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영화 리뷰]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아찔함 《시빌 워:분열의 시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31 09:11:05
조회 5454 추천 1 댓글 25
[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영화가 지루해질 중반 무렵, 빨간 선글라스를 쓴 군인(군복을 뒤집어쓴 폭도일 뿐)이 워싱턴 DC로 향하는 기자들을 붙잡고 총부리를 겨눈 채 물어본다. "너는 어떤 종류의 미국인이냐?(What kind of American are you?)"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이가 얼마나 있을까? 로이터 통신 소속의 미국 기자는 한참을 머뭇거리다 플로리다라고 말해 살아나고 다른 동료 기자는 홍콩이라고 답했다가 가차없이 죽임을 당한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영화 《시빌 워:분열의 시대》의 한 장면이다. 미국에서 위헌적인 3연임을 하려는 대통령 탓에 내전이 벌어졌고, 정부군에 맞서 캘리포니아·텍사스를 축으로 한 반군이 맞서는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다.


 


12월 3일 국회로 진입한 군인들을 연상케 하는 장면


 

 

미국에서 내전이 벌어지다니그야말로 파격적인 설정이다. 영화는 중반까지 왜 미국인들이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아무렇지 않게 죽이는지 이유를 말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중반까지의 흐름은 지루하다. 영화를 처음 볼 땐 지루함을 참지 못 하고 졸던 끝에 아예 들어가서 잤다. 하지만 중반부터 본격적인 이야기는 시작된다.


 

영화는 아무런 힌트도, 나레이션을 통한 스포도 없다. 세 명의 사진기자의 눈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여줄 뿐이다스토리는 종군기자를 꿈꾸는 어린 여자아이를 포함해 현직 기자 2, 이 세 사람이 이동하는 경로 그대로를 가감없이 보여준다그래서 재미가 없다. 그냥 흑백 사진 속 다큐 같고 취재수첩에 적은 무미건조한 텍스트 같다.


 


현실이라고 생각하면 정말 공포다.


 

 

세상은 흑과 백, 이분법에 의해 구분될 것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어쩌면 흑도, 백도 아닌 회색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만약 세상을 둘로 나눈다면 나는 어느 편에 서야 할 것인가? 이 영화가 던져주는 물음이다.


 

사회 질서가 붕괴된 영화 속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존재는 대통령도 군인도 아닌, 무법지대에서 폭주하고 있는 일반인들이다. 빨간 안경을 쓴 군인도 아니면서 군인 행세를 하는 그들이 가장 무서운 존재들이다. 절도를 한 이웃을 매달아 죽을 때까지 패고, 어디선가 나를 향해 총을 쏴대는 저격수가 있고, 넌 어떤 종류의 미국인이지? 라고 물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을 죽인다.


 


당신은 어느쪽 미국인인가?


 

 

이 영화는 총이나 탱크, 헬기와 비행기 같은 무기로 인한 전쟁의 무서움을 말하지 않는다. 국가가 국민을 하나로 묶는 집단적 통일성과 시민으로서의 동일성이 상실되면 언제라도 피아식별을 하면서 서로를 죽이는 세계가 올 수 있다는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영화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거의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던 대한민국 해방 이후 시국에 군인도, 어떤 기관의 소속도 아니면서 사람들을 편 갈라 죽임을 일삼던 서북청년단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 우리나라 상황은 어떤가. 헌법재판소 앞에서부터 경복궁까지, 광화문 광장에서 시청까지 둘로 갈라져 서로를 향해 으름장을 놓는다. 이를 중재하는 중간자적인 존재는 없다. 영화에서처럼 대통령은 오히려 싸움을 부추겨 일촉즉발의 상황을 즐기는 듯하다.


 


기자의 눈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는 영화다.


 

 

어느 사회, 어떤 시대에도 극단주의는 존재했다. 하지만 봉합 불가능할 정도의 균열을 만드는 것은 용서받지 못할 일이다. 12 3일 계엄령 선포는 내란의 첫 시발점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극심한 내란 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우리의 승리가 목전에 있다고 비상계엄 선포하듯 야비한 웃음을 흘리던 미국 대통령은 영화의 마지막에 결국 진압군에게 잡힌다. 집무실 책상 밑에 숨어있다가 질질 끌려 나온 대통령을 사살하려는 순간 기자가 묻는다.


 

기자 : 한 말씀 하시죠.


대통령 : ...살려주세요.


기자 : 좋아요. 그거면 됐습니다.


 

옆에 서있던 군인이 대통령을 총으로 사살한다.


 

