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건너라고

부추기는 놈들만 많지

길을 건너야만 비로소

스스로 네 삶에 진짜 주인이 된 것이고

잃어버린 너를 찾을 수 있다고

그만큼 가슴 뛰고 고결한 행위라고

그런데 건너가면

그곳에 아무도 없다

막대한 비용과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남은 평생 실질적인 신체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사실상 도박을 감내한 사람들은

그 때부터 실감하게 돼

돌이킬 수 없고

가만히 있어도 배척당하는 존재가 된 것을

이 사람들은 누가 보호하지?

아까 부추기던 그 놈들은 다 어디로 갔지?

성소수자라는 사람들의 권익을 대변하고

그걸 위해 투쟁한다는 사람들은

중년 이후에 접어든 MTF/FTM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추적하고

문제와 개선점을 끌어내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어

핑계야 쉽지

자료가 없고 지원자를 찾기 힘들다

트랜스젠더의 생애주기에서 가려진 30대-50대 사이를

너 알아서 해쳐나가야해

그러니 본인이

그냥 가만히 있어도 여자 아니냐고 의심받을 정도로 예쁘고

집에 돈이 썩어나서

상속 만으로 평생 일하지 않고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고

주변에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의 여정을

함께 감내해줄 좋은 친구들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나는 반대해

근데 반대해도 안들을 것을 아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길 건너편에 서서 죽지 말고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 제안하는거야

너 당장 뭐 먹고 살래 언제까지 그럴 수 있을까 부터

연애? 산다는 것과 살아낸다는 것 같이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닌 주제에 비하면

그게 오랜 고민꺼리나 될성 싶으냐?

나는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속죄의 길을 걷는 사람도 아냐

걸을 생각이면 제대로 걸어

네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