. 우람한 조경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슬림해진 얼굴. 그러나 '수사반장'을 향한 애정과 열정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 "25kg 증량, 문제없었다"
'수사반장'은 지난 1971년 시작해 무려 18년 동안 방영됐다. 프리퀄인 '수사반장 1958'(극본 김영신, 연출 김성훈)로 시리즈 이전의 이야기를 그린다.
최우성은 '수사반장' 리메이크 소식에 오디션에 응시했다. 역할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몇 번의 오디션을 봤다. 마지막에 조경환 역을 맡게 됐다.
"대본을 받아보니, 박영한(이제훈 분)을 필두로 한 '수반즈' 4인방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동휘(김상순 역), 윤현수(서호정 역) 배우는 캐스팅이 끝난 상태였어요. 제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죠."
조경환은 장대한 체구의 소유자다. 종남시장 쌀가게의 일꾼으로 사람을 오재미처럼 던지는 괴력을 발휘한다. 영한과 상순의 권유로 형사가 된다.
등장만으로도 극장의 포스를 뽐내는 인물이다. 때문에 제작진 측은 캐스팅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덩치도 있으면서, 시대물에 맞는 예스러운 얼굴을 찾았다.
그는 "3차까지 오디션을 볼 때까지 어떤 역할을 맡게 될 지 몰랐다"며 "당시 몸무게가 70kg 초반이었다. PD님이 '잘 찌울 수 있겠냐'고 물어보셔서 믿고 맡겨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다만, 티빙 '러닝메이트'와 촬영 기간이 2주 겹쳤습니다. 조금이라도 운동해서 뺐다가, 다시 라면이랑 햄버거를 막 먹고 찌우다를 반복했어요. 그 2주가 가장 힘들었죠."
◆ "배우 조경환이 답이었다"
살을 찌우니, 다음 관문이 남아있었다. 최우성은, 배우 조경환이 18년간 구축해 온 조경환 형사를 어떻게 그릴 것인가. 그는 외형도 성격도 (조형사와) 정반대였다.
최우성은 "캐릭터처럼 유쾌하고 호탕한 성격이 아니다.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저를 버려야 했다"며 "'수사반장'의 프리퀄이라는 부분도 부담스러웠다고"고 털어놨다.
심지어 캐스팅 당시에는 과거 '수사반장'의 영상을 볼 수도 없었다. 대신 배우 조경환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조경환 선생님이 18년 동안 880회를 하셨더군요. 그 정도면 캐릭터가 배우고, 그 배우가 그 캐릭터로 동일시됐을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의 생전 인터뷰, 예능 등의 영상을 많이 참고했어요."
'수사반장'에선 베테랑 형사였다면, 이번엔 '성장캐'를 그렸다. 막 형사가 된 모습부터 범죄자를 마음껏 잡고 싶지만, 현실에 부딪히는 딜레마까지 표현하려 했다.
최불암의 조언도 있었다. "조경환 역을 맡았다고 인사드렸더니 '경환이는 힘이 세지만, 그걸 과시하지 않는 사람. 그러나 불의를 보면 참지 않는 정의롭게 힘을 행사했던 친구'라고 팁을 주셨다"고 말했다.
"힘이 센 것이 특징이다 보니까, 어떨 때 내 캐릭터성을 보여줘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최불암 선생님의 말씀으로 쉽게 풀어낼 수 있었어요."
◆ "편한 현장, 좋은 선배"
이제훈, 이동휘, 최우성, 윤현수는 일명 '수반즈' 4인방으로 완벽한 한 팀을 보여줬다. 이제훈과 이동휘가 이끌고, 최우성과 윤현수는 열정으로 뒷받침했다.
한팀이 되는 과정은 순탄했다. 그는 "선배님들이 너무 밝게 맞이해주셨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대화도 많이 하고 밥도 항상 같이 먹었다. 작품처럼 후반을 향해 갈수록 팀워크가 돈독해졌다"고 전했다.
"선배님들의 연기를 현장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장을 넓고 다양하게 보신다는 걸 온몸으로 배웠죠."
최우성은 이제훈에 감동한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초반에 부담감을 갖고 연기할 때였다. 오케이 사인이 났지만, 아쉽더라. '그냥 넘기자' 하는 순간이었다"고 떠올렸다.
"제훈 선배가 제 표정을 캐치하고 '방금 마음에 안 들었음 다시 해도 돼. 우린 신경 쓰지 마'라고 해주셨어요. 덕분에 기회를 얻었죠. '나중에 집에 가면 후회된다고 현장에서 할 수 있을 때 다 해야 된다'고 조언도 해주셨습니다."
이동휘에겐 디테일을 배웠다. "동휘 선배님은 시대극의 악센트를 최대한 살려서 현실 고증을 하자며 직접 알려주셨다. 애드리브도 같이 만들어 보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털어놨다.
"제훈 선배가 대사도 나눠주셨어요. 저희 얼굴 더 나오게 해주신다고. 저희 부담 덜어주려' 대사 한 줄에 500원'이라며 농담도 하셨죠. 저와 윤현수 배우는 정말 선배님들 등에 업혀서 연기했습니다."
◆ "목표는, 믿고 보는 배우"
첫 방부터 시청률 10% 돌파했다. 최우성은 "첫회 시청률을 보고, 과거 '수사반장'의 인기를 체감했다. 기다린 분이 많았구나. 열심히 찍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우성이라는 배우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
"제게 의미가 남다른 드라마입니다. 어버이날 꽃을 사러 갔는데 꽃집 사장님이 알아보시곤 좋은 꽃을 주셨어요. 취미로 배드민턴을 치는데 40~60대 분들이 많으세요. 먼저 말 걸어주시고, 응원도 해주셨습니다. 이런 반응은 처음이에요."
지난 2019년 '열여덟의 순간'으로 데뷔해 '사이코지만 괜찮아',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대박부동산', '간 떨어지는 동거' 등 조연부터 차근차근 시작했다.
지난 2022년 tvN '오프닝-XX+XY'와 영화 '룸 쉐어링'으로 주연에 등극했다. '룸 쉐어링'으로는 제42회 황금촬영상영화제 신인남우상을 받으며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물론, 조급할 때도 있었다. 최우성은 "사람은 각자의 속도가 있는 건데, 자꾸 남과 비교하게 되더라. 그럴 땐 제 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묵묵히 할 수 있는 것들을 했다"고 설명했다.
배우 5년 차, 여전히 연기가 재미있다. 그는 "다양한 배역, 장르, 뮤지컬, 연극까지 아직 해보고 싶은 게 많다"며 "오래오래 연기하며 믿고 볼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제 강점은 도전하는데 두려움이 없다는 점입니다. 앞으로 말랑말랑한 멜로도 해보고 싶고요. 이번엔 힘을 쓰는 캐릭터를 했으니, 다음엔 똑똑한 브레인도 연기하고 싶어요. 올라운더가 돼서 대중들이 믿고 선택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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