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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일만 아니었어도 우리집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달력(121.124) 2008.07.26 06:22:40
조회 546 추천 0 댓글 15

그래도 내가 20살 넘은 성인이라고 전에 엄마님이 들려준 파라만장한 우리집 가족사 얘기야.
난 벌써부터 취직 걱정하면서 공무원을 생각하고 있는데 이러다보니까 그냥 생각이 나더라구.
그냥 기구한 팔자 타령이야. 나름대로 수수한 삶을 살아온것만 같은 내가 속한 우리 가족사도 요지경인데 세상사는 얼마나 요지경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 그냥 주절거림과 푸념이야. 기니까 읽기 싫으면 그냥 패스해.


난 이제 두달 후에 입대해. 그런데 부모님은 한달 전에 이혼하셨어.
아버지는 사업하시는데 지금까지 몇번이나 망하셨음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다시 일어나셔서 다시 사업하시고 있어. 근데 사업가들에게는 일종의 병이 있는건지 사업이 궤도에 오르면 일단 안정시킬 생각부터 해야 되는데 자꾸만 확장만 시키다가 결국 망하더라구. 엄마님은 여태껏 아버지가 사업하실때마다 초중반엔 크게 성공하다가 늘 후반에 고꾸라졌다고 안타까워하셔. 그리고 늘 고꾸라지는 그 후반에 진입하기 바로 직전인 중반에 맨날 싸우셨대. 무리하게 확장하지 않고 어느정도의 진정국면을 맞아들였더라면 큰 돈을 벌었을텐데하고 엄마님은 안타까워하셔. 더군다나 그런 기회가 한두번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더군. 아버지가 포부가 좀 크신건지 사업가들은 다 이런건지...

부도나고 쫄딱 망해서 아무것도 없을때 아버지는 용케도 돈 빌리고 차관 얻고 노력해서 현재 결국은 제법 큰 음식점이 3개나 갖게 되었고 프렌차이즈까지 내서 가맹점도 5~6개는 있는 상황이야. 대형 고기집도 하나 있었는데 복잡한 문제 때문에 죽써서 개줬어. 이 고기집 생각만 하면 정말... 나도 가서 서빙 많이했는데 젠장알... 뭐 요즘 쇠고기 파동 때문에 고생좀 하겠지만 ㅎㅎㅎ
내 아버지지지만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단하다고 봐. 땡전 한푼 없는 상황에서 결국은 이렇게까지... 물론 아직 갚아야 될 빚이 좀 남긴 햇지만 많진 않아. 거의 다 갚았지. 근데 당시 아버지가 이러시더라구.

\'식당을 하면 꼭 부부가 이혼을 하거나 사이가 안좋아지더라구\'

물론 부모님 사이는 예전부터 늘 안좋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예언대로 식당이 결정적이었던 건 같애.
가게를 차리고 전반적인 아우트 라인 / 운영 / 자금 등은 아버지가 설립하고 조달하고 만들었지만 그 후 조근조근한 가게 내무 운영은 엄마가 도맡아서 했어. 아버지는 그런건 못하거든. 아버지 없이는 엄마 혼자 운영 못하고 반대로 엄마 없이는 아버지 혼자 운영 못하는 그런 상황이야.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워. 부부 사이만 좋았더라면 꽤 벌었을텐데 말야. 그럼 자식인 내 삶도 좀 평탄했을텐데.

겉으로 볼 때 엄마는 가게 3곳을 관리하는 사모님이지만 그건 허울좋은 명함일 뿐이고 3년동안 하루 종일 가게 3곳을 돌아다니면서 관리하고 서빙하느라 지금은 허리 디스크에 목디스크에 고관절 손상에다가 심장에도 문제가 생기고 갑상선도 맛이 갔어. 치아 상태도 나빠졌지. 얼마 전에는 이빨이 하나가 갑자기 그냥 부서졌대;
쉬는날 없이 월화수목금토일 아침에 나갔다가 12시 넘어서 들어오시더라구. 가게 3곳을 돌아다녀야 해서 엄마님은 장롱면허 되살리고 중고차도 한대 뽑으셨지. 한눈에 봐도 툭 치면 부서질 것 같던 300만원짜리 중고 앨란트라를 무려 3년 몰고다니다가 결국 최근에 좀 더 나은 다른 중고차로 바꾸셨어. 덕분에 지금 내가 그 차를 몰고다녀.

