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집을 나왔어. 나이 서른 넘고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데.

결혼하고 지금까지 제대로 돈을 가져다 준적이 없어. 맨날 턱도 없는 희망에 매달리다 십원 한장 못 벌었지.
삼년동안 버틴건 야금야금 빼먹은 전세금과 누나들이 보내주는 이삼십씩의 원조 덕분.

한달 조금 전에 내장 목수 일을 시작했었어. 월 팔십이지만 열심히 배워야지 생각했는데 중소 기업에서 해외영업 면접 제의가 온거야. 서류상으로 보면 스펙은 그닥 나쁘지 않은 편이거든.
담당자가 잘 봤다느니 하는 소리에 솔깃해서 하던 일 때려 치우고 열심히 면접 준비해서 봤는데 인연이 안 닿는것 같군요 크리. 바로 알바라도 뛰려 했는데 나이가 걸리는지 잘 안 뽑히더라?
어영부영 잡코리아 뒤지고 워크넷 뒤지다가 보니 어느새 한달. 이번 봉급 받으면 조금 쪼개서 휴가로 가까운 산에라도 다녀오자는 집사람 웃는 얼굴 앞에서 봉급 없다는 이야기를 어떻게 해?
이리저리 돈 빌리러 뛰어다녔지만 빌릴곳은 없고 사채도 일수도 쉽지가 않네.

미안하고 면목 없어서 집에 못 들어가겠다. 집사람에게 메일 한통 보내고 폰은 꺼뒀어. 합숙 노가다에라도 가서 일이백 모으고 나서 다시 들어갈 생각이야. 안 받아줄지도 모르겠지만.

담배 마저 피고 담당자라는 사람 만나러 가봐야 겠다. 젠장 담배도 세개피 남았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