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하면 난 원룸에 멋진 자동차 몰고 옷도 멋진거 입고 [멋지게]살거라 생각했어.
껏해야 알바해서 40~50버는 학생신분 정말 싫었고...
그래서 취업했다.
지금은,
들어온지도 언 2년이 조금 넘고, 주임이라는 아무의미도 없는 직함 하나 얻었고(물론 직급수당이 조금 더 붙긴 했지만...), 년차따라 봉급이 조금 올라서 이제 연봉 2400정도고... 여전히 보너스는 600%...
본봉이 작긴 했지만 외국계에다 보너스가 푸짐하고 주5일제에 사원복지 잘 되어있단 말에 고민할거 없이 다니기 시작했어.
그런데, 개뿔...
역시 초임연봉이 작으니까 매년 10%씩 올라도 별 차이 없고...
600% 중에서 50%씩 설날 추석 나오고 나머진 연말에 몰아서 나오니, 평소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고...
주5일제? ㅋㅋ 웃기는 소리다 진짜. 주5일제가 어딨어? 우리나라 대부분 회사가 주5일제 안하니 한국회사 상대하는 우리도 결국 말만 5일근무고 토요일은 알아서 그냥 나와서 일하게 되더라. 물론 강제는 아니지만...
외국계 특유의 자유로운 분위기? 웃기지 마라 그래. 결국 지사장 한국인이라 다를거 없더라. 그냥 지가 아주 신인줄 알아. 그리고 우리도 신급으로 대우해.
사원복지? 그래 생리휴가 출산휴가 육아휴가 등등등... 나한테는 별 상관 없더라. 이미 4년제 나온놈이 뭐하러 학교 다니겠어? 그러니 회사에서 아무도 학교다니는 놈들 없으니 사원교육지원 같은것도 거의 없어. 있어봐야 가끔 PLC교육 참석하는건데, 그마저도 일요일에 있고, 회사에서 돈 조금 지원하고 나머진 나라에서 대주지. 1년에 한번씩 싱가폴이랑 본사있는 독일 보내주는 프로그램 있는데, 툭하면 출장갈 사원들 끼워 겸사겸사 해서 결국 일만하고 오게 만들고...
아놔...
그래도 한달에 45만원씩 알바해서 먹고살때 보단 나은 생활 하겠거니 했는데,
이게 왠걸...
취업하니 친구들 만나도 돈 더 쓰게 되고,
그냥 간단한 선물만 해도 되었던 기념일(가족과 친지생일, 부모님결혼기념일, 어버이날 같은...)에도 적어도 20은 깨지고...
그냥 가서 인사만 했던 초상, 혼인, 돌같은 경조사도 이젠 5만원 씩은 들고 가야해...
그리고, 집에 적어도 한달에 50은 넣어줘야 하고... 올해 환갑맞으시고 일손 놓으신 아버지 용돈에, 병석에 계신 할머니 찾아갈 때마다 큰어머니한테 맛있는거 해드려라고 드리는 돈에...
게다가 나도 돈 모아야 하니 적금 넣고...
그렇게 이리 저리 빼고 나니 한달에 평균 40만원정도 남더라.
뭐 사고 싶은건 큰맘 먹고 카드 긁고, 몇달간 할부에 시달리는 거지.
45만원으로 혼자 자취할때도 이리 궁핍하지는 않았는데...
오죽하면 담배를 줄였겠냐...
집이 못사니 내가 내돈을 쓰질 못한다.
그냥 돈 버는 기계일 뿐일까 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
여친은 지난 3월 헤어지고, 오히려 지출이 줄어서 잘 되었다는 안도감이 들더라.
지금도 여자 만나서 돈 쓸 여유 없어. 집에가서 김치에 밥먹으면서 무슨...
집에다 50만원 붙여줘도 내 입장에선 최대로 보내는 건데,
집에서 볼땐 안그런지 내 연봉에 보너스 까지 합해서 봉급 계산한 뒤 나머지 돈 어디다 쓰냐고 닥달이지...
