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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문학] 샌즈 괴롭히고싶다 소설

뼈다귀냠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1.19 21:02:59
조회 7540 추천 56 댓글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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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샌즈와 지내다 보면, 그의 놀라운 유머감각과 게으름에 감탄하다가도, 그 이면에 숨겨진 어둠에 경직하게 되고는 했다. 그는 넉살좋게 웃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의 어둠을 드러냈는데, 그것은 마치 뱀처럼 조심스럽게 다가와 희망을 절망으로, 기쁨을 허무로 변이시켰다. 그런 어둠을 드러낼 때 샌즈의 텅 빈 눈 뒤에는 그러한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어둠 속에는 농담도, 빛도 없었으며, 오로지 차가운 진실, 허무, 그리고 샌즈 그 자신뿐이었다.

  나는 그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유쾌하고 걱정없이 살 것만 같던 이의 내면에는 사실 어둠로 가득 차 있으며, 반복되는 세계에서 무기력히 흐름을 따라다니던 그 자신 외에는 아무도 발을 들이지 않은 허무주의가 존재한다는 것이. 그의 그림자, 그의 눈 너머, 그의 농담을 들을 때마다 나는 그 어둠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렇게 매력적인 부분을 꽁꽁 감싸맨 채로 드러내지 않는다니! 그건 낭비였지만 이해는 할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그게 그의 유일하자, 가장 큰 약점이니까. 무기력함. 자신이 어렴풋이 감지하고 있는 미지의 힘에 대한 두려움. 끝은 있기나 할까? 허무한, 답이 없는 의문.
  강하게만 보이던 그의 내면에 제일 약한 부분. 나는 그것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고 싶었고, 그러한 어린아이같은 호기심은 어느새 욕망으로 변이되었다.


  그리고, 다섯 번째.


  "또? 꼬마야, 정말로?"

  샌즈는 조금 지쳐 있었다. 새하얗고 매끄러운 그의 팔이 묶여 있고, 쇠사슬 덕에 어긋난 다리는 허공에서 흔들린다. 그래도, 여전히 표정은 웃고 있다. 이런 말 하긴 싫지만, 그렇게 허공에 매달려 있는 샌즈는 꽤 보기 좋은 구경거리다.

  나는 그 앞에 놓여져 있는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샌즈를 지켜본다. 샌즈는 나한테 왜 이러는 거냐고 묻고, 여러 번의 시덥잖은 농담을 건넨다. 하지만 나는 대답하지 않고 그를 바라본다. 샌즈는 지금 이 상황이 세 번째 반복중이라는 것을 알지만, 여전히 나를 친구라고 인식하고 있다. 

  한 시간 쯤 지나면 그가 약간 체념하고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의 몸이 움찔 떨린다. 지하실의 추위 탓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나는 샌즈의 팔을 고정하던 족쇄를 푼다. 팔은 아직 멀쩡함에도 불구하고, 그의 손이 떨린다. 갑작스레 주어진 작은 자유에서 그는 오히려 더 큰 공포를 느끼고 있다. 지난 두 번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적어도 그의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에게 다가가, 전등에 비춰져 창백히 빛나는 그의 손을 마주한다. 여기서 그는 손을 들어 날 공격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 왜지? 아직 내게서 친절했던 프리스크가 보이기 때문에? 아니면, 반복되는 공포에 저항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이미 깨달았기 때문에? 바닥에 놓여있는 망치를 들고, 작은 탁자를 끌어다 그의 손을 받친다. 샌즈는 무언가 말하려 하지만, 나는 내리친다.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지하실에 울려퍼지고, 그는 몸서리친다. 작은 신음이 귓가에 울린다. 괴물들은 알수록 신기해, 뼈에도 통점이 있나?

  "내 거추장스러운 손을 부숴주다니, 내가 고맙다고 해야 하나?"

  그가 웃는다. 아, 샌즈. 그의 정신력에 찬사를! 나는 그가 얼마나 더 오래 이런 말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고, 반대편 손으로 다가간다. 지난 두 번간 그는 여기서 나를 공격했지만, 이번에는 내가 반대편 손을 부술 때까지 가만히 있는다. 또 다시 소리가 울리고, 샌즈는 숨을 헐떡인다. 난 그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차갑다. 그의 눈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눈에는 약간의 두려움이 어려 있다.

  그리고 그는,

  "미안해."

  그리고 섬광이 내 시야를 뒤덮었다.




*



  그리고, 나는 위층에 있던 내 침대에서 일어난다.

  샌즈는 항상 미안하다고 속삭이지만, 나는 그게 프리스크에게 하는 말이란 것을 안다. 모두를 살려주고, 결계를 깨트린 프리스크. 샌즈가 언제쯤이면 그런 나를 잊고 나에게 저주의 말을 속삭일까 궁금해진다. 그래서 나는 이 짓거리를 그만둘 수가 없다.

