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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까페의 3대 신기.

블루다이 2005.12.26 21:11:39
조회 1700 추천 0 댓글 23






보드까페에서는 3대 신기라고 불리우는 것이 있습니다. 보드까페의 필수라고 할수 있는 3가지의 보드게임을 말하는데요. 바로 보드겜겔 형들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본 할리갈리, 젠가, 텀블링 몽키즈라고 할수 있죠. 물론 텀블링 몽키즈를 부르는 명칭은 지역마다, 아니면 까페마다 약간씩은 다를수 있지만 정확한 이름은 텀블링 몽키즈라고 하지요. 이 3대 신기는 우리나라의 보드까페에서 입지를 굳히는 커다란 키워드로 자리 잡았었죠. 실제로 제가 처음 보드게임을 접하면서 저 3가지 게임을 해보고 보드게임에 흥미를 가지게 되었거든요. 그리고 제가 보드까페 알바 햇병아리 시절때 일하던 선배형한테 들었던 말 중 하나는 "할리갈리 하나만 손님들한테 재미있고 쉽게 설명할수 있으면 반은 잘하고 있는거야." 라고 하실정도로 그 시절 알바생들에게 이 3가지 게임의 설명을 조리있게 잘하는 것은 다른 훨씬 어려운 게임 설명을 알고 있는 것보다 더 커다란 의무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 게임은 전혀 부담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던 게임인 것은 분명했습니다. 룰 자체도 간단한데다가 게임 한번 한번이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는 중독성도 있었고, 한번 게임이 끝난 뒤에 다시 하기에도 부담없을만큼의 짧은 게임시간, 그리고 꼴찌가 단번에 가려져서 벌칙을 주기에도 부담감이 없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다시 보드까페는 3대신기에 의해서 서서히 입지를 좁혀갈수밖에 없었죠. 이 3대 신기를 맛본 손님들은 이보다 더 쉽거나, 이와 같은 레벨의 난이도의 보드게임밖에 찾지 않는 손님들이 많아졌기 때문이죠. 실제로 제가 일하고 있는 동안에 이런 일은 비일비재 했습니다. 알바하고 있을때 6명의 어른 손님들이 들어오시더군요. 저는 6인이서 할수 있는 보드게임을 여러개 생각해놓고 주문을 받으러갔죠. 나 : 저.. 게임은 뭘로 가져다 드릴까요? 서로 협상하는 게임은 어떨... 손님 : 할리갈리 가져다 주세요. 나 : 손님 여섯분이서 할리갈리를 하시면 게임이 재미없을지도 모르는데... 괜찮으시면 제가 추천... 손님 : 아 괜찮아요. 할리갈리 가져다 주세요. 나 : 아~ 예. 그렇게 할리갈리를 가져다 드렸지만 마음은 내키지 않았죠. 1개의 게임당 할리갈리는 총 56장. 한명이서 10장도 안 가지고 플레이를 해야만 했거든요. 순발력이 느린 사람들은 일찍 탈락하게되고, 마치 뱅(BANG)을 할때, 극초반에 탈락한 사람들처럼 반은 지루하게 다른 사람들이 게임하는 걸 지켜보더군요. 그리고 5분 정도 지나자 아까 그 손님이 다시 손을 들고, 손님 : 저기요, 이 카드 더미 하나만 더 주세요. 나: 네? 손님 : 두 개 합쳐서 하게요. 카드가 처음에 너무 조금이라서 재미가 없네요. 나 : 아 예. 그리고 약 1시간 가량을 할리갈리를 가지고 게임을 하신 후 젠가로 또 다시 한시간을 하시더군요. 이 두 게임으로 2시간동안 놀다 가신 거죠. 또 하나의 경우는 약간은 어린 손님들이 와서 한참 게임을 설명하는 중간에 손님 : "이건 어디서 뿅망치로 때려요?" 나 : "예?" 손님 : "이건 어느 부분에서 벌칙을 줄수 있는 건데요?" 나 : "아 이 게임은 벌칙이 그다지 있는 게임이 아닌데..." 손님 : "그럼 벌칙 많은 게임으로 바꿔주세요." 라고 웃으면서 말하더라구요. '지금 장난하나?' 싶기도 했지만 결국 달무티를 설명하려고 했죠. 나 : 이 게임은 달무티라는 게임인데요. 어쩌구저쩌구. 손님 : 이거 너무 어려운데요? 나 : 아니요. 그렇게 어려운 게임은 아니구요 룰만 익히시고 한번만 해보시면 재미있는거예요. 손님 : 이해가 잘 안돼요. 그냥 젠가주세요. 하더니 자신은 할 이야기를 다 했다는 듯이 친구들과 쑥덕쑥덕 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정말 얼이 빠진 표정으로 테이블에 있던 카드를 주섬주섬 챙겨서 젠가를 가져다 주었죠. 제가 지금 하려는 이야기는 그 손님의 매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조금만 난이도 높은 게임을 설명하려고 하면 자기가 잘 알고 있던 게임으로 바꾸는 모습이었죠. 그리고 게임 자체에 벌칙이란게 없으면 재미없는 게임이라고 치부해서 건들지도 않는 모습을 보면서 보드까페에서 일하는게 실망스러울 떄가 굉장히 많았습니다. 꼭 3대 신기 때문에 망한 것은 아니지만 보드게임 = 3대 신기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한번 박힌 사람들은 다른 게임은 손도 대려하지 않는다는게 문제였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저한테 말씀하시더군요. '자기가 아는 강남의 한 까페에서 너무 할리갈리하고 젠가만 나가니까 할리갈리와 젠가를 없애버렸다고. 그리고 없애고 나서 일주일이 지나자 매출이 반도 안되게 떨어졌다고.' 물론 꼭 3대 신기에 의해 지금 보드까페가 주춤한다는 생각을 하는 건 아니예요. 피씨방에서 보내는 시간보다, 노래방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더 나가는 게임비가 문제되기도 하지만 이렇게까지 비틀비틀하게 된 원인은 게임의 존재가 가벼워지고 작아진 것이라고 생각하죠. 물론 지금 보갤 형들은 제가 쓴 글에 해당하진 않겠지만, 보겜갤이 아니면 이런 얘기 어디서 할수 있는 곳이 없으니 그냥 올린거예요. 보드게임겔도 원활이 돌아가길 바라면서. 안타깝게 3줄요약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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