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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전차는 멈추지 않는다" 한화생명 이스포츠 2025 LCK컵 우승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2.23 20:3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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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리그 오브 레전드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롤 파크에서 '2025 LCK컵'이 대망의 피날레를 맞이하게 됐다.

LCK 컵은 2025 시즌부터 신설되는 새로운 국제대회 '퍼스트 스탠드 토너먼트'의 진출팀을 가리기 위한 리그다. 그룹배틀및 플레이인 스테이지 결과에 따라 바론 그룹에서는 '티원'과 '한화생명 이스포츠' 장로 그룹에서는 '디플러스 기아', '젠지 이스포츠', '케이티 롤스터', '농심 레드포스'가 플레이오프서 경합을 벌였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현행 버전에서 한단계 뒤쳐진 '25.S1.3'으로 진행된다. 25.S1.2에서 출시된 신규 캐릭터 '멜'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태이며 지배 계열 룬의 소규모 리워크가 진행됐다.

특히 중립 오브젝트의 위력을 재조정하면서 프로 경기 단계에서 자주 등장하는 탐식의 아타칸을 가져간 측에게 주어지는 어드밴티지가 상당히 줄어들어 이전보다 불리한 전황을 뒤집는 전투 결과가 나올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시선이 많다. 



결승전은 지난 2024 LCK 서머에 이어 한화생명 이스포츠(HLE)와 젠지 이스포츠(GEN)가 다시 만나게 됐다. 결승전 리매치라는 서사 외에도 양 팀은 그룹 배틀 단계에서 각각 바론, 장로 그룹의 대장팀이었던 만큼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가 될 전망이다.

플레이오프에 들어서 HLE가 놀라울 정도로 다전제 후반 집중력이 좋았고 피어리스 밴픽 구도 비틀기에 능한 덕분에 이전까지는 HLE의 우세가 점쳐지곤 했다.

그러나 전날 벌어진 결승진출전에서 GEN이 팀적인 문제였던 초반 구도와 설계, 운영의 약점을 불과 2일 만에 극복해내면서 승부의 향방은 쉽게 예측할 수 없게 됐다.




■ 결승전 한화생명 이스포츠 vs 젠지 이스포츠



GEN이 레드 팀의 5번째 후픽의 이점을 살려 암베사를 미드로 스왑하는 승부수를 던졌고, 점을 찍는 방식의 교전 개시 능력이 강한 HLE에게 효과적으로 제동을 걸수 있는 챔피언 모데카이저가 탑으로 등판하게 된다.

실제로 모데카이저는 전술적인 활용 외에도 현재 횡행하는 스왑 메타에서 불멸의 보호막 및 회복, 죽음의 손아귀를 통한 제어 능력만으로 충분한 가치을 보일 수 있는 픽이었고 HLE의 바텀-정글 3인 다이브 과정에서 세주아니를 죽음의 세계로 데려가 처치하고 본인은 살아나가는 등의 슈퍼 플레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문제는 스왑을 통해 미드로 내려간 쵸비(정지훈)의 암베사 쪽에 있었다. 감전 키스톤까지 들며 강하게 라인전을 가져가고자 했으나 결과적으로 제카(김건우)의 요네를 상대로 사실상 판정패하며 성장이 밀리기 시작했고 연이은 소규모 교전에서 태그 매치를 하듯이 어정쩡한 합류 속도 떄문에 GEN이 각개격파를 당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이 과정에서 바이퍼(박도현)의 카이사는 억제할 수 없을 정도의 과성장을 이룩했고 필드에서 세주아니의 빙하 감옥이 클린히트한 것만으로 날아오는 카이사가 상대를 불문하고 킬각을 볼 수 있을 정도였다.

GEN에서도 최대한 턴을 쪼개서 몰래 내셔 남작을 가져가며는 등 최대한 성장할 시간을 벌고자 하였으나 밀려드는 HLE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고 31분만에 넥서스가 파괴된다.

