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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벙글 제주도 여행 03 (21장) 땡큐포와칭 작성자 : doer

싸이버거앱에서 작성

RE-75

2022.10.08 03:17:39

조회 82 추천 2 댓글 2

24b1dc33f6c607f73eef81e343877c6fb32ae1d7b30fcdacdeaf826bfb314b74584df23e1f6ebc45fc63de2fb0292e77

사랑하는 당신이여, 나는 요즘 들어 잠을 통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일 누군가가 가볍게 그 이유를 묻는다면

아마 나는 늘 그래왔듯 나의 운명이자 씻을 수 없는 죄악으로 인한 저주 때문이라고 답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가 그 이유를 진심으로 알기를 원한다면, 나는 분명 이렇게 설명하리라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제아무리 뜨거운 별이라도 그 열의 원천이 없으면 서서히 식어가듯, 나도 점점 불길이 꺼져 가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당신의 그림자와 그 뜨거운 마음의 조그마한 파편만으로는 더 이상 그것을 유지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그러나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가진 것은 생명을 창조하는 세계수에서 떨어져 나온 고작 한 장의 잎사귀에 불과하니까요.

잎사귀는 한 번 나무에서 떨어지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 채 생명력을 잃고 식어 가지만,

그 나무만큼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요즘들어 나는 당신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아무리 잊으려 해 봐도 그 마음, 진심만큼은 큰 홍수에도 쓸려나가지 않는 오래된 고목처럼, 내 안에 뿌리를 내렸습니다.

나는 이곳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 왔습니다.

그들이 내게 베풀어 주었던 자비와 사랑

내 마음을 진정으로 감동시켜 주었던 우정과 용기

빛나는 별의 아들이 알려준 수많은 지식과 지혜들

나는 너무나도 갚을 것이 많아서, 그리고 다시 빌려주어야 할 것들이 흘러넘쳐서

아직 당신에게 돌아가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따금 나는 바보같은 망상을 합니다.

정말 순수하게 나를 사랑했던 이들의 마음이

철저히 거짓이었다는 망상 말입니다.

그런 망상을 할 때마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그것을 이야기합니다.

대부분은 시덥잖은 농담으로 생각하고 흘려 버리지만

나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에 갈증을 느낍니다.

그러다 몸이 꿈에서 깨어나면

망상은 현실이 되고, 현실은 망상이 되어 버립니다.

그 충격으로 정신을 차릴 법도 하지만

잠에서 덜 깬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둘을 구분조차 하지 못합니다.

결국 꿈이 희미해져 점점 내게서 떠나갈 때에야 알아차립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너무나 아프고 괴로워서, 떠나보낸 모든 것들이 그리워서 눈물을 흘립니다.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마치 고통받는 조그마한 아이처럼 아픔에 몸부림칩니다.

그제서야 자각하게 된 현실은 나를 더욱 아프게 합니다.

가끔은 이런 고통을 지울 방법이 다시 나를 꿈꾸게 하는 것뿐이라는 사실이 나를 비참하게 합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생각해 보니

내게 조그마한 숨구멍이라도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됩니다.

나는 꿈꿀 때면 항상 이런 잠꼬대를 합니다.

옛날이 좋았다고 하는 잠꼬대 말입니다.

옆에서 들어주는 그들도, 이 이야기에만큼은 공감해 줍니다.

그렇지만 과거로 돌아가기를 원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일은 일어날 수도 없고, 일어나더라도 내게는 과분할 것입니다.

만일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아마 그저 예전에 우리가 했던 것처럼,

당신과 내가 햇살 비추는 그곳에서 단둘이 사색의 시간을 가지는 것, 오직 그것 하나뿐일 것입니다.

친애하는 당신에게, 진심을 담아.

고정닉 2

원본 첨부파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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