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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
[파이낸셜뉴스] 지난 주에 한국범죄학회소년범죄예방특별연구위원회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어 그 행사에 참여하느라 정부과천청사에 다녀왔다. 한국범죄학회는 범죄실태와 원인, 국내외 법제도 및 실무에 관한 연구 등을 수행하기 위하여 법무부 비영리법인으로 인가받은 조직이다. 위촉 행사 직후 이어진 오찬에서 소년분류심사관, 소년재판 집행을 직접 담당하는 법부부 직원들 뿐만 아니라 소년범죄예방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애쓰고 있는 전문가분들과 함께 얘기를 나누다 몇 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지하다시피 비행소년이 소년재판을 받게 되면 불처분이 아닌 이상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보호처분은 1호부터 10호까지 10종류의 처분이 있는데 대체로 높은 번호일수록 중한 처분으로 인식된다. 1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보호자나 보호자를 대신하여 소년을 보호하는 위탁보호위원에게 소년의 지도·감독을 맡기는 처분이다. 기간은 6개월인데 6개월 동안 보호자나 위탁보호위원이 소년의 생활을 감독하고 그 경과를 법원에 보고하게 된다. 위탁보호위원은 보호자가 따로 있어서 한 달에 2번 정도 소년과 만나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 신병불인수 위탁보호위원과 보호자가 따로 없거나 보호자의 감호에 두기에 부적당한 소년을 인수하여 소년과 함께 생활하면서 소년의 생활을 체크하는(주로 그룹홈 등에서 같이 생활)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으로 나눈다. 2호 처분은 수강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보호관찰소나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수십 시간의 상담을 받게 하는 처분이다. 3호 처분은 사회봉사명령이다. 비행소년으로 하여금 장애인복지센터나 노인복지센터 등과 같은 봉사기관에서 80시간(10일) 또는 160시간(20일) 등 일정 시간 동안 봉사하게 한다. 4호와 5호 처분은 보호관찰처분인데 4호는 1년, 5호는 2년으로 그 기간에 차이가 있다. 보호관찰처분을 하면서 “오토바이 운전을 하지 말 것, 야간 외출을 하지 말 것, 금연프로그램에 등록할 것” 등 특별준수사항을 부가하기도 한다. 6호 처분은 비행소년을 아동복지시설에 6개월간 위탁하는 처분이다. 소년원과 마찬가지로 시설 내 처우이기 때문에 6개월간 비행소년의 신체적 자유는 제한된다. 다만 6호 시설은 소년원과 달리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이고, 시설 내의 생활은 기숙사 학교와 유사한 형태이다. 7호부터 10호는 모두 소년원 처분이다. 7호 처분은 의학적인 치료나 요양이 필요한 소년을 6개월 동안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처분이다. 8호 내지 10호 처분은 모두 소년원 처분인데 그 기간만 서로 다를 뿐이다(8호 1개월, 9호 6개월, 10호 2년).
필자는 2016. 2.부터 1년간 그리고 2019. 3.부터 2022. 2.까지 3년간 총 4년 동안 소년재판 업무를 담당했는데 형사재판에서 판결에 해당하는 위와 같은 처분을 정함에 있어 힘든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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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법무법인 바른 파트너변호사(전 수원가정법원 부장판사) |
일반적으로 판사가 형사재판을 하면서 판결의 집행을 신경쓰는 경우는 드물다. 예들 들어 교도소가 아무리 과밀한 상태라고 하더라도 그런 사정을 고려해 징역형 선고 비율을 낮추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년재판은 다르다. 필자가 소년재판을 담당할 당시 다른 처분은 몰라도 신병인수 위탁보호위원에게 비행소년을 맡기는 1호 처분의 경우 그리고 6호 처분으로 아동복지시설에 위탁하는 경우와 7호 처분으로 소년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경우에는 미리 꼭 위탁보호위원과 협의하거나 해당 시설 측에 미리 연락해 비행소년의 위탁이 가능한 지 확인했어야 했다. 물론 판사가 위와 같은 확인 절차 없이 막바로 처분하고 집행절차에 대해 나몰라라할 수도 있고 그렇게 하더라도 법적으로 위법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그와 같은 확인 절차나 협의없이 마음대로 처분하게 되면 각 집행기관은 위탁되는 아이들의 수용을 감당할 수 없는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지게 된다. 실제로 소년재판을 처음 담당하는 판사가 사전에 각 집행기관과 협의 없이 무더기로 6호, 7호 처분을 내려 집행기관 측에서 전임 판사였던 나에게 항의성 하소연 전화를 한 적도 있었다. 당시에도 그랬고 현재도 마찬가지이지만 전국 가정법원과 소년재판을 담당하는 지방법원에서 6호 또는 7호 처분을 받고 각 해당기관에 입소하여야 할 소년들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6호 아동복지시설과 7호 소년의료보호시설이 수용할 수 있는 소년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특히 필자가 근무할 당시 7호 처분으로 위탁이 가능한 곳은 대전소년원 부속의원뿐이었는데 수용인원이 극히 제한되어 있어 처분에 애로사항이 많았다. 정신질환이 있거나 약물남용 등으로 의학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비행소년이 점점 늘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시설이 수탁기관으로 지정되는 일은 없었고 기존 시설의 수용인원도 그대로였다. 필자가 매 재판 전 7호 처분을 해야 할 비행소년들 때문에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에 전화하여 비행소년을 위탁할 수 있는지 물어봐도 ‘죄송합니다. 현재 자리가 없습니다’라는 답변만 돌아왔다.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을 여러 차례 방문하여 현실적인 어려움을 알고 있었던 필자는 어쩔 수 없이 의료보호시설에 보내야 할 비행소년을 9호 처분에 처할 수 밖에 없었던 적이 많다. 그러자 당시 서울소년원 측의 불만이 증가하였다. 의학적인 치료와 요양이 필요한 비행소년들은 일반 소년원에서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해당 처분이 꼭 필요한 비행소년들은 넘쳐나는데 이를 수용할 기관들이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했다. 결국 대전소년원 부속의원은 각 법원에서 쏟아지는 수용 요구를 다 감당하지 못하여 각 법원에서 위탁된 비행소년이 퇴소하는 경우 그 빈자리에 해당하는 만큼만 그 해당 법원에 다시 수용인원을 할당하는 방침을 원칙으로 정하여 시설을 운용하였다. 다른 지역의 가정법원이 일반 병원을 7호 처분 수탁기관으로 지정했다가 비용 문제, 호송 문제, 인력난 및 기존 환자들과의 충돌 문제 등으로 사실상 위탁을 중단, 철회하기도 했다.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 기관이 의학적인 치료가 필요한 비행소년을 감당하는 것은 사실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긴 하다.
