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OOO님.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진심으로요. 정말 매번 이렇게 많은 지원자들이 와주시는 걸 보면, 우리 회사가 뭐라도 되는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답니다. 하지만 그 착각도 잠시, 오늘도 어김없이 이 편지를 쓰게 되었네요.

사실, OOO님의 지원서를 보면서 참 감동했습니다. 아, 정말 이 사람은 왜 이 회사에 지원했을까? 하고요. 저희 회사에 너무 과분한 능력을 가지고 계시더군요. 그래서 고민을 했습니다. 이런 분을 저희가 과연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결론은… 역시나 '아니오'였습니다.

OOO님, 솔직히 저희도 힘들어요. 매일같이 이런 편지를 쓰는 게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세요? 그냥 다 뽑아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저희가 망할지도 몰라서요. 아무래도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을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느끼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공평하지 않은 세상에서 이 회사를 어떻게든 지켜야 하거든요.

OOO님께서는 분명히 훌륭한 능력을 가지고 계세요. 그 점에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저희는 그 능력을 알아볼 눈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사실 눈이 있긴 한데, 저희가 모시는 분들께서 "그냥 다른 사람으로 하자"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저희도 어쩔 수 없었습니다. 다들 보세요, 다들 똑같이 힘들잖아요?

저희가 드릴 수 있는 위로의 말씀은 딱 하나입니다. "다음번엔 꼭 될 거예요!" 물론 저희 회사 말고, 다른 곳에서요. 저희도 OOO님이 여기서 다시 도전하시기보다는, 그냥 더 나은 곳에서 빛을 발하길 바라니까요. 저희도 한때는 꿈을 꾸었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편지나 쓰고 있네요.

OOO님의 앞날에 행운이 가득하길 빌며, 이번에도 불합격을 축하드립니다. 어쩌면 이게 오히려 더 나은 결말일 수도 있잖아요?

그럼, 다음번에 더 나은 곳에서 뵙길 바라겠습니다.

P.S. 다음에 또 지원하시면, 저희가 참 미안할 것 같네요. 그래도 괜찮으시면 언제든지 도전해 주세요! 저희가 다시 이 편지를 쓸 수 있도록 열심히 기다리고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