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씨 취갤인들의 조언이 필요해서 글을 올려.

난 스물다섯살 여자야.
남자친구는 나보다 네 살 많아. 만난지 벌써 사년이 되었네.

서로 결혼을 생각할만큼 좋아하고 있어.

그런데 재작년에 내 남자친구가 대학을 졸업하더니 영화를 하겠다며 한국 영화 아카데미라는곳엘 들어갔어.

그 사람의 꿈을 존중했어.

주변 사람들부터 그 사람 부모님까지 다 그 사람보고 미쳤다고 할때도, 그 사람을 믿었어.
꿈이 있는 사람이란게,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이라고 믿었거든..

하지만 나는 집안도 평범한 편이고 해서 꿈을 위해 살 수는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그냥 일찌감치 취업 준비를 했지.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많은 이곳에서 하기 미안한 얘기지만,
그래서 이 취업난에 4학년 1학기에 외국계 PR 회사에 합격하게 되었네..

신입이라 당분간은 한국에서 일할줄 알았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 너무나도 빨리 미국본사로 발령을 받게 되었어.

이렇게 내가 나름 괜찮은 회사에 취직이 되고, 미국으로 가게 되고 나니.
나도 그렇고 남자친구도 그렇고 참 마음이 많이 술렁인다.

내 남자친구는 아직도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고, 장차 경쟁이 치열한 영화판에서 정말 영화감독이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나는 회사에 취직하고 너무 빨리 성공가도로 달려가게 되버렸어.

주변 사람들이 다 그러네.

헤어지라고.

특히 처음에 남자친구가 졸업하고 아카데미 간다고 했을때부터 탐탁치 않아 하셨던 부모님의 반대가 몹시 심해졌어.

예술 같은거 하는 남자는 처자식 굶겨 죽이기 딱 좋다면서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래.
여자 나이 스물다섯이면 이제 정신 차릴때도 됐다면서.

내 남자친구도 그 사정을 알게 되서, 참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
자기가 생각해도 자기 미래는 너무 불투명한데 내가 갑작스럽게 잘 나가게 되어 버려서 자기가 내 짐이 된다고 생각 하나 봐.

헌데, 사랑이란건 그런거 아닐까. 
기쁠때 함께하는것 뿐만이 아니라, 정말 힘들때 손을 잡아주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거..

나는 아직도 이 사람을 사랑하고, 이 사람의 꿈도 함께 사랑해.
이 사람이 영화감독이 되어도 좋겠지만 되지 못해도 상관없어. 사람이 어떻게 언제나 꿈을 이루면서만 살아나갈 수 있겠어. 때로는 자신의 지도를 고치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거지.....

그런데, 남자친구가 너무 많이 힘들어 해.

자기는 정말 영화감독이 되려면 아직도 최소한 삼사년은 더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리고 영화가 흥행을 할지 안 할지도 모르는데.... 그런 자기가 나에 비해서 너무 초라하게 여겨지나봐.

열심히 달래고는 있는데, 잘 먹히지 않는 눈치야..

이런 상태에서 미국으로 가버리면, 남자친구가 정말 이별을 고할까봐 걱정이 되네.

이런 남자친구를 어떻게 위로하면 좋을까....

만약 자기 일이라면 여자친구가 어떻게 해주면 마음을 잡고 다시 자기의 꿈을 향해 매진할수 있을것 같아..?

멋진 조언을 기다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