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유럽 가족여행기를 15편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물론 더 쓸 얘기는 많다. 땀이 나게 올랐던 몽마르뜨 언덕이며, 비가 와서 실내에서 봐야 했던 세느강 유람선과 화재로 복원해 5년만에
재개장한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유럽 관광지 중 역대급으로 사람이 많은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광장의 야경이
눈에 밟힌다. 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기회가 되는 대로 풀어보고 마지막 에필로그로 유럽 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로마의 풍경
유럽여행 필수 준비물
우리 가족은 6개월 전부터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봐야 거창할 건 없다. 6개월 전 처음으로 여권을 꺼내
봤다. 와이프와 아들들 여권은 2년 전쯤 이미 갱신을 해서
재발급 받았고, 내 여권만 유효기간이 3개월 정도 남았을
정도로 간당간당했다. 부랴부랴 재발급 신청을 하고 구청에 가서 찾아온 게 이때쯤이다.
세계 여권파워 세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우리나라 여권은 막강하다. 여권만
있으면 비자가 없어도 193개 나라를 갈 수 있다. 특히
유럽은 48개국 전부를 3개월(90일)간 무비자로 체류가 가능하다.
때문에 우리나라 여권을 탐내는 소매치기가 유럽에 많다고 한다. 여권을 호텔 내 캐리어에
두고 다닐 수 없으니 백팩과 별도로 허리춤에 차는 복대를 준비해 여권을 소지하고 다녔다.
비행기표를 알아본 것도 요맘때다. 비행기표와 함께 호텔이나 기차와
같은 교통편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다. 호텔은 조금 비싸더라도 일정을 변경할 때를 대비해 ‘환불 가능’하고 ‘취소
가능’한 호텔을 선택하는 게 좋다. 이런 호텔들은 예약할
때 결제를 하지 않고 여행 일주일이나 2~3일 전쯤 결제가 된다. 유럽
내 열차, 특히 떼제베 같은 경우는 빨리 예약할수록 저렴하다고 한다.

프랑스 파리 지하철 티켓 단말기

나비고 교통카드
유럽 국가 대부분의 식당이나 관광지에서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은 없다. 신용카드는
비자와 마스터카드가 되는 해외 전용카드를 여분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파리의 지하철에서 티켓을 구입하는데
가끔 거절되기도 한다. 신용카드가 되기에 현금은 굳이 많이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호텔에서 도시세를 현금으로 내야 한다는 문구를 보긴 했는데, 카드도
가능했다.
유럽의 나라들은 콘센트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비슷하게 보이지만 꽂아보면
접촉이 안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멀티 어댑터는 필수로 챙겨야 한다. 요즘엔 멀티 어댑터에 USB 포트가 여러 개 달린 제품이 있어 이런
걸 쓰면 편리하게 충전할 수 있다.
보조 배터리도 필수다. 관광지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많이 찍기 때문에
배터리가 빨리 닳는다. 그래서 최소 10,000mAh 보조
배터리를 2인 1개 정도 준비하는 게 좋다. 비행기 탈 때 보조 배터리 규정이 심해서 우린 챙겨가지 않았다. 결국
첫 날 어느 관광지에서 4명 모두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 남지 않아 어느 흑인이 파는 15,000mAh라고 적혀진 보조 배터리를 구매했다. 스마트폰 하나
충전하고 더 이상 안된 걸 보면 아마도 1,500mAh 정도의 보조 배터리가 아니었나 싶다. 이 보조 배터리를 그 다음 날 바닥에 떨어뜨렸다가 아예 작동 불능상태가 되고 말았다.

파리의 지하철 풍경
해외 여행 시 인터넷은 필수다. 그동안 가까운 나라를 다닐 때는 와이파이
도시락이라는 걸 주로 이용했다. 도시락처럼 생긴 주머니에서 와이파이를 발생해 주변인들이 같이 쓸 수
있는 장비다. 도시락에서 거리가 멀어지면 인터넷이 안되는 단점이 있다.
이번엔 이심을 선택했다. 미리 신청만 하고 해당 국가에 도착해서 전환만 하면 된다. 하지만 최신 기술이라 구형 스마트폰에는 안된다. 그래서 이심은 3명이 했고 1명은 인천공항에서 유심을 구입해 갈아 끼우는 것으로
했다. 전화나 문자를 주고받아야 하는 경우는 데이터 로밍을 해야 하니 이것도 참고하길 바란다.
그 외에 휴대용 접이식 커피포트도 챙겼다. 모든 호텔에 커피 포트
하나쯤은 다 있는데 여기에 일부 관광객들이 속옷을 삶거나 다른 용도로 쓴다는 뉴스를 접한 후에 혹시나 해서 급하게 당근에서 중고로 구매해 가져갔다. 열흘간 컵라면 먹기 위해 딱 한 번 썼다. 선글라스는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서 쓰기 위해 모두 준비했다. 눈은 자외선을 반사하기 때문에 얼굴은 물론 눈 건강에 좋지 않아
스위스에서만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유럽여행 필수 앱
사람들에 따라 편차가 있겠지만 우리가 유럽여행시 사용했던 앱 위주로 설명하려고 한다.
첫 번째는 항공권이나 교통편 예약 앱이다. 항공권은 스카이스캐너를
주로 많이 이용했다. 한국에서 나가고 들어오는 건 아시아나항공을 이용했는데 여행사 다니는 친구 덕에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다. 스카이스캐너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스위스 취리히 갈 때 스위스항공을 예약하는데
활용했다. 유럽 내에서 기차(SBB)나 떼제베 예매는 오미오(Omio)를 이용했다. 오미오는 유럽 전역의 기차, 버스, 항공편을 한 번에 검색하고 예약할 수 있다.