3년동안 사모님 소리 들으며 쉬는 날도 없이 월화수목금토일 가게 관리했던 엄마는 건강을 망쳤지만 대신 돈은 꽤 벌었어. 덕분에 빚을 많이 갚는 쾌거를 이루었지. 집도 40평 아파트에 방 4개정도라서 충분히 살만해. 참고로 여긴 서울에서 고속도로 타고 한 30분~40분 정도 걸리는 경기도의 주요 도시 중 하나야. 집을 살땐 1억 2천 정도였는데 지금은 2억 몇천으로 올라 있더라. 1~2년 사이에 1억 이상이 오른건데 이래서 개나소나 부동산 하려고 눈을 까뒤집나봐. 이거 아니면 무슨 재주로 1년에 1억 이상을 벌겠어.
어쨌든 정말 이걸보면 우리 부모님 두분 다 굉장하신 분이긴 해. 몇번이나 부도가 나고 사업이 망했는데도 난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한번도 어떤 아쉬움이나 불편함 느끼지 못한채 나름 넉넉하게 살아왔거든. 먹고 싶은거 다 먹고 입고 싶은거 다 입고 갖고 싶은것도 대부분 다 갖았지. 솔직히 우리집이 이렇게 어려웠다는건 20살을 넘긴 뒤 자세한 집안 사정을 듣고서야 알았어. 아버지의 외부적 능력과 엄마의 꼼꼼한 내부적 관리는 정말 환상의 콤비였다고 생각해.

식당을 하면서 물론 아버지도 고생이야 하셨지만 가게 틀을 잡아 놓은 뒤에는 딱히 할일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어. 엄마는 아침저녁으로 일해서 몸이 망가지는데 아버지는 엄마님더러 니가 일을 하면 얼마나 하냐고 핀잔만 주면서 혼자 중국도 다니고 어디도 다니면서 잘  보이지 않다가 결국 바람을 피고 그 현장을 엄마에게 우연히 딱마주침 당했지. 여자를 태우고 가게 주차장까지 들락거리다가 딱 마주친 모양이야. 아버지는 그러면서도 되려 바람핀거 아니라 불같이 화를 내는 사건이 결정적이었던 것 같아. 평생동안 쌍욕을 듣고 살아온 엄마님인데 이건 참기 힘들었다고 하시더라. 사실 예전부터 심증은 있었고 나도 알고 있었어. 심증이라고는 했지만 내심 다 알고 있었던 거지. 하지만 설마 우리 가게 바로 앞에서 딱마주침 당할 줄은...
대학생 고등학생 다 큰 두 아들 보는 앞에서 아내한테 씨발년 좆같은년 쌍욕 내뱉는 것도 엄마님은 꿋꿋하게 견디셨어. 나야 처음엔 분노했지만 20년 이상동안 반복된 일인지라 허허참 이것도 익숙해지더라구. 의외로 아버지가 바람 핀 것도 사실 별 감흥은 없었지만 자식인 날 앉혀놓고 한다는 말이 니네 엄마는 일생동안 나랑 섹스(-_-)를 거의 안했다느니, 그러다보니 난 수컷의 본능이 어쩌구 저쩌구니 하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까 화가 난다기보다는 한심함이 느껴지더라구. 아버지지만 정이 떨어진다고 할까. 어떻게 수컷의 본능을 앞세우면서 바람을 합리화 시킬 수가 있어. 바람이 뭐가 잘못된 거냐며 내지는 그 민망하고도 민망한 섹스 예를 들면서 바람을 필 수 밖에 없게 만든 엄마의 책임을 강조하는데 박철과 옥소리가 생각나더라. 차라리 구차한 변명이었으면 이해라도 할텐데 왜 그런거 있잖아, 능력있는 사업가들 특유의 자신감 있고 깊고 설득력 있는 말투. 그런 믿음직스런 말투로 장남한테 이런 말을 하고 있는거야...

