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지방근무 하지마라모바일에서 작성

ㅇㅇ(39.7) 2024.09.10 18:59:25
조회 311 추천 1 댓글 0


빼빼로 데이, 그런 날에도 먼 산 언저리에 걸린 잿빛 구름을 보며 출근했다. 퇴근길에는 별빛이 희미한 밤하늘을 잠시 올려다봤다. 그리고 회식을 마친 후 집으로 돌아와서... 오늘따라 목구멍으로 뜨겁게 역류하는 불덩어리에 마음이 답답해졌다.

몇 년 먼저 취업한 선배로서, 연봉 5~6천이라고 하면 환장하고 덥썩 물어버리는 어리석은 취준생들에게 경종을 울리기 위해 이 글을 쓴다. 지방 근무에 대해 대충 ‘엿 같다’는 글이 몇 번 올라왔지만, 그저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극악의 고통, 100명 중 85명이 겪는다는 그 고통을 제대로 서술한 장문은 없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남긴다..

엊그제 익게에서 울산을 비롯한 지방근무에 관한 글이 많이 올라왔더라. 하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울산 같은 광역시도 아니고, 천안/포항/구미 같은 그럭저럭 살만한 도시도 아니다. 인구 10~20만 이하의 시군 지역, 산속/바닷가/논두렁에 위치한 대기업 사업소에서 청춘을 썩혀야 하는, 처참한 공돌이들의 인생이다. 시골에서 겪는 그 어마어마한 고립감과 고독, 이제부터 내가 하나하나 풀어 보겠다.입사 초기, 맛난 연수원 밥을 먹을 때는 몰랐다. 그게 고아원 가기 직전 부모가 먹여준 마지막 짜장면이었다는 사실을...

첫날 출근, 깨끗한 정장에 타이까지 매고 출근했지만, 사수라는 사람이 웬만하면 후줄근하게 입고 다니라는 충고를 했다. 현장 대리님은 입수 자세로 "너 뽈 좀 차냐?"며 험악하게 물었다. 축구에, 술에, 기운 쭉 빠지는 노래방까지... 내가 대학 때 자부하던 주량은 한 방에 무너졌다.교대근무라 주말? 공휴일? 그런 거 없다. 클럽, 나이트, 교회 다 놉이다. 근무 시간이면 무조건 출근이다. 친구 결혼식? 근무자 구하지 못하면 그냥 날려먹는다. 주말이 낀 근무 시간에는 극도의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리며 미칠 지경에 이르렀다.

사방이 산과 들로 둘러싸인 철옹성 같은 사업소... 그 속에서 나는 점점 공허함을 느끼며, 그저 비번만 기다리며 버텼다.외로운 시골 근무의 현실. 서울에서 자라 사랑스러운 사람과 결혼할 꿈은 허황된 꿈일 뿐이다. 결혼까지 바라보는 나이 찬 여자들이나 동네 아가씨들... 상태 좀 나은 애들 찾으려 장거리 소개팅을 뛰지만, 시골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까인다. 내 동기들 중 몇몇은 서울에서의 삶을 그리워하며, 견디다 못해 이직을 결심하기도 했다.

결혼을 바라는 어른들의 압박도 만만치 않다. 옆에 있어도 좋은 사람, 없으면 그리운 사람과 사랑을 하고 결혼하고 싶지만, 현실은 학벌과 직업의 벽에 가로막힌다. 취미생활? 그저 헛된 망상이다. 서울에서라면 당연하게 누렸을 문화생활과 젊은 사람들과의 만남, 그런 것은 이곳에서 기대할 수 없다. 주변에는 할머니들, 아저씨들, 부장님들뿐이다.더욱 빡치는 것은, 이런 상황을 뻔히 아는 부장급 이상 간부들의 태도다. 그들은 서울에 집을 두고, 목요일 회식을 강요하며 금요일 저녁이면 칼퇴근해 서울로 돌아간다. 그리고 우리는? 탄원서를 써도, 어떻게든 올라가려 해도, 기약 없는 기다림뿐이다.

