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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식의 e런 이야기] '피넛' 한왕호가 보여준 e스포츠의 낭만

데일리e스포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09 15:16:21
조회 6408 추천 15 댓글 14

스포츠에는 수많은 낭만이 있다. 그중에서도 팀과 선수 관계에서 피어져 나오는 낭만을 빼놓을 수는 없다. 특히, 데뷔 후 은퇴까지 한 팀에서만 뛰는 '원 클럽 맨'은 많은 이를 감동케 한다. 그리고 비록 '원 클럽 맨'은 아닐지라도 오래전 몸담았던 친정팀에 다시 돌아와 써내려 가는 이야기 역시 스포츠 역사 속에서 깊은 인상을 남겨왔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한화생명e스포츠로 이적한 '피넛' 한왕호는 돌아온 친정팀에서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낭만을 보여줬다. 지난 2015년 프로게이머로 데뷔한 한왕호는 2016년 락스로 이적하면서 본격적으로 기량이 만개했다. 그리고 한왕호는 그해 여름 LoL판 '외인구단' 락스와 함께 생애 첫 LCK 우승을 이뤄냈다.

2016년을 끝으로 한왕호는 락스를 떠났고, 다양한 팀을 옮겨 다니면서 프로 생활을 이어왔다. 지난해에는 젠지e스포츠 소속으로 6번째 LCK 우승을 이뤄내며 LCK 정글 최다 우승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신인이었던 한왕호가 최고의 선수로 거듭난 사이, 그의 친정팀 락스는 한화생명e스포츠로 팀 이름이 변경됐다. 그리고 올해 한왕호는 한화생명으로 복귀했다.

8년 전 숱한 역경을 딛고 락스와 함께 우승하며 드라마를 만든 한왕호는 이번에도 극적인 우승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스프링 시즌 시행착오를 겪은 한화생명은 마침내 서머 결승에 오르며 젠지-T1 양강 체제를 깼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결승전에서 올해에만 젠지에게 당한 매치 6연패를 끊어내고 정상에 섰다.

8년 전 '낭만의 팀' 락스의 막내로 첫 LCK 우승에 성공했던 한왕호가 8년 만에 돌아온 친정팀에서, 이제는 막내가 아닌 동생들을 이끄는 맏형으로 다시 LCK 정상에 선 것이다. 한왕호는 결승전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한화생명으로 리브랜딩 후 첫 우승이자, 팀의 역대 두 번째 LCK 우승을 이끈 선수가 됐다.

스포츠에서 낭만은 팬들로 하여금 수많은 이야기를 만들게 한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이야기는 그 스포츠를 지탱하는 역사가 된다. 이번 LCK 결승 시리즈 현장에서 옛 락스의 유니폼을 들고 응원하는 팬의 모습은 LoL e스포츠에 또 하나의 이야기 만들어지고 있음을, 그리하여 역사가 더욱 단단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지난 2016 NBA 파이널. 우승 없이 친정팀을 떠났던 르브론 제임스는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복귀한 두 시즌 만에 마침내 고향 팬들에게 우승을 선물했다. 우승 후 르브론은 "클리블랜드, 이 우승은 당신들 것입니다(Cleveland, This is for you)."라고 외치며 70년 넘는 역사를 가진 NBA에 또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었다.

위 사례가 오래도록 농구 팬들에게 기억되듯, 친정팀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한왕호가 8년 만에 다시 돌아와 팀의 두 번째 우승을 함께한 이야기 역시 e스포츠 팬들 사이에서 오래도록 회자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팬들을 감동케 할 수많은 낭만의 이야기가 나오며 e스포츠의 역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강윤식 기자 (skywalke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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