  "파피루스는?"

  샌즈가 묻는다. 이거 어쩌면 생각보다 얼마 안 걸리겠는데? 그의 어투에 약간의 두려움이 어려 있다. 동생의 안위에 대한 걱정.

  "파피루스는 어디 있어."

  사실 그는 이미 내 대답을 지레짐작하고 있다. 그의 눈이 내 입술이 움직이기만을 기다리며 경직되어 있고, 나는 그 순간을 잠깐 즐긴다.

  "죽었어."

  샌즈의 눈이 번뜩인다. 더러운 놈. 경멸의 말이 툭 뱉어지고, 나를 공격한다. 나는 피한다. 뿌드득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거짓말이군. 안 그래?"

  그는 단칼에 자른다. 그렇게 믿고 싶어 하는 걸까? 아니면, 그가 반복을 감지하고 공간을 드나들듯 알고 있는 걸까? 아무튼 그런 건 상관 없어. 어쩌면 더 극적인 전개를 위해 곧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다. 경멸을 내비치던 샌즈의 얼굴에 허무가 자리잡는다. 아, 드디어. 그 허무는 사라지지만 다시 돌아온다. 전에 보았던 것보다 훨씬 강렬하다. 그런 샌즈를 보자 가슴 언저리가 묵직해진다. 그의 얼굴에 두려움이, 황당함이, 분노가 사라진다. 오로지 허무만이 남는다.

  파피루스. 길었던 침묵 끝에 그는 그 한 단어를 내뱉는다. 나는 전에 했던 것처럼 두 손을 부수지만 그는 이를 악물 뿐 그 어떤 신음도 내지 않는다. 파피루스. 그는 이제서야 내가 친구가 아니란 걸 깨달은 모양이다. 어쩔래, 샌즈? 네가 날 죽여도, 내가 널 죽여도 난 다시 네 앞에 설 것이다. 때로는 허무하게, 때로는 강렬하게 뼈를 비틀고 부러트릴 것이고, 네 남동생이 네 앞에서 무너질 것이다.

  토리엘, 파피루스, 언다인. 샌즈는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이전에 그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난 이미 포기했어.' 오, 아냐. 아직 너무 이르잖아. 난 왼쪽 어깨뼈를 내리치고, 그의 몸이 허무하게 부서진다. 샌즈는 절대로 신음을 내뱉지 않는다. 샌즈는 한쪽 어깨가 부숴져 한 쪽만 쇠사슬에 묶여 덜렁거리는 우스운 행세를 하게 되었다. 나는 그러한 샌즈를 구경하다. 쇠사슬을 풀고, 그는 차가운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왜 이제 나를 공격하지 않는 거야?"

  나는 묻지만, 그는 웃는다. 날카롭게 쉰 기괴한 웃음소리가 난다. 아. 아직 웃을 힘은 있는 모양이지? 샌즈는 계속 웃는다. 


  그리고 이건 반복된다.



  *



  이제 그는 충분히 그럴수도 있음에도, 나를 공격하지 않는다. 나는 그게 내가 한 때 프리스크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는 아무런 질문도, 농담도, 공격도 하지 않는다. 이게 몇 번째였지? 나는 그의 반응을 보기 위해 몇 번이고 그를 부숴뜨렸지만, 그는 마치 내 앞에 있음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세는 걸 잊어버렸을 때쯤에는 나도 샌즈에게 완전히 질려 있었다. 

  "이제야 좀 해골같네, 응?"

  그래도 나는 샌즈와 그의 차가운 눈, 경멸어린 말 없이는 너무 지루하다.

  리셋.



*



  "안녕, 샌즈."

  그는 나를 보고 잠시동안 굳은 표정을 짓는다. 그의 몸이 움찔, 떨린다. 그러다 그 스스로 황당해한다.

  "이봐 친구, 우리 전에 만난 적이 있던가?"


  그리고 우리의 놀이는 계속될 것이다.







님덜 읽기 쉬우라고 줄뛰기함.

샌즈한테 박는거 안 써왔으니까 언갤문학 인정해라.. 

그리고 짤은 텀블러에서 가져온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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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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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124.194)

    너무 그러지마 대국민 사과 박제 당할라 정의구현을 페도로 배운 우리나라 민족들이란다. 불사조 올림

    04.03 16:13:16
    • ㅇㅇ(39.7)

      유독 이런게임에 찐병신이 많음 매니져부터 나치수준이니

      04.03 16:25:27
    • ㅇㅇ(124.194)

      정말 공감 한다. 우선적으로 두덕리 게임이 아냐 나치수준 이다. 불사조 올림

      04.03 16:37:28
  • ㅇㅇ(124.194)

    봐라 만나 글 삭제 했다. 이래서 고로시가 무서운거야 박제는 당하기 싫고 박제는 하고 싶다 이게 우리나라 민족 현실이란다

    04.03 16: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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