이 글을 읽는 취준생들이여, 돈 5~6천에 인생을 던지지 말아라. 서울이나 광역시에 남은 친구들이 너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현실. 이 글을 읽고서도, 이곳의 비참한 현실을 모르겠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 충고를 명심하라. 서울에서 굶어 죽을지언정, 절대로 시골로 내려오지 말라는 것을.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1995287 이제는 이직좀 하자 ㅠ [2] 취갤러(39.7) 10.23 98 0
1995286 1000억 400명 [2] 취갤러(39.7) 10.23 78 0
1995285 서류 70개 떨어졌다..... 이거 맞냐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278 1
1995284 퇴사햇는데 끝까지 근무는 머노 ㅅㅂ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197 0
1995283 중견 들어가기 빡세냐 [5] 취갤러(45.67) 10.23 199 0
1995282 9급 솔직히 구린 건 맞는데 [6] ㅇㅇ(121.167) 10.23 339 4
1995280 솔직히 이 갤에선 중대가 부심부려도 인정함 [1] 창업게이(218.235) 10.23 79 0
1995278 요즘은 초년생들도 초봉 기본 5천임 [2] 취갤러(223.62) 10.23 181 2
1995277 빡통에 몸병신이다 어카냐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52 0
1995276 면접보고 합격한 다음에 안나가도 되냐?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168 0
1995275 공기업 가라 취갤러(59.28) 10.23 59 0
1995274 호텔 하우스맨도 호텔급에 따라 달라지냐? ㅇㅇ(118.235) 10.23 55 0
1995273 몇살인데 지방 ㅈ소도 못간다는거냐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71 0
1995269 경험쌓는다생각하고 중소기업다니고잇는데 [2] 취갤러(210.205) 10.23 188 1
1995268 ㅋㅋㅋㅋㅋㅋ재밌네 취갤러(211.234) 10.23 69 0
1995267 충주맨이 말하는 공무원 과장님 모시는 날의 진실 [5] ㅇㅇ(155.94) 10.23 300 2
1995266 지방중소도 나이든 무경력은 믿고 거르네 [43] 아갤러(121.149) 10.23 3448 50
1995265 ㅈㅅ 연봉정보 [1] ㅇㅇ(220.88) 10.23 159 0
1995262 내가 살면서 본 부자와 가난한자들과의 차이점 요약 [3] 취갤러(175.207) 10.23 157 3
1995261 계약직이 정규직보다 좋게 대우받는 직장 뭐 있음? ㅇㅇ(221.160) 10.23 73 0
1995260 지금 다니고 있는 곳 면접 썰 생각남.. [2] 취갤러(112.214) 10.23 160 0
1995259 한능검이랑 컴활 같은거 학원은 없음? [2] ㅇㅇ(106.101) 10.23 121 0
1995258 님들 자소서 질문좀 취갤러(122.34) 10.23 66 0
1995254 인성 ㅅㅌㅊ? ㅇㅇ(223.39) 10.23 86 0
1995253 지잡대 일수록 질 나쁜 놈 년 들 ㅈㄴ 많음? [4] 취갤러(118.235) 10.23 163 4
1995252 대졸자 신입 연봉 평균 어느정도임? [5] 취갤러(223.62) 10.23 239 1
1995249 인서울 해라. 편입해라. [5] 취갤러(118.235) 10.23 217 3
1995247 취업률 개좋아졌는데? [5] 취갤러(223.38) 10.23 309 1
1995245 인사처가 말하는 면접 최종탈락 사유 [7] 취갤러(39.121) 10.23 418 3
1995244 공기업오지마라 [9] 취갤러(211.234) 10.23 200 0
1995242 진지하게 학점3.5만 넘어도되냐? [5] ㅇㅇ(220.89) 10.23 234 0
1995241 ai 안쓰는 이유 [3] 취갤러(182.210) 10.23 122 0
1995239 기업에서 채용을 포기한거같다 [3] ㅇㅇ(1.211) 10.23 227 0
1995238 30~40대 노처녀들은 왜이리 날카로운거냐 [1] 취갤러(211.234) 10.23 135 1
1995237 취업 면접 조언좀 …면접겹침 조졌다 고졸생산탈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197 0
1995236 교육들으러옴 취갤러(211.234) 10.23 40 0
1995235 난 못생긴걸까 그래도 평범은 한걸까? [9] 취갤러(116.39) 10.23 151 0
1995234 중소도 공고 요즘 많이 줄었나 [1] 취갤러(106.101) 10.23 129 0
1995231 울산에 내가 자리잡을 일자리 있을까 [1] 취갤러(106.244) 10.23 179 0
1995230 은행 이런데는 아직도 세자리씩 뽑는거같던디 [3] ㅇㅇ(223.38) 10.23 250 0
1995226 좆소가지마라 취갤러(211.204) 10.23 75 0
1995222 회사 다니기 싫어서 미치겠네 [2] 취갤러(175.223) 10.23 150 1
1995221 꼭 출근시간 8~10시에 맞춰서 고속도라 공사를 해야하는거냐?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113 0
1995220 서울인천경기 집값도비싸고 취업안되면 지방와라 [1] 이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23 126 0
1995219 신분증 사본 가져오라는데 [2] ㅇㅇ(211.235) 10.23 151 0
1995217 너네도 직장인인데 공채 찔러보듯이 다 넣음? [1] ㅇㅇ(106.101) 10.23 152 0
1995216 아무 스펙도없는 고무백 월 350씩 받는중 [1] ㅇㅇ(118.235) 10.23 154 0
1995215 영업 경력 1년 채우면 인사,총무로 가는데 도움됨? 취갤러(223.39) 10.23 77 0
1995214 방금 지하철에서 방구 뀌었는데 냄새 장난아니네 [1] 취갤러(106.101) 10.23 91 0
1995213 오늘은 기분이 좋아 랄랄라랄랄랄랄라 마음속 깊에 간직한 꿈이 취갤러(106.101) 10.23 40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