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zm 리뷰에서 "마이클 잭슨과 퀸시 존스의 실루엣이 느껴진다"고 했는데, 퀸시 존스까진 모르겠지만 적어도 마이클 잭슨을 전제하지 않고선 이야기할 수 없을 싱글이다. 더 정확히 하자면 1995년 발표된 'Scream'을 말하는 것이다. 동생인 자넷 잭슨과의 협연이나 '세상에서 제일 비싸게 만든 뮤직비디오' 같은 트라비아 때문에 많이 가려졌던 사실이지만, 인더스트리얼 계열의 금속성 사운드 텍스쳐와 R&B 보컬, 극도로 날카롭게 몰아치는 비트의 유연한 결합은 마이클 잭슨 특유의 블록버스터급 실험 정신이 아니고선 볼 수 없었던 전대미문의 것이었다. 그런데 이들 특징을 지금 저 멀리 한국의 아이돌 그룹이 자기 것으로 그럴듯하게 소화해낸 것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15년 전에는 무척이나 미래적으로 들렸던 사운드가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정도.

물론 돌이켜보면 이런 부류의 곡들은 다른 SM 가수들도 부른다. 당장 f(x)의 'Nu ABO'가 있고 보아의 'Eat You Up'이 있다. (이 곡들은 모두 같은 작곡가진의 작품이다.) 'Sherlock'은 SM이 그동안 조심스럽게 갈고 있던 칼을 가장 어울리는 아이돌에게 쥐어주었다는 것. 그리고 그 칼을 작정하고 휘두른다는데 그 의의가 있다. 'Clue' 'Note' 두 곡의 조각들을 한 트랙 안에 조립하자 다른 곡에선 한두 번이나 튀어나올 법한 훅과 절정 어택이 곡 내내 터져나온다. 웬만해선 도저히 항복하지 않고(...) 버틸 수 없는 트랙이지만, 그만큼 금방 피로해진다는 단점도 감안하는 게 좋을 것이다.

각설하고, 사운드나 장르 같은 음학(音學)적 요소뿐만 아니라 곡 전체의 컨셉과 아우라까지 고려했을 때, 중요한 건 'Scream'이 보여줬던 비전을 'Clue'와 'Note'의 접합, 샤이니와 'Sherlock'의 접합만큼 재현한 경우가 흔치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로써 우리는 시쳇말로 '중2병 쩐다'(...)는 비아냥에 시달리는 SMP가 'Sherlock'을 통해 어느 순간 마이클 잭슨의 또다른 적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기막힌 아이러니에 도달하게 된다.

한때 Justin Timberlake가 포스트 MJ의 명성을 누리긴 했지만 그 명성은 퀸시 존스와 함께했던 초기 MJ와의 유사성에만 근거한 것이었다. 그에 비하면 괴이쩍은 가사와 패션 센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잔뜩 분노한 허세(...) 등으로 미국의 10대 초딩마저도 유치하다고 비웃는 SM의 아이돌 월드야말로 얄궃게도 '피터팬 컴플렉스' 같은 MJ의 어두운 요소들까지 친화력 있게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를 두고 SM이 비판/비난받아야 한다는 얘기는 아니다. 좋은 게 좋다는 거지.

덧붙여. 'Clue'와 'Note'의 매시업(mash-up)은 실험적인 야심보다는 비즈니스 모델의 측면에서 살펴보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Sherlock'의 전략은 앨범 수록곡 전부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한번에 서너 곡을 한꺼번에 프로모션하는 YG의 마케팅을 SM의 방식으로 소화한 것으로 보인다. 팬들이야 어차피 전곡을 다 다운로드 받겠지만, 'Sherlock'의 마성(...)에 홀린 사람은 'Clue'와 'Note'도 듣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이 세 곡이 같은 요소를 반복하면서도 연달아 틀어놓으면 하나의 대곡을 듣는 듯한 재미가 쏠쏠하다. 좀 꼼수스런 면이 있지 않나 싶지만, 머리 잘 굴린듯.

thosedistantpainfulmemories.tistory.com/64

평론가는 아니고 그냥 블로거인데 내용이 괜찮아서 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