유용하게 활용한 오미오 앱
두 번째는 호텔 예약 앱이다. 호텔 예약하는 앱은 매우 많다. 호텔스닷컴, 아고다, 트립닷컴, 트립어드바이저 등이 유명한데 우린 부킹닷컴을 이용했다. 여기어때나
모두투어 같은 국산 여행앱도 해외 호텔 예약이 가능했지만 느낌상 조금 더 비쌌던 듯하다.
세 번째는 지도 앱이다. 한국에서는 네이버 지도나 다음 지도를 많이
쓰지만 해외에서는 뭐니해도 구글맵이 지존이다. 내가 현재 있는 위치와 가고자 하는 위치를 표시해주는
내비 기능도 지원하고 주변 맛집도 추천해준다. 인터넷이 안되는 경우를 대비해 오프라인 지도로 다운로드해서
저장해 볼 수도 있다.
구글 맵과 함께 꼭 써야 하는 앱은 시티맵퍼(Citymapper)라는
앱이다. 구글 맵이 도보 중심이라면 시티맵퍼는 대중교통 중심 앱이다.
지하철 노선이나 버스 정류장 등을 자세하게 안내해줘 초행길도 부담없게 해준다. 특히 유럽에
특화되어 있다고 한다. 목적지를 입력하면 기차나 전철, 버스, 도보를 활용해 경로, 소요 시간 등을 알려준다. 이 앱이 없었으면 프랑스 파리에서 엄청 헤맸을지도 모른다.

대중교통과 도보로 다닌다면 시티맵퍼는 필수다.
네 번째는 번역 관련 앱이다. 요즘 번역 앱이 많이 나와 있긴 한데
대화하는 건 콩글리쉬를 활용해 대충 하고 주요 관광지에서 설명 안내판을 모두 보고 있을 순 없다. 특히
이탈리아어나 프랑스어는 완전 까막눈이라 번역 앱이 필요하다. 우린 갤럭시 스마트폰에 내장된 기본 번역
기능을 활용했다. 일단 사진을 촬영한 다음 손가락으로 꾹 누르면 영역을 지정할 수 있고 이를 번역해주는
기능이 있다. 완전히 자연스럽지는 않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데는 충분했다.
패키지 vs 자유여행
유럽 여행을 가기 전부터 논란이었던 게 자유여행으로 갈지, 패키지로
갈지의 여부였다. 처음엔 패키지로 가자고 해서 TV 홈쇼핑에
나오는 유럽 3개국 7박9일의
패키지 상품을 예약했다. 금액은 1인당 400여만원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1인당 가이드팁과 몇몇 여행지의 입장료, 그리고 세느강 유람선과 같은
꼭 해야 할 옵션 상품 서너 가지가 빠진 금액이다. 이것저것 고려하면
1인당 500만원은 잡아야 할 듯했다.
정확한 금액을 계산해 보진 않았지만 자유여행 역시도 금액이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 애당초 원래 예산도 2천만원 정도를 잡아둔 터였다. 결과적으로 놓고 본다면 패키지를 했다면 어느 지하철을 타야 할지, 무엇을
먹어야 할지, 어느 관광지는 꼭 가야 할지 고민하지 않아도 됐겠지만 자유여행을 하면서 직접 지하철 티켓을
사면서 생긴 애로점을 해결한 것처럼 경험적인 측면에서 자유여행에 한 표를 주고 싶다.

처음 먹어본 이탈리아 피자

젤타또

파스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
우리가 패키지를 예약해놓고 취소한 가장 큰 이유는 자유시간이다. 호주
신혼여행을 비롯해 해외 여행을 패키지로 몇 번 다녀본 경험상 유럽 여행도 꼭두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뺑뺑이 돌릴 게 뻔했다. 관광지에 도착해서도 30분 드릴 테니까 한바퀴 둘러보고 사진 찍고
버스 탑승하라는 얘기를 하루에 몇 번씩 들었을 터이다. 특히 이번처럼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3개국을
다니는 일정상 버스에서 꼬박 거의 모든 시간을 보내야 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과감하게 자유여행을 선택했다.
하지만 자유여행은 모험이었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상하이 같은 곳이야 관광 날짜가 사흘 정도밖에 안 된 데다가 굳이 영어를 쓰지 않아도 무방했지만 유럽은 달랐다. 아들들이 이제 대학생과 고3이 됐지만 과연 서양인들과 대화를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후일담이지만 둘 다 영어는 엄마아빠보다 훌륭했다. 영어학원을 몇 년 동안 다니게 한 보람이 있었다.

