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 이별신부터,
본방을 한참 달릴 때는
왕자님 용안이랑, 눈 돌아가는 국극 퀄리티에
아마 이렇게까지 감정 동화가 안되었었나봄

극중에 혜랑이 참 못된 짓을 하긴 했지,
어떤 식으로든 간에 용납될 수 없는 수준이었던 것도 맞고.

근데 옥경을 바라보는 혜랑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언제부터였는지
극중 정말 한번도 혜랑에게 따뜻한 적이 없던 옥경이
(술 취해서 널 두고 어디가냐고는 하지만 그 마저도 혜랑의 불안을 자극했을 뿐이고)

같이 연기를 한 감정을 나누는 것들마저 삭제 된 이들.
목포에서 정년이를 가르쳐주면서 즐거워하던 옥경이
영서와 한밤중 합을 맞춰주던 옥경이
정년이 합 맞춰주려 오랫만에 가다끼 연기도 꺼내던 옥경이

연구생 애기들도 무대서기 전 후 긴장과 성취를 나누는데.
정말 동료로도 파트너로도 권태라는 말로도 모자라는 둘.

그러다가 마지막에 가서야,
대기실에서 이 무대는 너랑 나만의 것이라는데
아마 헤랑은 오랫동안 늘 그렇게 생각해 왔겠지만,
옥경이 혜랑에게 저런 말은 정말 오랫만이었을테고

그 끝이, 전설로 남을 최고의 무대를 끝으로
국극의 무대에서도 혜랑이에게서도 사라져버렸으니

혜랑이 마지막에, 나는? 나도 같이 가는 거지..? 그 말.
정년이와 주란이 사이에서도 삭제된 장면에 있다는 말
'나는?'

상대에게 이런 말은,
결코 그냥 여럿이 공유할 수 있는 친구에서는 쓸 수 없을 말.
너에게는 내가 나에게는 네가
서로에게 너무도 당연해야 할 수 있을 말..

작가의 인터뷰에서 쓰였던 한 줄,
우리는 인생에서 옥경이보다 혜랑이일 때가 더 많다고.

엉엉. 다시봐도 슬픈 혜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