이러한 문제는 6호 처분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발생했다. 6호 처분은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시설이나 그 밖에 소년을 보호하는데 필요한 환경과 시설을 구비하고 있는 소년보호시설에 소년의 감호를 위탁하는 처분이다. 6호 처분은 수용 처우를 명하는 보호처분인 점에서 1호 내지 5호 처분과 구별되나 수용시설이 소년원이 아닌 민간 시설이라는 점에서 7호 내지 10호의 소년원 처분과도 구분된다. 6호 처분은 국가시설 수용이 소년에게 주는 충격과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면서도 비행소년의 수용을 통하여 일탈을 일시적으로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여러 장점이 많은 처분이어서 소년분류심사원 위탁과 더불어 소년부 판사가 비행소년의 성행을 근본적으로 개선시킬 수 있는 핵심 수단 중 하나이다. 그러나 7호 수탁기관과 마찬가지로 6호 처분으로 위탁될 비행소년의 수는 아동복지시설의 수용인원을 항상 초과했다. 필자가 처음 소년재판을 할 당시 수원가정법원의 수탁기관으로 지정된 특정 아동복지시설에 빈 자리가 없어 6개월 동안 비행소년을 단 한번도 위탁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당시 그 수탁기관은 수원가정법원 뿐만 아니라 서울가정법원과 인천가정법원으로부터도 6호 수탁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필자의 소년재판부는 목요일이 재판 기일이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에 재판을 하는 소년재판부가 항상 먼저 비행소년을 그 수탁기관에 위탁하여 목요일에는 빈자리가 없었다고 한다. 나아가 재판하기 며칠 전에 미리 특정 6호 수탁기관에 전화를 하여 잔여 수용인원을 미리 확보하는 이른바 ‘6호 처분 예약’을 시전하는 재판부도 있었다고 한다. 현실적으로 소년부 판사가 6호 처분을 하게 되면 그 비행소년은 법원에 대기하고 있다가 각 지방에 있는 6호 시설로 가야한다. 그런데 처분 당일 재판을 마치고 6호 시설에 처분 결과를 알려주면 그 기관의 직원이 저녁이나 되어서야 법원에 도착할테고 그 비행소년을 인수하여 6호 시설로 데려가면 늦은 밤이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6호 처분을 하기 전에 미리 6호 시설에 연락하여 비행소년을 적절한 시간에 인수하게 할 현실적인 필요성은 있다. 그러나 처분 전날도 아니고 처분 며칠 전에 6호 시설 위탁을 예약해 놓는다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이러한 모든 일들이 다 6호 시설의 수용인원이 부족해서 일어나는 것이다.
그런데 지난 주에 있었던 위촉식 행사에서 법무부 직원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니 수원가정법원이 몇 개의 아동복지시설과 의료기관을 수탁기관으로 추가 지정하여 현재 집행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되었다. 다만 추가 지정된 7호 수탁기관은 6호 수탁기관처럼 그 기관의 직원이 법정까지 나와 비행소년을 인수해갈 여력은 안되는 듯하다. 그래서 법무부 쪽에서 사실상 호송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필자가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기존에 운영되던 아동복지시설이 재정적인 문제로 폐쇄되거나 일부 직원의 비위로 행정처분에 의해 운영이 일시 정지되는 경우가 있었다. 안그래도 비행소년을 위탁할 기관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 누가 나쁜 짓을 한 소년들이 모여 사는 시설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감당하면서 6호 시설, 7호 시설을 운영하려고 할까? 더구나 적지 않은 비용이 들 뿐만 아니라 신경쓸 일도 많아 아무리 잘해도 좋은 소리는 듣기 힘든 일인데 말이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수탁기관이 늘어났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무쪼록 현재의 수탁기관이 아무 문제 없이 오래 운영되었으면 좋겠고 새로운 수탁기관들도 많이 등장하길 바란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겠지만 아무래도 비용 문제가 제일 큰 난관인 것 같다. 소년범죄예방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이나 재력있는 단체가 제발 소년재판 집행기관의 확충에 도움의 손길을 주었으면 좋겠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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