도대체 기자가 뭐길래, 한 나라의 대통령이란 자가 왜 이렇게까지 시민들을 분열시키고 피 흘리게 하는지 인터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수천 킬로미터를 달려왔는지 모든 의문이 풀렸다. 대통령 같잖은 대통령의 저 말 한 마디를 역사 속에 기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달려온 것이다.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ansonny@reviewtimes.co.kr>
<저작권자 ⓒ리뷰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view_times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79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사회생활 대처와 처세술이 '만렙'일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5/03/31 - -
3604 [자동차 트렌드] 국내 수입차 350만대...10년새 200만대 증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4 14 0
3603 [모바일] 삼성전자, 갤럭시 반품 제품 인증 중고폰으로 재판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5 14 0
3602 [자동차] 현대차, 디자인 콘셉트카 '인스터로이드' 공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9 16 0
3601 [스타 리뷰] 신스 팝 돌풍 일으키며 등장한 스탠다드 락 음악 그룹 '아하(a-ha)'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38 15 0
3600 [공연] 해운대를 물들일 클래식...'영화의전당'서 오늘부터 20일간 무료 야외 상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59 0
3599 [가전] 독일 정수기 브리타, 안성재 셰프와 “물 거르세요” 캠페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62 0
3598 [여행 리뷰] 해외여행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이국적인 여행지들 [2]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01 2489 1
3597 [음료] 메가MGC커피, 아이스 아메리카노 빼고 가격 인상 결정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111 0
3596 [나들이 리뷰] 분홍빛 봄의 향연 '부천 원미산 진달래 축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5229 4
3595 [공모전] 예스24, 대화형 도서 추천 챗봇 ‘크레마AI 캐릭터 공모전’ 개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97 0
3594 [반려동물] 사회적약자 반려동물 장례 비용 지원…반려묘도 대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87 0
3593 [고찰 리뷰] 미래를 꿈꾸는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의 어제를 돞아보다 [10]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5467 3
3592 [쇼핑] 쿠팡, 만우절 반값할인 기획전 내달 6일까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95 0
3591 [여행] 일본 소도시 ‘도쿠시마’를 즐기는 6가지 방법 소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339 0
3590 [호텔] 콘래드 서울, 프리미엄 뷔페 레스토랑 ‘제스트’ 리뉴얼 오픈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83 0
[영화 리뷰] 어쩌면 우리의 현실이 될 수도 있는 아찔함 《시빌 워:분열의 시대》 [2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5454 1
3588 [제품 리뷰] 인테리어와 타이머, 두마리 토끼 다 잡은 '울티 플로우 디지털 비주얼 타이머'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76 0
3587 [영상 리뷰] 휴대폰 인증번호가 오지 않을 때 해결 방법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1 78 0
3586 [AI 리뷰] 챗GPT 지브리 스타일 직접 해보니…’스타일’은 법적 보호대상 아니다? [60]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0 9894 14
3585 [나들이 리뷰] 서울에서 만나는 개나리 동산 '응봉산 개나리'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30 123 0
3584 [리뷰 만평] 대한민국을 불태우는 사람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232 0
3583 [화장품 리뷰] 피부 탄력 높이는 성분 품은 '닥터 파모르 시네이크 시리즈'를 써보고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187 0
3582 [디지털] 디지털 격차 감소했지만, 청소년 10명 중 4명 '스마트폰 과의존' 증가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201 0
3581 [자동차] MINI 코리아, ‘뉴 MINI 쿠퍼 C 5-도어’ 국내 공식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186 0
3580 [국방] HD현대중공업, K-함정 수출 날개 달아…필리핀 수출용 3,200톤급 초계함 2번함 진수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179 0
3579 [음료] 공차, 태국 감성 가득 ‘츄잉 망고 밀크’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186 0
3578 [가전] 황사? 미세먼지? 다이슨 쿨 공기청정기 PC2로 해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164 0
3577 [자동차 리뷰] 수입 프리미엄 대형 세단의 대명사 ‘벤츠 S클래스’의 몰락? [6]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2126 0
3576 [제품 리뷰] 샤오미 중저가 스마트폰 ‘포코 F7’, 합리적 가격에 고성능 탑재 [23]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8 2318 3
3575 [자동차] 현대차그룹, 대학생 자율주행 챌린지 대회 개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182 0
3574 [소셜] 한국 Z세대, “데이트할 때 동등한 관계 중시한다” [43]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6606 8
3573 [여행 리뷰] 좌충우돌 유럽 가족여행기⑮ 에필로그_우물 벗어난 개구리의 유럽여행 꿀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328 0
3572 [DIY 리뷰] 순정 스타일 자동차 DIY, 프런트 플로어 네트 설치하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161 0
3571 [직업] 직장인 10명 중 6명 ‘내 직업 불안하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183 0
3570 [AV] 뱅앤올룹슨, 국내 2대 한정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457 0
3569 [영상 리뷰] 유튜브 계정 만들기 및 이름 바꾸기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7 169 0
3568 [보안] 한화비전, 소상공인용 매장관리 CCTV 솔루션 ‘키퍼’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88 0
3567 [모바일] 아트뮤, Qi2 인증 맥세이프 보조배터리 2종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86 0
3566 [주류] 지평막걸리, 호주 시작으로 올해 20개 나라에 K-술 수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81 0
3565 [ESG] 슈나이더 일렉트릭, 2024년 지속가능성 목표 초과 달성… ESG 리더십 강화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64 0
3564 [식품]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얼마나 먹으면 적절할까 [8]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5593 5
3563 [식당 리뷰]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2025 올해 최고의 레스토랑에 '방콕 GAGGAN'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2026 0
3562 [미용] 엘파운더, 미세먼지 케어 특허 성분 화장품 '닥터리제이비 퍼밍 로이스 세럼' 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61 0
3561 [인사] 휴니드 김유진 회장, 경영일선 복귀해 미래 성장동력 직접 찾는다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160 0
3560 [항공 리뷰] 유럽여행 저가항공 시대...티웨이항공 스페인 바르셀로나 왕복 후기 [5]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6 2113 2
3559 [PC] MSI, RTX 50 시리즈 탑재 AI 고성능 게이밍 노트북 사전예약 개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24 0
3558 [음료] 이디야커피, 누누씨 꿀테마 음료 신메뉴 3종 선보여 [1]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311 1
3557 [도서] 예스24, AI 대화형 도서 추천 챗봇 ‘크레마AI’ 공개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193 0
3556 [이벤트] ‘단 1팀만 모십니다’ 한국민속촌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5366 1
3555 [주방] 셰프 안성재, 독일 정수기 브랜드 브리타 모델로 발탁 리뷰타임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25 211 1
뉴스 문소리, ‘폭싹 속았수다’ 애순으로 시청자 울린 이유는 디시트렌드 04.0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