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잠깐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일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만뒀어요.”
2005년 초 한 전문대 의상학과를 졸업한 이모(23·여) 씨. 그는 개인사업을 하는 어머니에게서 한 달에 40만 원 정도의 용돈을 받아 휴대전화 요금, 밥값 등을 해결하는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이 씨는 “당장 돈이 급한 것도 아니고, 딱히 하고 싶은 일도 없어서 지금은 쉬고 있다”며 “주변에도 나처럼 일할 생각이 없는 친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 씨처럼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층이 늘어나면서 통계상 실업률은 낮은데도 고용사정은 나아지지 않는 ‘이상(異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취업을 포기한 사람은 아예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8일 내놓은 ‘최근의 실업률 하락 및 고용률 정체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1분기(1∼3월)의 실업률(경제활동인구 중 실업자 비율)은 3.6%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0.3%포인트 낮아졌다.
실업률이 낮아지면 고용률(생산가능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높아지는 게 보통이지만 올해 1분기 고용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58.5%)에 비해 고작 0.1%포인트 늘어난 58.6%로 사실상 정체 상태였다.
유 연구위원은 이 원인을 취업을 포기한 청년층 인구에서 찾았다.
지난해 청년층(15∼24세) 비(非)경제활동인구는 418만6900명. 이 가운데 임금 등 근로조건 등이 맞지 않아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는 ‘실망 실업자’는 2만8500명, 육아 가사 등에 종사하면서 다른 일을 하지 않는 ‘경계 실업자’는 4400명이었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실망·경계 실업자를 제외하고 취업을 포기한 청년층의 ‘순수 비경제활동인구’는 2005년 405만3300명에서 지난해 415만4000명으로 1년 사이에 10만 명 이상 급증했다. 순수 비경제활동인구에는 ‘청년 백수’뿐 아니라 대학생 등도 포함된다.
이 보고서는 2002년 이후 중고령층(25∼64세)과 노령층(65세 이상)은 고용률에 대한 기여 비중이 높아진 반면 청년층의 고용률 기여도는 낮아지면서 전체 고용률이 정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년층의 고용률 기여도는 2005년 4.8%에서 지난해 4.2%로 낮아졌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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