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청원 하면 패를 잘하고 자주했던 기사로도 유명하다.

자작해설이 있는 기보집을 보면 어떤 대국은 아예 바둑두기 전부터 이판은 무슨 패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었다.

초반 귀의 정석에서 발생하는 패를 말하는 것인데, 그 유명한 눈사태형 정석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물론 상대가 이런 오청원의 속셈을 알아차리고 초반 정석에서 다른 모양으로 둬 버리면 시도할 수 없었다.

더구나 상대가 오청원인데, 오청원이 창시한 정석으로 두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기사가 후지사와 호사이 9단이었다.

자기는 흉내바둑 두면서 상당히 치사한 성품의 소유자로 판단된다.

그 여러번의 시도 끝에 오청원은 드디어 눈사태 형 정석 후 귀에서 발생하는 한 수 늘어진 패를 시도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상대가 누구였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데, 일단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그 바둑은 오청원이 졌다.

초반 대유리 국면이었지만, 오청원은 끝까지 귀의 한수 늘어진 패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둑을 유도해 나갔고, 이때 상대방의 묘수가 터지고 오청원의 실수까지 더해졌다.

오청원의 끊임없는 연구열은 이미 너무도 유명한 것이지만, 그 기보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