파리 세느강변

파리 개선

파리 샹젤리제 거리

샹젤리제 거리의 루이비통 공사장 가림막
유럽 화장실은 유료
해외 여행의 가장 큰 특징은 익숙함과의 결별이다. 모든 것이 낯설다. 공기가 다르고, 먹는 게 다르고,
생김새가 다르다. 어쩌면 익숙하지 않다는 데서 느껴지는 또다른 카타르시스 때문에 여행이
더 재미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유럽을 여행하면서 가장 당황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화장실이다. 길거리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 시설에서 화장실 찾기가 매우 어렵다. 혹여나 찾았다 하더라도 대부분 유료다. 돈을 내야 화장실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보통 1유로 정도이다. 생리 현상 한 번 해결하는데 1,500원 돈을 내야 한다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스위스의 화장실

낯선 화장실 변기
유럽의 많은 도시들에서 화장실을 찾기 어려운 것은 역사적 건축물 보호를 위해 공공 화장실 설치가 극대로 제한되기
때문이란다. 건물의 외관을 훼손하거나 도로를 파헤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리나 로마에서 유독 화장실 문제가 두드러진다. 또한 유럽의
물에는 석회질이 많아 배관 유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화장실을 유료로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유럽에서 현금 지폐는 없어도 동전은 몇 개 가지고 있는 게 좋다. 화장실
입구에 동전을 넣고 들어가게끔 되어 있는데 주변에 아무리 둘러봐도 동전 교환기는 없다. 때문에 가급적
화장실은 식당이나 카페 이용할 때 미리미리 화장실을 다녀오는 습관을 들이는 게 낫다. 가끔 이런 곳에서도
화장실 사용료를 요구하는 곳이 있다고 하니 참고해야 한다. 한 번은 소변이 마려워 스타벅스에 커피 주문하러
들어가는 척하면서 화장실을 순서대로 다녀오기도 했다.

스위스 융프라우 정상에서

사랑의 불시착에 나온 스위스 이젤트발트 호수 풍경.
도시세는 뭐지?
유럽 여행을 처음 가는 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중 하나가 ‘도시세(City Tax)’다. 나라에 따라 숙박세, 관광세로 불리기도 한다. 분명 숙박 앱에서 예약할 때 숙박비 결제가
다 끝났는데 체크아웃 하려고 하면 추가 비용을 더 내라고 한다. 물론 체크인할 때 나중에 도시세를 내야
한다는 얘길 해준다.
도시세는 호텔 비용과는 별도로 부과되는 여행 세금인데, 각 나라, 각 지역 정부가 관광에 의해 발생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관광객들에게 세금을 부여하는 제도인데, 프랑스는 1910년부터,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2012년부터, 스위스는 2017년부터 도시세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내는
곳이 있고 안내도 되는 곳이 있다. 이건 예약할 때 미리 파악해두면 좋다. 도시세는 관광객만 내는 게 아니고 호텔도 정부에 일정 금액을 납부하도록 되어 있다.

이탈리아의 흔한 골목

바티칸 성당에서 내라다본 풍경

사람이 넘쳐나는 트레비 분수

파리에서 만난 대한민국 대사관
보통 1인당 1박에 1유로 정도의 금액인데 이탈리아의 경우 호텔 등급에 따라 다르게 매겨진다. 일반
호텔은 1유로, 5성급은
6유로 이런 식이다. 스위스의 경우 도시에 따라 다른 금액이다. 인터라켄은 1인 1박당 3.5 스위스프랑인데, 베른은
5.3 스위스프랑이다.
도시세는 숙박비에 포함되어 있지 않고 체크아웃을 할 때 내도록 되어 있는데 생돈 나가는 느낌이 들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호텔의 경우 현금으로만 도시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을 써놓긴 하는데 대부분 카드로
납부가 가능하다.
유럽여행을 마무리하며
4가족이 9박 10일 동안 유럽의 세 국가를 다녀온 건 정말 엄청난 경험이다. 어느
직장인이건, 아니면 자영업자이건 열흘간 시간을 내서 여행을 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인데 아무런 사고 없이
다녀올 수 있었다는 데 위안을 삼는다.

몽마르뜨 언덕

한국행 귀국 비행기. 너무 아쉬운 순간이다.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귀국해서 가족끼리 첫 식사자리에서 이런 얘기를 한 기억이 있다. 여행이라는 건 먹고 놀기 위함이 아니고 견문을 넓히기 위함이라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은 이런 걸 먹고, 이런 언어를 쓰며, 이렇게
사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면 그걸로 된 거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나 혼자 잘났네 하는 게 아니고 우물을
벗어나 다른 개울과 더 커다란 호수를 만나 그 곳에서 부대끼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 만으로도 실제로 든 비용의 열 배, 백 배의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 사진이 아닌, 머리에, 가슴에 담아온 유럽의 풍경은 세월이 더 흘러도 쉽사리 색이
바랠 거 같지 않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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