솔직히 짜증나지만... 이제 나도 가장이란걸 느끼는건지 이리저리 이야기 하면서 되지도 않을 설득을 하고 자빠져있어.
생각해 보면 평소에 매달 30씩 넣는 적금으론 뭘 할래도 부족해.
그러니 연말에 나오는 보너스 바로 통장에 넣고 아예 안건드리거나 하지 않으면 난 돈을 모을 기회조차 없는거야.
그런데, 집에선 안그러지... 물론 내가 못미더워서 그러시는 거겠지만 나도 사실 부모님이 돈을 관리하시는거 못미덥거든.
그리고 나도 목돈을 가지고 있어야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을 지지...
그래서 집에 전화할 때마다 언제나 말싸움으로 끝나.
집안 사정상 스스로 돈을 모아 시집가야 하는 동생 입장도 정말 불쌍하지만, 사립대 간건 동생이고, 국립 간건 난데, 두배이상 큰 액수인 학비대출금까지 내가 맡아야 하는건 정말...
보증금이 모자래서 회사에서 멀리 옥탑방 하나 잡았고, 선풍기 달랑 하나 달고, 여름엔 더워서 창문 다 열고 전격살충기 켜놓고 사는 내가 생각해도 불쌍한 내가 왜 여동생 뒷바라지 까지 해야 하는지... 아놔...
회사 출퇴근 때문에 산 라노스는 얼마전 트럭이 받아버려서 리오 중고로 한대 뽑아 다니는데,
같은 동기가 타고 다니는 소나타나 SUV차량들 이런거 보면 처음보다 퇴화한 내 차가 정말 초라해 보인다...
그런데도 명절때만 되면 부모님 모시고 고향 내려 가는데, 그 기름값은 누가 내냐? 아놔...
거기다 갔다왔다 중간에 식비, 잡비 모두 내가 내고... 그러면서 나는 나대로 선물 준비에 용돈 준비에...
가만 생각하면 내가 어떻게 먹고 살고 있지? 라는 의문이 들 정도니까...
삶이 참으로 재미 없다.
가끔 이래서 사람들이 자살하나 보다 싶어.
남자로 태어나서 여자에게도 관심 없어지고, 그냥 주변에 나 바라보는 사람들한테 으례 해야 할 일들 시키는데로 하면서 내 노력으로 번 재화의 태반을 남이 쓰고, 난 슈트하나 잘 못사입는 형편이고...
그래...
어쩌면 여자 만나서 결혼하는 것도 좋겠다. 맞벌이 할 수 있는 공무원 여자 같은거...
그럼 생활이 좀 나아지려나?
...
...
오늘 친한 동생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어.
가는데 한시간 이상 걸려. 아직 학생인 친구들이 많으니 내차도 들고 가야겠지.
조의금으로 적어도 5만원은 꺼내야겠지. 그리고 멀리 있는 친구들이 부탁한 조의금도 대신 내줘야 하겠지만, 사실 그돈 받을수 있을거란 생각은 아예 안해. 어차피 학생때도 서로 빌렸던 돈 안갚고 그냥 그렇게 지내던 사이였으니까... 게다가 같이가는 놈들 중에도 학생인 놈들 돈 빌려달란 놈도 있을테고...
초상집 한군데 가는데, 내가 잡고 있는 예산이 30이야.
빌어먹을 부산은 일자리도 없어서 왜이리 백수들을 만들어 내는지...
그놈들은 알고나 있을까? 자기들 용돈보다 내 용돈이 더 적은걸...
말하고 싶어도 변명처럼 보이고 쪼잔해 보일까봐 그냥 참고 넘겨.
하긴... 나만 그런것도 아냐. 내 친구들만의 경우일수도 있지만 취업한 놈들 모두 엉뚱한데 나가는 돈 때문에 정작 자기 쓸 돈이 없어.
차라리 나 혼자만의 상황이었다면 그냥 연을 끊고 혼자 나몰라라 살아갈 법도 하지만 이건 뭐... 주위에 죄다 비슷한 상황이니...
아...
진짜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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