 



앵그리 젠지 모드에 돌입한 GEN이 1세트와 달리 빈틈 없는 경기력으로 HLE를 공략하는데 성공했다. 극초반 미드에서 상체 2:2 판정승을 시작으로 캐니언(김건부)의 바이가 아군의 백업을 믿고 자신감 있게 피넛(한왕호)의 신 짜오를 밀어내거나 유효갱킹을 성공시키며 차이가 벌어졌다. 

이로 인해 딜라이트(유환중)의 뽀삐는 아군 구호를 위해 수시로 불려다녀야 했는데 이 빈틈을 GEN의 바텀이 제대로 공략하며 3레벨 타이밍 다이브 킬에 성공, 바이퍼의 애쉬가 완전히 망가지게 된다.



GEN은 초반에 벌어진 성장차를 스노우볼로 만들어 한 치의 실수 없이 굴렸다. 포탑 방패는 물론 모든 오브젝트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전부 장악해버렸으며 룰러(박재혁)의 코르키가 워낙 잘 커버린 탓에 필드에서 제우스(최우제)의 크산테에게 물리고 시작했음에도 앞발키리를 시전하며 애쉬를 길동무로 데려갈 정도였다.

결국 25분 드래곤 교전에서 쵸비의 탈리야가 HLE 본대의 허리를 끊은 다음 기인의 럼블이 이퀄라이저 미사일로 진입을 차단하는 세트 플레이를 선보였고, GEN은 스틸을 위해 비집고 들어온 피넛을 시작으로 전원 처치를 달성하며 그대로 게임을 끝낸다.

 



1세트와 마찬가지로 GEN이 마지막 후픽 카드로 아트록스의 하드 카운터인 탑 베인을 기용하는 과감한 수를 선보였지만 의도대로 게임이 플러가지는 않았다.

라인 스왑 메타로 인해 대회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탑 베인과 달리 유체화-점멸을 들기 힘들어 로밍과 갱킹에 취약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와는 별개로 감전 키스톤을 들고온 제우스의 아트록스가 정교한 스킬샷으로 베인과 제리를 연달아 솔로킬 내면서 GEN이 구상한 전략이 빛을 잃어버렸다.

심지어 제우스는 벼락폭풍검을 1코어로 빌드하며 다르킨의 검이 한번이라도 클린 히트하면 그대로 사신 태세를 연계하여 킬각을 볼 수 있는 상태를 만들었고 HLE가 라인전 주도권은 물론 교전에서도 마오카이를 앞세워 R만 누르면 이기는 수준의 조합 파워를 가지고 있었기에 제리가 성장을 마치기 전에 30분 컷으로 GEN 공략을 성공한다.



 


GEN 측에서 캐니언의 필살기라 할 수 있는 카서스 위주의 클래식한 조합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미드 비에고라는 생각지도 못한 카드가 튀어나왔다. GEN이 교전에서 킬캐치 능력이 매우 우수한 챔피언을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 보니 HLE 측에서는 부담을 느낀 것인지 자이라-진을 위시한 장거리 공격수단을 확보한다.

쵸비의 비에고는 픽의 이유를 제대로 보여준 묘수가 됐다. 라인전 단계에서 착취로 서서히 체급을 키우며 몰락한 왕의 검-거대한 히드라를 빌드한 덕분에 1선에서 교전을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화력과 내구력의 밸런스가 충분히 잘 잡힌 완성형 캐릭터가 되어버렸고, 나르와 사일러스를 1:1에서 완벽히 찍어누를 수 있었기에 사이드 라인을 밀어넣고 한발 빠르게 합류하여 선봉장이 되어줬다.

HLE도 어중간한 포지션을 잡고 있던 카서스를 장거리 급성장-살상연희-커튼 콜 콤보로 끊어내며 '극단적으로 팔이 긴 선공권'이라는 조합의 강점을 발휘하는 장면을 종종 보여줬지만, 그렇게 죽은 카서스는 진혼곡이라는 강력한 뒤끝이 있었고 이로 인해 체력이 갈려나간 HLE의 챔피언들을 비에고가 차례차례 잡아먹고 옷을 갈아입는 럭키 호러 패션쇼를 선보이며 매치포인트를 만들어낸다.



