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V. 동차를 목표로(2009. 2. 23. ~ 2009. 7. 3.)
1. 동차반 수강
행시 1차를 치고 바로 동차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생동차는 어려우니 1순환 때부터 열심히 하라는 이야기도 들었으나, 7개월 반만에 1차 시험에 합격한 자신감과 함께 합격 인원은 해마다 줄어드는 반면 동차에 실패해도 실력은 남을 거라는 생각으로, 친구 희수와 의기투합하여 동차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친구와 함께 예비순환을 인터넷 강의로 듣고 동차반은 실강으로 수강하며 짧은 기간에 2회독을 확보했습니다. 시험에도 꼬박꼬박 응시하며 답안 쓰는 법에도 익숙해지려 노력했고요. 중간에 민사소송법 수강을 포기했다가 다시 영상반에 합류하는 등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예비인강, 동차실강’으로 상법, 민소법, 형사소송법을 2회독할 수 있었고 행정법의 경우 예비순환과 동차반을 전부 실강으로 수강했습니다.
그러나 처음 접하는 후4법은 어려웠고, 1차 합격으로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생각에 마음도 해이해져 1차 때만큼 열정적으로 공부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기본 3법의 경우 후4법에 바빠 동차반 수업 시간 외에는 거의 신경을 못 썼습니다.
2. 시험 전 정리
2차시험 한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워 시험과목을 정리하기 시작했습니다. 실력도 시간도 없어 4-2-1은 꿈도 꾸지 못하고, 그저 얇은 교재들을 골라 이해 및 암기될 때까지 읽어나갈 뿐이었습니다. 상법의 경우 김혁붕 선생님의 2008년 예비순환 필기노트를 어음수표-보험-총칙과 상행위-회사법의 순으로 읽으며 회사법 리마인드 특강을 수강했습니다. 형소법은 이지민 선생님의 key-word note, 민소법은 이창한 선생님의 사례집을 통해 정리했습니다. 동차반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 정리를 하려다 보니 심한 과목은 2주 가까이 걸리기도 했고, 시험 보는 역순으로 정리를 하다 보니 시간에 쫓긴 행정법은 동차반 쟁점정리 교재도 다 보지 못한 채 시험장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헌법과 형법은 동차반 필기 노트를 들여다보았으나 크게 신경 쓰지는 못했고 민법은 윤동환 선생님의 암기장을 중심으로 논리 사례 구조를 익혀 나갔습니다.
개별 쟁점에서 부딪힐 경우 시간과 실력 모두 부족한 초시생이 이기기는 쉽지 않을 거라는 판단에서 쟁점에 대한 암기는 요약서나 암기장으로 갈음하는 대신, 전체의 체계나 논리적 흐름을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특히 소송법에서는 프로세스 전반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던 경험이 초시는 물론 재시 때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네요.
3. 시험기간
시험 기간에는 새벽 1시 40분쯤 자고 5시 40분쯤 일어났고 부족한 수면은 저녁식사 후 잠깐의 낮잠으로 보충했습니다. 방이나 택시를 잡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학원에서 운행하는 버스로 시험장까지 이동했습니다. 첫날 헌법시험을 앞두고 감독관이 지시하는 대로 순순히 가방을 맡기고 책상에 앉아 있는데, 많은 수험생들이 시험장 뒤편에서 끝까지 책을 들여다보는 풍경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시험지를 나누어 줄 때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매 쉬는 시간 화장실을 다녀왔지만 긴장을 해서인지 얼마 되지 않아 생리적인 욕구를 느꼈고, 충분히 식사를 해도 늘 허기가 졌습니다. 혹시 시험에 방해될까봐 물과 음료수, 국물이 있는 음식은 거의 먹지 못하고 김밥과 바나나, 초콜릿 등으로 끼니를 떼웠는데 다행히 소화가 안 되는 일은 없더군요.
첫날 헌법에서 “사법권의 독립”이 큰 문제로 출제되는 등 대부분 과목에서 어느 정도 준비한 쟁점이 조금씩은 출제되어 아무 것도 못 쓰고 앉아 있는 고역은 피할 수 있었지만, 실력도 답안지 쓰는 요령도 부족하다 보니 분량 조절이나 목차 잡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대부분 과목에서 7면정도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으나, 형법은 1문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바람에 6면도 채우지 못하고 결국 과락을 맞았습니다. 평균 5점차 불합격, 컷을 넘긴 과목은 없었으나 후4법은 44~45점에서 비교적 안정된 점수가 형성되었고, 민법도 65점대를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선전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형법 과락은 물론 1차 때 지식만을 믿고 안이하게 생각했던 헌법도 40.55점에 불과하여, 1차와 2차는 별개라는 점과 기본 3법에 보다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후 실력이 쌓이며, 많이 부족했으나 운이 좋아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합격을 목표로 치열하게 공부하며 쌓인 실력과 넉 달 만에 대부분 과목에서 과락을 면했다는 자신감, 4일간 실전시험을 치르며 0.01점이라도 더 받기 위해 노력했던 경험들은 이듬해 재시를 치는 데에도 든든한 밑천이 되었습니다.
4. 행정고시 2차 응시
사시 2차를 마치고 행시 2차 기간이 되었습니다. 동차 준비를 하느라 행시는 전혀 신경 쓰지 못해서 포기하고 싶은 생각도 들었으나, 결과를 떠나 좋은 경험이 되리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응시했습니다. 법과목은 따로 준비하지 않았고 경제학은 황종휴 선생님의 “다이제스트 경제학”, 정치학은 신희섭 선생님의 “수험 정치학”, 행정학은 이원희 교수님의 “쟁점분석 행정학”을 교재로 벼락치기에 나섰습니다. 첫날 행정법은 그럭저럭 답안을 채울 수 있었으나 점수는 다소 실망스러웠고, 경제학은 벼락치기만으로는 역부족이었는지 게임이론에 대한 문제만 조금 쓸 수 있었습니다. 결국 22점을 받았고 당시에도 과락이 확실했으나, 2차 시험장에 들어갈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던 1차 때의 간절했던 마음을 떠올리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응시했습니다. 정치학도 생소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헌법에서 자주 언급되는 다수결원리가 나와서 56.33점이라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득점을 했고, 선택과목이었던 민법도 다른 과목보다는 그나마 수월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행정학은 전혀 예상도 못했던 신제도주의가 출제되는 바람에 횡설수설했으나 의외로 과락을 면했고 이때의 자신감이 이듬해 행정학에 대한 두려움 없이 법무행정에 응시할 수 있는 힘이 되었습니다.
지칠 대로 지친 상황에 떨어질 게 뻔한 시험을 1주일씩 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공부 시작할 때에만 해도 생각지도 못했던 “여름에도 시험보자”는 목표를 두 개나 달성하여 쟁쟁한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시험을 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해에는 꼭 합격할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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