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살던 꼬맹이가 한화 취직했더라고

어렸을때에 나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고 철도 별로 없었던 여자애였거든

사실 우리집이 나 14살때 이사가고 걔 만나지도 못했는데 사실 부모님들끼리는 그때 인연으로

자주 만나고 이야기하는데 어제 부모님이 모임 갔다왔는데 걔가 한화 무역에 취직했다는거야

그것도 나이 22살에 정규직으로

사실 중간중간 이야기 들었을때는 별로였거든

실업계 갔다 겨우겨우 전문대 갔다 이런 이야기 듣고는 얘가 인생준비 안하는구나 내심 비웃으며

명문대생이라는 자부심 하나만 믿고 목이 뻣뻣한 나는 세상을 마치 다 가진양 기고만장했었지

하지만 이제 군대 갔다온 23살의 나는 복학하면 2학년 2학기 아직도 졸업이 까마득한 대딩신세에

경험삼아서라지만 야간에 기술직한테 욕이나 처 먹으면서 일하는 비정규직 신세인데

나름 나는 내 인생을 열심히 착실하게 준비해왔다고 생각했지만

갑자기 세상에 확 무서워지는 그런 느낌 알지?

그런 느낌이 든다

그리고 남을 일찍이 함부로 판단하고 비웃는 짓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박진영이 그랬잖아

자기는 나이 스물에 인생의 승리자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패배자가 되었다고

명문대생이 되어 승리자가 되었지만 서울대생이 되지 못해 패배자가 된 신세였다고

근데 그때 이론상 자기보다 훨씬 아래에 있어야 마땅한 대학조차 가지못한 패배자 아니

낙오자 친구가 떼돈을 벌어 서울에 건물 몇 채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봤고

이론상 자기보다 훨씬 위에 있어야 마땅한 엘리트 중에 엘리트였던 친구가

사업을 하다가 망하고 대기업에 입사했지만 해고당하는 경우를 봤다고

인생은 자기가 어떻게 개척하냐에 따라 결정되는 것 같다

나도 이제부터 그 개척을 위해 노력해야겠어

다른 곳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