난 이혼에 반대할 수 없었어. 물론 서로 피곤하셨겠지만 그래도 아버지가 가해자라면 엄마는 피해자지. 20년동안 온갖 쌍욕 들으면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직접 목격한 내가 어떻게 반대를 할 수 있겠어.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입으로는 나조차도 듣도보도못한 쌍욕을 퍼부어도 폭력은 휘두르지 않았다는 거야. 물론 나야 많이 터졌지만.
TV에서 하는 부부클리닉 사랑과 영혼 이런거 보면 신구가 나와서 뭐 몇주간의 시간을 드리겠다느니 그런거 있잖아. 근데 이거 다 뻥이더라. 그딴거 없어. 그냥 판사 앞에 가서 확인하고 도장만 찍으면 땡이야. 도장 찍고 서류를 주는데 이 서류를 기한내에 접수시키면 완전 끝이지. 근데 사실 일전에도 5~6달 전에도 판사 앞까지 가서 도장까지 찍었었지만 자식들이 눈에 밟혀 차마 이혼까지 가지 못한 엄마님이 서류 접수를 포기했던거지. 나도 이제 22살인데 제대하면 24~5살이고 결혼이 코 앞이니까. 근데 한달 전에 다시 판사에게 찾아가서 결국 이마저도 끝냈어. 완전히 이혼을 하신거지.

난 도대체 왜 이모양 이지경이 되었는지 곰곰히 생각해봤어.
사람은 누구나 좋을땐 다 좋다지만 우리 부모님도 마찬가지야. 좋을땐 정말 잉꼬부부야. 아버지는 유머러스하고 엄마님은 성격 좋고 쾌활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근 20년 이상을 거의 대부분 줄창 싸워왔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안맞는다는 점도 있겠지만 잘 지낼때는 더없이 행복하게 사는 것을 아는 나로써는 결정적 이유를 성격차라기보다는 차라리 사는게 힘들어서라고 결론 내렸어. 그렇다면 사는게 팍팍하지만 않았다면 이지경까지는 되지 않았을텐데라는 아쉬움이 남지. 바로 여기서 이 글의 제목이 튀어나오는거야. 그때 그 일만 없었더라도 이 지경까지 되지는 않았을텐데.

사건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이었다고 해.
나도 듣고 굉장히 놀랐는데 아버지는 지금 내가 되려고 마음먹고있는 공무원이셨다더군. 공부에 취미없고 학벌도 좋지 않지만 한번 시작하면 무섭게 파고들어 반드시 성과를 내는 분이셔서 제대하고 바로 공무원이 되셨대. 하긴 그 시절 공무원이야 쉽게 될 수 있었겠지만.
근데 아버지가 스스로 공무원을 때려치고 나오셨다는 거야. 바로 여기서 문제가 시작되었다고 봐. 그때 때려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누구나 되고싶어하는 공무원으로써 소박하지만 평범하게 살 수 있었을텐데 말이야.
근데 때려친 이유가 뭔지 알아?ㅎ 상사가 아버지의 동료를 심하게 욕하고 채근했대. 그래서 열불이 나서 책상을 뒤엎어버리고 나왔다더군; 아버지 본인을 욕하고 채근한 것도 아니고 직장 동료한테 그랬다고 말야; 참 이걸보면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격언이 느껴지더군. 당시 상사한테 혼나던 그 직장 동료? 지금쯤 공무원으로써 어딘가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겠지. 니미럴.
그러고보니 아버지가 늘 나에게 자신의 불같은 성격을 설명 하시면서 들었던 예가 군대에서 상관 폭행했던 일화였어. 이 일로 영창을 갔었는지는 잘 모르겠네.