 


대부분의 티어권 원딜이 잘려나간 이상 GEN은 징크스-룰루라는 하이퍼 캐리 롤을 수행하기 위해 HLE가 5세트만 되면 꺼내드는 올라프와 애니비아를 견제할 수밖에 없었고 결과적으로 양 팀은 탑과 바텀에서 하나씩 우세를 점하는 조합을 구성하는 대신 미드쪽에 극후반 밸류를 의식한 빅토르와 아우렐리온 솔을 꺼내든다.

GEN은 HLE에 비교하면 최전선에서 활약할 수 있는 탱커인 오른을 확보하긴 했지만 카운터 픽인 그웬이 등장했기에 라인전 주도권은 없다시피했고 이것이 끝까지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되어버렸다.

특히 HLE는 스왑을 거는 것도 모자라 오버파밍까지 동원하여 오른이 미니언의 경험치조차 받아먹지 못하도록 견제했고 제우스 또한 맞라인을 서면 본인 또한 경험치와 골드를 일부 포기하는 수준의 프리징을 걸어 유충 교전 시점에서 기인의 오른은 6레벨을 달성하지 못할 정도로 굶은 상태였다.

GEN의 조합 특성상 교전 개시에 반드시 오른의 궁극기가 동원되어야 했기에 오른이 완전히 망가진 이상 HLE의 스노우볼링을 막을 방법이 없었고 쵸비의 아우렐리온 솔이 바쁘게 전 라인을 뛰어다니며 별가루를 수집하고 개입을 통해 도움은 줬으나 이것이 직접적인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징크스의 경우 적측에서 1명 이상이 사망하면 터지는 지속 효과 '신난다'가 발동하지 않으면 그 의미가 급격히 퇴색되는 탓에 제 힘을 발휘하기 힘들었고 쵸비가 커버를 다니는 사이에 제카의 빅토르는 별다른 견제 없이 무난하게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GEN의 손해가 누적되고는 있었으나 양측 모두 킬 견적을 내기는 어려웠고 GEN이 몰래 아타칸 사냥에 성공했던지라 일진일퇴의 대치전이 이어졌는데 33분경 피넛의 오공은 유체화-점멸에 룰루의 백업을 받는 징크스 대신 쵸비의 아우렐리온 솔을 포커싱하는 승부수로 흐름을 바꿨다.

빅토르의 궁극기 아케인 폭풍까지 동원하며 일궈낸 쵸비의 첫 데스는 HLE에게 활로가 되었다. 별의 비행을 촬용하며 수시로 라인을 오가며 HLE의 운영을 방해하던 요소가 사라졌고 내셔 남작 버프를 두르고 억제기 포탑을 모두 지우며 언제든지 적진에 침입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결국 수비할 힘을 완전히 상실한 GEN을 HLE가 찍어누르며 넥서스를 파괴하고 HLE는 LCK컵 초대 우승 타이틀과 함께 2주 뒤 개최되는 신규 국제전 '퍼스트 스탠드'의 한국대표로 출전하게 됐다.




HLE는 그룹 배틀 단계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번 LCK컵에서 불안요소가 아예 없는 무적의 전차는 아니었으나 끝까지 살아남으며 강함을 증명해냈다.

특히 피어리스 드래프트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상체 3인방은 엄청난 수준의 챔피언 풀과 숙련도를 보유하고 있었기에 5세트까지 가는 접전마다 유의미한 밴카드를 뽑아내며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고 이것이 다른 라인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방향으로 선순환이 이뤄졌다.

덕분에 라인 스왑 단계에서 탑이나 바텀을 완벽하게 찍어누르며 상대측의 사전설계를 무너뜨리는 HLE의 원나우 플랜은  성공적으로 가동될 수 있었고, 추후 라인 스왑 방지 패치 적용 이후의 성적에도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풀세트 접전 끝에 패배한 GEN은 LCK컵을 통해 아쉬웠던 경기력을 직시하고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으며 미련이 남는 부분도 있지만, 추후 LCK 정규 시즌에서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도 전했다.

[신호현 기자 hatchet@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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