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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 문닫은 은행지점만 1112개... "은행과 함께 해결책 마련해야"

IT동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10.31 17:14:53
조회 3225 추천 3 댓글 36
[IT동아 정연호 기자] 비대면 금융이 확산함에 따라 노인 등 금융 소외계층의 금융 활동이 위축된다는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현금 사용이 많고, 디지털에 익숙지 않은 금융 소외계층이 디지털 전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연착륙을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대안으로 검토되는 공동점포와 혁신점포는 실효성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국회 정무위원회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국내 은행지점 폐쇄 및 출장소 전환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국내 은행지점은 1112개 사라져 5989개만 남았다.

전국 은행 지점과 출장소 등 점포수는 10년 동안 은행별로 평균 20.7%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해 위 점포수 추이 결과를 발표한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은 “초고령 인원이 많을수록 점포 축소가 더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은행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로나19 이후로 비대면 거래가 더욱 확산하면서 오프라인 점포 축소가 가속화됐다.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다는 편리함이 비대면 금융에 대한 이용률을 높였다. 점포를 축소하면 임대료와 인건비 등의 고정지출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비대면 금융 확산에 불을 지폈다. 비대면 금융은 상대적으로 규제준수 비용과 판매에 대한 책임이 덜해 은행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출처=정보통신기획평가원



다만, 점포 축소에 따라 고령층과 농어민, 장애인의 금융소외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일반 국민의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라고 가정할 때, 50세 이상 고령층은 평균 69.1% 장애인은 81.7% 농어민은 78.1%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금융 앱을 사용할 때 난해한 용어와 복잡한 화면 구성, 너무 빠른 화면 전환 및 음성안내에 불편함을 느낀다.

실제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낮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행 조사에 따르면, 2019년 일반은행의 모바일뱅킹 이용률은 50대 51.8%, 60대 32.2%, 70대 이상에선 9%에도 미치지 못했다.

은행들도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포용을 위해서 혁신점포, 공동점포 등의 대안을 활용하고 있다. 혁신점포는 오프라인 지점을 디지털뱅킹을 위한 접점으로 만드는 방식이다. 대부분 일반점포를 폐쇄하고 무인점포로 만든 뒤, 키오스크나 종합금융기기(STM·Smart Teller Machine)을 통해 고객이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종합금융기기에선 신규계좌 개설 및 체크카드 발급 등 창구 업무도 처리할 수 있다.


고한읍에 자리한 GS25 X 신한은행 1호점과 디지털데스크를 이용하는 모습. 출처=신한은행



신한은행은 GS리테일과 협업해 편의점에 ‘디지털 혁신점포’를 설치했다. 이곳에선 은행원과 화상상담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은행 지점 폐쇄로 불편함을 겪는 금융 소외계층을 위해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공동점포를 설치했다. 양 은행이 공동으로 운영해 임대료를 절감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은행은 단순히 창구 업무만을 보는 곳이 아니다. 사회적 교류가 적은 노인층이 주변 사람들과 교류하는 소셜 활동의 장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공동점포와 같이 점포를 유지하려는 시도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다만, 실효성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디지털 혁신점포는 여전히 물리적인 개수가 부족하고, 대부분 입출금 등의 기본 업무만 가능해 금융 업무 처리에 제약이 있다. 안내 직원이 없다면 고령층은 역시 이를 이용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공동점포 운영은 분쟁이나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하게 하기 어려워 확산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 입장에선 경쟁사에게 영업 전략이 유출될 수도 있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정부에서도 금융소외 계층을 포용하기 위해 우체국에서 입출금 등의 주요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지난 6월 4대 시중은행은 우체국과의 업무위탁 협약을 체결했다. 업무 협약으로 오는 11월부터 전국 2482개의 우체국 지점에서 입출금 및 계좌 조회 등의 단순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우체국은 수도권이 아닌 전국적으로 고르게 분포돼 있어, 지방의 금융 소외계층이 겪을 불편함도 어느 정도 해소가 가능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국내에서 광범위하게 분포된 우체국 점포로 금융 점포가 줄어드는 문제를 보완하려고 하는 것이다. 다만, 우체국 점포도 물리적인 장소는 고정돼 있어서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지방은 수도권처럼 밀집된 주거구조가 아니며, 은행 점포도 군데군데 흩어져 있다. 때문에, 근처점포가 폐지되면 수도권에 비해 겪게 되는 불편이 더 커진다. 이성복 선임연구위원은 “은행이 거점 점포를 두고 고령층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금융자산이 가장 많은 고객은 고연령층이다. 지금은 사업성이나 비용성을 따져서 점포를 없애는 구조지만, 이들의 금융 접근성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폐쇄, 은행과 함께 방법을 고민해야...



출처=금융감독원, 국회입법조사처



한편, 국내에선 은행 점포를 폐쇄할 때 영향평가와 대체수단을 제공하도록 공동절차가 마련돼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점포축소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은행 점포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마련했다. 점포를 폐지하려면 고객에게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고객에게 최소 3개월 전부터 관련 내용을 총 2회 통지를 하라는 것이다. 다만, 이 공동절차는 강제성이 없어 은행의 자율참여에 맡겨진다.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의 윤민섭 연구위원은 점포폐쇄와 관련해 제재를 강화하는 대신,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의의결제도’처럼 금융사가 금융 포용을 강화하게끔 유도하는 방안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엄청난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해서 금융 포용성이 강화되는 길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동의의결제도는 사업자가 스스로 소비자, 거래 상대방의 피해를 구제하는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는 제도를 말한다. 시정방안의 타당성이 인정되면 행위의 위법 여부를 묻지 않고 신속하게 사건을 종결한다. 윤민섭 연구위원은 “은행 점포를 없애는 대신 5년간 이동 점포를 운영하는 방안 등으로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 금액 이상의 과징금이 부과되면 다른 사업에 진출할 때 제한을 받는 금융사 입장에서도 소비자 보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또한, 위법성을 조사하고 판단하지 않아도 돼 행정비용을 절약하면서 사건의 신속한 해결이 가능하며, 기업은 위법성 판단 없이 사건이 종결되니 평판 실추를 막을 수 있다.

윤민섭 연구위원 “기타 유관기관들이 함께 심의해서 시정방안이 과태료보다 사회적 편익이 클 것이라는 결론을 내리면 이를 승인한다. 이후로 서로 계약을 맺고, 금융사가 준수하지 않으면 제재 절차에 들어간다. 해외에선 이미 자주 사용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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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점포 폐쇄 가속화…금융소외계층 위한 해법은▶ "비대면 금융 뜬다", 그런데 소비자는 안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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