어쨌든 이후 공무원 때려치고 나와서 사업을 하신 모양이야.
사업을 하면서부터 부부간의 앙금이 싹트기 시작했다더군. 지금도 엄마는 나더러 절때 사업은 하지 말라고 하신다. 속 편한 전문직이나 월급쟁이가 되라고 하시지. 반면 아버지는 한달에 월급 300받는다고 쳐도 1년이면 3.6천, 그래가지고서 어떻게 집이라도 살 수 있겠느냐며 사업을 강력하게 권하고 계시지. 내가 아버지한테 \'난 사업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라는 의견을 피력하자 크게 실망하시면서 그렇다면 동생을 사업가로 길러내시겠대. 이것도 이것 나름대로 걱정이야.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이때부터 집안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한 듯 해. 단순히 사업 문제만 있었던 것도 아니야. 친가 집안이 콩가루 집안이라 별의 별 사건이 다 있었지. 자세히 말하긴 좀 그렇지만 큰아버지가 아버지를 이용해 먹다가(악의는 없었지만) 큰아버지 죄를 아버지가 대신 뒤집어쓰는 더러운 상황이 발생, 결국 아버지가 구치소까지 가게 되고. 그것도 한번 당한 것이 아닌 3차례 연속으로 말이지. 그러다가 저번엔 아버지랑 재판에서 대립하던 사람측 증인으로 작은 아버지가 나서는 바람에 패소해서 벌금을 5천 가까이 무는 사건도 있었고 정말 별의 별 일이 다 있었어. 그래도 나 초딩 시절엔 명절이 되면 모두가 큰집에 모여서 옹기종기 차례도 지나고 했었거든. 아마 내가 중딩이 되면서부터 친가 사람들이 서로 삐그덕 거린 것 같어.
게다가 말이지, 치부꺼리는 또 있어. 낄낄. 비록 아버지 형제들 중에서 아버지가 제일 먼저 이혼했지만 조만간 큰아버지도 이혼할 거라는 거야. 이 큰아버지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괄괄한 성격이신데 사업병이 도진거야. 그리고 몇번이나 아버지를 이용해먹은 또 다른 한분의 큰아버지는 상상을 초월하는 바람둥이라서 이혼을 한 거나 마찬가지 상태야. 단지 큰어머니 명의에 빚을 얹어놓아서 큰어머니가 이 때문에 이혼을 못하는 것 뿐이지. 엄마님 말씀에 의하면 이 큰아버지는 진짜 나쁜놈이래. 직원들 앞에서 내연녀를 와이프라고 속이고 있다가 와이프가 나타나니까 직원들에게 와이프를 직원이라고 둘러댔는데 직원들은 사실 다 알고 있었대. 지금도 아예 집나와서 내연녀랑 살고 있다느니 뭐라느니 그쪽도 고달픈가봐.
이렇게보면 아버지 형제들 중에서 부부사이가 온전한 건 작은아버지 뿐인 것 같지만 그 문제의 5천만원 사건 이후로 거의 왕래를 안해서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는 며느리도 모르지. 작은 아버지는 그 5천만원 사건 이후로 그나마 가끔씩 있었던 친지 모임에조차 절때 나오지 않아. 형제를 밟았다고 모두들 욕했거든. 아버지는 몇번이나 자신을 이용해먹은 큰아버지와는 그래도 지금도 만나지만 이 작은 아버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화가 안풀리신 모양이야. 당시 5천만원이 빵꾸나서 사업에 큰 타격을 받은 듯 해. 햐.. 정말 완전 콩가루 집안인구나. 낄낄낄... 형제들이 (악의는 없어도)서로 이용해 먹지 못해서 난리인데다가 1명 빼고 죄다 이혼이거나 이혼만도 못한 상황이라니. 이런 형제들 싸움에서 아버지는 늘 당하는 쪽이라서 엄마는 존나 복장이 터졌다고 해. 큰아버지 때문에 경찰서 들어간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그 큰아버지의 뻔뻔함을 견디며 생전 가보지도 못했던 경찰서 들락날락했던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금이 저린다고 하시더군.

하지만 위에서 말했듯이...
정말 이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끓임없이 찾아오는 이런 고난 속에서 몇번이나 쓰러져버린 집을 아버지는 용케도 몇번이나 다시 일으켜 세우셨지. 지금 생각하는 거지만 만약 그때 그 고난들을 버티시지 못했다면 난 제대로 고등학교조차 졸업도 못했을꺼야. 고등학교때는 집안에 이런 문제가 있는줄 전혀 몰랐지만.
그러다가 결국 부모님이 이혼하기 바로 전까지만 해도 본점 가게를 3개나 운영하고 체인도 여러개 거느린 꽤 괜찮은 지위까지 올랐어. 빚도 거의 갚았고. 근데 결국 부모님 이혼하고... 가게를 조근조근 관리하던 엄마님이 빠져버리니 가게는 서서히 침몰하기 시작했지. 그리고 현재 일생동안 아버지를 이용해먹은 큰아버지가 이 침몰해가는 가게에 또다시 눈독을 들이고 있어; 엄마님은 비록 이혼은 했어도 피땀흘려 키워놓은 가게가 이번에도 큰아버지에게 엮여 들어가는 지금의 형국을 보면서 속을 태우고 계시지. 나중에 니네들한테 물려줘야 될 가게를 또 저렇게 먹혀버린다고. 아버지는 이번엔 아니다 이번엔 안당한다라고 하신다던데 엄마님은 꼴을보니 이번에도 위험하다고 진단하고 계셔. 3번이나 당한 아버지 곁에 늘 있었던 엄마님이야; 괜한 걱정만은 아니라고 봐;

