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내가 다시는 부대가 있는 방향, 유격장이
있는 방향으로 오줌을 싸면 인간이 아니”라고 전역하는 날 부대 정면을 바라보면서 다짐을 하지만 술만
마시면 영웅담처럼 얘기하는 게 군대 이야기이고, 고등학교나 대학 친구들은 특별한 목적이 없으면 몇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데 제대한지 30년이 흘렀는데도 심심하면 전화해서 소주 한잔 기울이는 친구가
바로 군대 동기들이다. 그만큼 한국 남자들에게 군대는 각별하다.
흔히들,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어른이 된다고들 말한다. 부정하지 않겠다. 왜 군대를 다녀오면 어른이 될까? 군대 문화를 모르는 여자들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의아해할 수 있다. 군대라는
폐쇄된 공간 내에서 인간 관계, 상하 관계, 조직 문화를
정해진 기간 내에 빠르게 마스터를 해야 살아갈 수 있는 곳이기에 자신도 모르게 급성숙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신병이 되는 순간 누구나 바보가 된다.
최근 군 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 신병 시즌3가 지니TV와 ENA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시즌 1, 2도 안봤는데 시즌 3라니…이미 3년 전에 시즌1이
공개된 드라마다. 시즌3를 보기 전에 시즌1과 2를 안 볼 수 없다. 그래서
지난 주말부터 시간을 내서 2편까지 몰아서 시청했다. 시즌 1은 10부작, 시즌 2는 6부작이다. 항상
저녁 10시 30분 정도면 잠자리에 들었던 내가 이걸 보느라
새벽 1시가 넘은 시간까지 배꼽을 잡고, 혹은 눈물을 찔끔거리며
정주행을 했다.
드라마를 보기 전까진 몰랐는데 <신병>은 군대를 소재로 한 애니메이션 <장삐쭈>라는 원작을 기반으로 제작되었단다. 장삐쭈의 애니메이션은 유튜브에서
무려 2억 5천만 뷰가 넘게 호평을 받은 작품이다.

드라마의 모티브가 된 애니메이션 장삐쭈
시즌 1과 2를 한꺼번에
몰아볼 수 있게 한 원동력은 스토리도 기가 막히지만 각 캐릭터의 역할이 정말 이 드라마가 아니면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캐스팅이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데
기여했다. 등장인물 몇 사람을 보자.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 인물은 박민석이다. 이른바 사단장 아버지를
둔 군수저다. 어리버리한 고문관의 역할을 할 것 같지만 가장 평범한 군 생활을 해나간다. 두 번째 인물은 최일구다. 박민석이 속한 분대의 분대장인데, 프로불평러이자 강한자에게 약하고 약한자에게 강한 말년 병장의 역할이다. 세
번째는 임다혜다. 박민석의 직속 고참 일병인데 시종일관 무표정에 변치않는 일정한 음절로 말하는 로봇
같은 인물이다.

최일구의 역할은 배꼽을 잡게 만든다.
배꼽 잡은 캐릭터 중 하나는 성윤모다. 어눌한 말투와 무기력한 표정, 불성실한 태도를 보이는 역대급 신병인데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다 군대로 도피하면서 의도적으로 의도적으로 고문관처럼
행세했다는 사실에 충격을 준다. 다음으로 오석진 소대장 역시 극중 코믹 캐릭터의 일등공신이다. 원리원칙만을 따지는 융통성 제로의 FM 빌런 소대장이지만 소대원들을
아끼는 면모도 보여준다.

강찬석 같은 빌런은 항상 있다.
시즌1에서 가장 빌런은 강찬석이다.
부대 내 각종 사건사고의 핵심 인물이고 악마 그 자체인 상병이다. 시즌 2에서는 회개해 돌아오는 역할을 맡았다. 반전의 인물인 김동우도 유심히
봐야 한다. 선하고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인데 강찬석의 괴롭힘 타깃이 되면서 사람이 이렇게 바뀔 수 있구나
하는 걸 보여준다.
사병이 아닌 사람 중에서는 박재수 행보관과 오승윤 중대장이 눈길을 끈다. 옛날엔
인사계라고 불렸던 행보관은 항상 장교들과의 마찰에 중심에 있었다. 극중 박재수 행보관은 중대장의 독선적인
행동에 유일하게 맞설 수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오승윤 중대장은 2중대에
새로 부임한 중대장인데 육사 출신의 지독한 원칙주의자다. 실제로 부대에서 학사장교, 3사관학교, 육사 출신들 가운데 육사가 가장 그런 성향의 인물이
대부분이라는 게 신기하다.

정말 군대 같은 군대 드라마다.
지금껏 군대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꽤 많다. 하지만 <신병>과는 비할 바가 안된다. 기존 군대 드라마는 D.P의 탈영병 추적과 같은 극단적인 사건만을
담고 있지만 <신병>은 신병 초입 시절부터 시작해
군대의 일상적인 풍경과 선후임간의 미묘한 갈등, 강압적이면서도 때로는 장난스러운 관계를 이어가면서 진짜
군대 같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제목 그대로 신병이라는 어리버리할 수밖에 없는 초짜 군인 신분을 잘 그려냈기에 남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었다고
본다. 아무리 잘난 사단장의 아들이건, 서울대나 카이스트
출신의 박사이건 신병이라는 타이틀을 받는 순간부터 애기가 되고 만다. 군대의 실무 생활에 무지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눈 뜨고 있어도 보이지 않고 귀는 열려 있어도 무얼 의미하는지 알 지 못하는 게 신병의 생활이다. 이등병 신병이 되는 순간 바보가 된다. 시쳇말로
대부분의 신병은 폐급일 뿐이다.

군대 이야기는 이제 추억일 뿐이다.
90년대 초반에 군대를 제대한 30여년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도 군대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은 더 이상 나오지 않지만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제대를 했는데 입영 영장이 나와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그만큼 군대는 절박했고 끔찍히도 싫었음을 방증하는 꿈일 게다. 아직도
겨울이면 가슴 정 중앙이 아려오는 건 행정반 서무계 시절 보초 시간을 안 좋게 짰다는 이유로 목포 출신 선임인 서XX 병장으로부터 가죽 장갑을 끼고 두들겨 맞은 기억이 생생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고통을 감내하면서 내 군대 동기 7명은 병기 창고에서 몰래 경월 소주 1.5리터 패트병을 안주 없이 돌려마시곤 했다.
내 군대 기억의 9할은 이런 것들이다. 좋았던 기억은 털끝만큼도 없다. 그래서 끔찍했다. 시즌2를 다 보고 나니 회식한다고 군대에서 키우던 누렁이 한 마리를
잡아서 개고기를 구워 내놓던 인사계 라XX 상사가 생각난다. 이제야 누그러졌는지 군 시절의 기억은 내게 악몽이었지만 추억으로 남아 있다. 이틀
전 공개한 <신병> 시즌3를 이제 봐야겠다. 다만, 이제 성인의 길목에 들어선 두 아들을 군대에 보내야 하는 아버지의 입장에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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