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해하다고 해서 무력한 것은 아니다. 배우 윤현수가 말갛게 웃었다. 옆집 청년 같은 순수함, 그를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무해한 이미지는 시대극이었던 '수사반장 1958'에서도 숨길 수 없었다. 연기 열정만큼은 내로라하는 선배들 못지 않은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최근 윤현수는 iMBC연예와 MBC 금토드라마 '수사반장 1958'(극본 김영신·연출 김성훈) 종영 기념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 MBC사옥에서 진행된 이번 인터뷰에서 윤현수는 내내 거침없고 솔직한 대답으로 취재진에게 웃음을 안겼다.
'수사반장 1958'은 1958년을 배경으로 야만의 시대, 소도둑 검거 전문 박영한 형사(이제훈)가 개성 넘치는 동료 3인방과 한 팀으로 뭉쳐 부패 권력의 비상식을 상식으로 깨부수며 민중을 위한 형사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윤현수는 극 중 금수저 엘리트 서호정 형사 역을 맡았다. 교수 집안에서 반듯하게 자랐으나 경찰이 되고자 난생처음 부모님의 뜻을 거스른다. 미국의 전설적인 레인저 '프랭크 해머'처럼 명 수사관이 되는 것이 목표.
'수사반장'의 명성에 누를 끼치지 않을까 걱정했다는 그의 조바심이 무색하게, '수사반장 1958'은 작품성에서도 성과 측면에서도 훌륭한 족적을 남겼다. 최종회 시청률은 10.6%(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다만 10부작으로 마무리된 만큼, 윤현수를 비롯한 배우들에게 적지 않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윤현수는 "촬영이 끝난 지 얼마 안된 것 같은데, 드라마가 정말 빨리 끝나서 더 했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촬영하는 동안 행복했던 기억이 많다.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대선배 최불암의 레거시를 이어받은 작품이었기에 부담이 안 될 수가 없었다고. "최불암 선생님은 정말 푸근하시고, 우리 할아버지 같은 느낌도 있으시다. 짧게 나눈 대화에서 제가 연기한 김호정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항상 메모를 했었다. 연기할 때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되더라"고 회상했다.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김호정 선생님께서 일찍 작고를 하셔서, 원조 4인방 중에 자료가 제일 없었다. 최대한 많이 자료를 찾아봤다"면서도 "오히려 나만의 호정이를 만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설레더라. 김호정 선생님께 누가 되지 않게끔 정말 열심히 준비해서, 윤현수의 호정이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서호정은 4인방 중 유일하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인물. 어눌한 발음의 '콩글리시'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최대한 못해보이려고 했다. 감독님이 '더 못해야 된다, 초등학생처럼 하라'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선보이게 된 작품. 앞서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것처럼, 할아버지의 반응이 가장 뿌듯했단다. 윤현수는 "내가 TV에 나올 때마다 할아버지가 항상 좋아하신다"며 "이번에 유독 더 좋아하셨던 건, '수사반장'이 원래 아시는 드라마이셔서 그랬다. TV에 내 모습이 나오면 항상 핸드폰을 들고 제 얼굴을 찍으신다. 그게 당신의 일이라고 생각을 하신다더라"고 말했다.
윤현수는 작품 만족도도 크다고 이야기했다. "'내가 연기를 잘했구나' 뿌듯함이 있다. 호정이가 멋있어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6회쯤에 '막내가 이제 좀 멋있어졌네'라는 댓글이 있었을 때 너무 행복했다"며 "그때 거의 처음으로 액션을 했는데, 멋있게 업어치기를 하는 장면이 있다. 인스타그램에도 따로 올렸다"고 말했다.
4인방 중 대장이었던 이제훈에게는 깊은 감동과 존경심을 표했다. 윤현수는 "(이제훈은) 연기에 있어서 완벽주의자 같은 모습이다. '저런건 진짜 배워야겠다'고 느꼈다"며 "매 씬, 매 대사 하나하나를 진심을 다해서 하시는 모습에 놀랐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조언을 들은 부분도 있을까. "'이렇게 하면 연기가 훨씬 풍부해 보일 것'이라고 피드백을 주실 때마다 바로바로 행동에 옮긴 때도 있었다. 그래도 항상 이제훈 선배는 '항상 우리가 준비를 잘 해와서 별로 말할 게 없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때 참 뿌듯하더라"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우상인 이동휘에 대해선 ""현장에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더라. 리딩 때부터 너무 신기했다. 내 건너편에 배우라는 꿈을 갖게 해준 사람이 있으니까. 꿈만 같았다. 또 제일 좋았던 건 이동휘 선배님이 인스타그램 팔로우를 해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수사반장 1958'로 성장한 점도 이야기했다. 지난 2021년 SBS 드라마 '라켓소년단'으로 데뷔해 '킬힐', '소년비행', '청춘블라썸', '오늘도 사랑스럽개'까지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오고 있는 윤현수. "이젠 카메라 대하는 것에 있어서도 긴장도 덜하고, 자유롭게 내 매력을 더 보여줄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장르물을 더 경험해보고 싶다"고 밝힌 그는 "배우로서의 내 강점은 정말 가식 없고, 내추럴함이다. 꾸밈 없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내 매력"이라고 쑥스럽게 웃었다.
윤현수는 "꾸준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내가 이동휘 선배를 보고 행복을 느꼈던 것처럼, 내가 느꼈던 감정을 다른 분들도 느끼셨으면 좋겠다. 행복을 주는 배우, 매번 색다른 모습과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윤현수의 브레인 연기가 빛났던 '수사반장 1958'은 지난 18일 10회를 끝으로 종영됐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408/000022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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