나와 동생은 엄마와 함께 살고있고... 가게는 2개는 아버지가 가졌고 엄마님은 집과 제일 안되는 가게 1개를 가졌어. 그런데 얼마전 그 가게를 팔아서 그걸로 엄마가 떠앉은 분량의 빚을 갚았지. 대신 집을 받았으니까 깨끗하게 헤어진 셈이야. 빚은 그럭저럭 해결이 되었지만 당장 먹고살 거리가 없지. 뭐 위급해지면 설마 아버지가 나몰라라 할까 하는 막연한 기대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엄마님은 적어도 먹고 사는 건 걱정 없을 거라고 하시면서 한달 쉬는 7월달 동안 몸 고치는 동시에 새로운 창업을 위한 이런저런 강의를 듣고 다니시느라 바쁘시지. 질곡이 많은 우리 가족사 중에서도 지금은 또 굉장히 중요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버지가 없는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내가 가장이나 마찬가지야. 근데 처음에도 말했듯이 난 2달 후 입대해. 엄마와 고딩 동생만을 남겨둔 채. 엄마는 이에 걱정이 크셔. 난 그래도 동생이 고딩이니까 괜찮을꺼야 했지만 엄마는 동생을 지금도 애기로 생각하시거든ㅎ 동생은 지금 고1인데, 못믿겠지만 이녀석 지금도 엄마랑 같은 침대에서 잔다; 동생이라고 자기 방이 없는 건 아냐. 자기 방에 자기 침대도 있지. 근데 아버지와 엄마가 내내 각방을 쓰면서 동생 방을 아버지가 차지했고, 이에 하는 수 없이 동생은 큰 침대가 있는 안방에서 엄마랑 같이 자기 시작한건데 이게 동생이 초등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일이었어. 이게 지금 동생이 고1에 이르기까지 이어진 거라서 너무 자연스러워. 이에 습관이 들였는지 아버지가 안계신 지금도 동생은 자기방 냅두고 엄마 옆에서 자고있어. -.-

아직 집에 얹혀있는 빚이 좀 남았는데 이 빚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아서 해결할 생각이야. 조그만 아파트로 이사해야겠지.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집 중에서 가장 크고 맘에 들었는데...아쉽지만 할 수 없지. 하지만 당장 집을 못 팔고 있는 이유가 지금 한창 우리 아파트에 리모델링 사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야. 이게 결정만 되면 집값이 확 오르니까. 근데 주민회에서 리모델링 시찰도 자주 가고 그러긴 하는데 한참 전부터 진행된 것이거늘 아직도 별 진도가 없어. 아파트 주민들이 반대를 많이 하는 모양이더라고. 그래서 집을 지금 팔아야 되는건지 어째야 되는건지 판단이 안서서 그냥 지내고 있는거지. 물론 그 동안 빚 이자는 계속 나가고 있고. 분명한 건 집을 팔긴 팔 거라는 거지. 리모델링이 성사 되느냐 아니냐 여부 때문에 그 파는 시기를 조율하고 있을 뿐. 나 입대하고 휴가 나오면 헤매게 생겼어 ㅎㅎㅎ

애기나 마찬가지인 동생...
온 몸이 고장난 엄마님..
딱히 먹고 살 기반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엄마님..
아버지 소유의 가게를 노리고 있는 큰아버지...
최근 또 빚을 얻어서 공장까지 구입, 뭔가를 또 하고 계신 아버지...
이사를 앞두고 있는 우리집...
그리고 나 입대 후 한달 뒤 예정되어 있는 친할아버지 제사... 이번에 엄마님이 이혼하고 치르는 첫 친지 행사인데 뭔가 또 복잡한 일이 터질 것 같은데 내가 없어서 이것도 걱정이다...

