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산책을 하며 길을 걷다 usb를 주웠습니다. 굉장히 독특하게 생긴, 언뜻봐선 usb라고 생각지 못할 디자인의 usb였습니다.
누가 이걸 버린건지, 왜 버린건지 그리고,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하지만 이런 것을 확인할때는 조심해야 합니다. 안에 좋지 못한 것이 들어있을 수 있고, 바이러스가 들어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오래된, 더는 쓰지 않고있던 노트북을 꺼내왔습니다. 처음엔 켜지지 않았지만 조금 충전시켜주고 다니 다행히 전원이 들어왔습니다.
잠깐의 부팅시간동안 콧노래를 부르며 기다렸습니다. 오래된 노트북이라 그런지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노트북이 켜지고 usb를 꽂았습니다. 이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궁금해서 더는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usb에 들어있는 파일의 용량은 크지 않았습니다. 대략 3.5기가정도.... 총 8기가짜리 usb였으니 절반이 조금 안되는 정도였군요.
저는 첫번째 파일을 열어보기로 했습니다. 그건 사진이었습니다. 그냥 특별할 것 없어보이는 거리에 몇몇 사람들이 걸어가는 사진이요.
'이게 뭘까?' 하는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지요. 저는 더욱 이 usb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두번째 파일을 열어보았습니다.
이번에 연 파일도 아까와 똑같이 거리를 찍은 사진이었습니다. 다만 첫번째 파일과 다른 점이라면 굉장히 한적해보이는 거리에 단 한 사람만 걸어가고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의문이 풀리지않고 오히려 깊어지는 가운데 세번째 파일을 열어보았습니다. 그 파일역시 사진이었고 그제서야 저는 이 usb의 주인이 무엇을 찍고싶어했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세번째 사진은 골목을 찍고있었습니다. 그리고 거기엔 두번째 사진에 찍힌 사람이 찍혀있더군요. 혹시나 싶어 첫번째 사진을 찾아보니 거기에도 그 사람이 보였습니다.
저는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했지만 세 사진 모두 후드모자를 눌러쓴 뒷모습만이 담겨있었기에 그 어떤것도 알 수 없었습니다.
누가 어째서 이 사람을 몰래 찍고 있는 것일까? 궁금증은 점점 더해져만 갔기에 홀린듯이 네번째 파일을 열어보았습니다.
역시 이번에도 사진이었습니다. 쫒아가고있던 사람이 뒤를 돌아보는 것 같았는데 서둘러 숨으려고 한 것인지 사진이 많이 흔들려있었습니다.
덕분에 사진이 뭉개져버려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초점도 맞지 않았던 것인지 뿌옇고 눈에서는 빛이 나는 것 처럼 사진이 찍혀있었고요.
아쉬움을 느끼며 다섯번째 사진을 열어보았습니다. 다시 그 사람의 뒷모습을 찍은걸 보니 들키지 않고 잘 숨었나봅니다.
여섯번째 파일을 열어보았습니다. 이상하네요. 이번엔 그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냥 산책로만이 찍혀있을 뿐이었습니다. 어떤 한 사람을 쫒는것 같았는데...제가 잘못 짚은거였을까요?
그런데 저 장소 묘하게 낯익은 느낌... 어딜까요? 제가 분명 아는 곳인 것 같았습니다.
의문은 점점 더해가는 와중 일곱번째 파일을 열었습니다. 다행히 다시 그 사람을 찍었더군요. 이번엔 좀 더 가까이서 찍은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뒷모습뿐이라 실망하며 파일을 닫으려던 제게 무언가 보였습니다.
거울, 골목 코너에 설치되어있는 거울이 찍혀있었습니다. 거기에 의문의 사람이 찍혀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사진을 확대해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확대시키자 화질이 좀 깨져있었지만 저는 눈을 크게 뜨고 무엇이 보이는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무엇이라도 알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선 말이죠.
하지만 곧 그런 희망은 사그라들었습니다. 화질이 너무 안좋았던 것도 있고 심지어 목도리를 하고있어 얼굴이 많이 가려져 있었거든요.
저는 실망을 하며 여덟번째 파일을 열었습니다. 이 usb의 주인인듯한 사람이 회색 머리카락을 들고있는 사진이었습니다. 아니 머리카락이라기엔 너무 부드러워보이는걸 보니 머리카락은 아니고 무슨 털 같기도 했습니다.
저는 갑자기 나온 그 사진이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었고, 앞서 찍던 사람의 정체가 너무나 궁금해 그냥 다음 파일을 보기로 했습니다.
아홉번째 파일이었습니다. 이제 그 파일과 다음 파일이 마지막이었기에 저는 잔뜩 긴장을 했습니다. 분명 두 파일에 앞선 사람의 정체가 나올터였죠.
아홉번째 사진은 앞선 사진과 다르게 밤이었습니다. 어떤 집의 창문을 찍고있고, 무언가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거울이 찍혔을 때완 다르게 창문쪽에 초점이 맞아있어 확대를 해도 어느정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창문에는 개과 동물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굉장히 날렵하고 무섭게 생긴... 한마리 늑대같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생각이 들었죠. 창문의 높이가 굉장히 높아보였거든요. 성인남성이 서 있을때나 겨우 얼굴이 보일 것 같은데, 네발 동물의 얼굴이 어떻게 보이고 있는 걸까요? 벽이라도 짚고 서있는 걸까요?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한 저는 마지막 희망을 품고 열번째 파일을 클릭했습니다. 이번엔 사진이 아닌 동영상이었습니다.
영상은 굉장히 어두웠고 미약한 빛에 조금씩 보이는 것 마져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촬영자가 뛰고있는 것 같았거든요.
희미한 물체와 빛나는 점들이 흔들려 무엇인지 전혀 알아볼 수 없었고 촬영자의 헉헉대는 숨소리와 멀리서 그르렁 거리는 짐승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에게 쫒기는 걸까요?
한동안 그렇게 어둠속에서 흔들리는 장면과 숨소리, 점점 커지는 그르렁소리가 들리던 영상은 너무도 갑작스럽게 끝났습니다. 배터리가 다 된 것이었을까요?
하지만 그런 것을 생각하고싶지 않았습니다. 허탈감에 기운이 쭉 빠졌거든요. 의문만 가득하고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었습니다.
이런 정체도 알 수 없는 사진과 영상들을 왜 usb에 담아둔걸까요? 그리고 왜 제가 산책하던 길에 놓여있었을까요? 그리고 usb의 용량은.... 누가 초인종을 누르네요. 누굴까요?
『누구세요? 배달이요? 아... 알겠습니다. 잠시만요....... 어....어....? 누....누구....』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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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
「이 38개의 항목을 영구적으로 삭제하시겠습니까?」
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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