이러한 산적한 문제를 뒤로하고 난 9월에 군대로 입대하게 됐어. 특기병으로 지원해서 바로 입대한거야. 이렇게 중요한 상황에서 어떻게 입대를 할 수 있겠느냐마는 난 벌써 22살이야. 벌써 많이 늦었지. 지금 가도 나보다 어린 녀석들한테 경례 붙여야 할 판이야. 더 이상 늦출수는 없어... 그저... 내가 제대할 때까지 큰 사고 안 나기를 기도할 뿐...

나 제대하고나면... 어떻게든 공무원 시험 붙어서 하루라도 빨리 안정된 직장을 가져야겠지. 엄마님이 최소한 먹고 사는 것만큼은 괜찮을 거라고 하시지만 모르는 일이야. 가게 운영에 빠삭하시다지만 지금까지는 그래도 가게의 틀을 아버지가 세워 주셨거든. 이거 무시 못하는 큰 일이야. 더군다나 남편 없는 이혼녀라는 점에서 주위 사람들로부터 오는 무시도 만만치가 않다더군.. 이럴때 장성한 든든한 아들이 곁에 있으면 대외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데 난 군대에 가야하니 남은 건 애기같은 동생 하나 뿐이고...

아, 동생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놈이 또 문제야..ㅎㅎㅎ
얘가 얼굴은 좀 곱상하게 생겼거든. 근데 공부를 졸라못해. 나도 별로 좋은 학교 다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전교권에서 놀았고 고등학교 와서도 보통 이상은 했거든. 근데 이 녀석은.. 세상에 반에서 꼴찌 바로 다음이야. 아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거지?; 이번 기말고사 성적표를 보니까 영어가 29점이야 -.- 모의고사도 아니고 기말고사를 말야!! 물론 인문계 고등학교야. 내 모교지. 게다가 지금 내 동생 담임이 나 고2때 내 담임이었던 선생님이야. 정말 요지경 세상이지.

나도 엄마도 이 녀석에게 공부는 포기했어. 근데 얘가 지금 가수가 된다고 난리를 피우고 있지. 난 가수가 아무나 되는 것이냐, 그래도 공부나 하는게 더 낫다라고 생각하지만 엄마는 어차피 공부엔 희망이 없으니 가수 쪽으로나 나가라고 생각하고 있어. 평범한 학생의 길을 걷지 않는 이 녀석 때문에 안 그래도 복잡한 이 집안에 새로운 고민거리를 또 이렇게 하나 생겼지. 다음달부터 보컬학원가 뭔가에 다닌다나봐. 얼굴은 곱상해서 좀 받쳐주긴 하는데 솔직히 이 세상에 잘생긴 애들이 좀 많아? 난 지금도 불안허다..
그리고 한가지 더, 이 녀석 군대를 해병대로 간다고 깝싸고 있어; 보나마나 학교에서 해병대 나온 선생이 늘어놓은 자랑 무용담에 홀라당 넘어간 거겠지. 당장 걱정할 일은 아니지만 나중에 뜯어 말릴 걸 생각하니... 물론 정말 해병이 좋아서 갈 수도 있는 거겠지만 왜 가고 싶냐고 물었을때 한다는 대답이 고작 \'재밌을거 같아서\' 이거다. 말 다했지 뭐. 홀라당 넘어간거야.



....그냥 주절주절 거리다 보니까 존나 길어졌네.
그냥 뭐 이렇다고 푸념 좀 해봤어. 요약하면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직업인 공무원, 아버지가 그때 자기 동료 욕먹었다고 뛰쳐나온 그 공무원을 계속 하고 있었다면 현재 이모양 이꼴난 우리 가족은 지금쯤 어떻게 지내고 있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는 거야.

혹시라도 이 긴 글 다 읽은 횽이 있다면 수고했어.
입대를 앞두고 그냥 마음이 싱숭생숭해서. 이럴때 담배를 못핀다는 사실이 좀 안타깝다...
나 그래도 열심히 살 생각이야. 횽들도 열심히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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