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민지는 창가에 앉아 흐릿한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빗방울이 유리창을 타고 흐르듯, 그의 마음도 어딘가로 흘러가고 있는 듯했다.

칸북이와 함께한 시간들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사막여우의 존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서서히 흔들고 있었다.

"그 사람을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어."

칸북이는 릴민지의 어깨를 감싸며 속삭였다.

하지만 그 말은 마치 사막여우를 신경 쓰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신경 쓰게 만드는 주문 같았다.

사막여우는 칸북이의 오랜 친구이자, 과거 함께했던 추억을 간직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릴민지는 그들을 질투하고 있었다.

사막여우는 언제나처럼 자연스럽게 칸북이의 옆에 서 있었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어야 했다는 듯이. 릴민지는 그 모습을 보며 마음이 불편해졌다.

하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어?"

"응. 너도 여전하네, 릴민지."

사막여우의 미소는 부드러웠지만, 릴민지는 그 미소 속에 숨어 있는 감정을 읽어내고 싶었다.

칸북이는 아무렇지 않게 두 사람 사이를 조율하고 있었지만, 릴민지는 점점 고립되는 기분이 들었다.

어느 날, 릴민지는 우연히 칸북이와 사막여우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단순한 대화였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칸북이의 눈빛은 그가 릴민지에게만 보여주던 것이었다.

"그 사람을 정말 사랑해?"

릴민지는 조용히 물었다.

칸북이는 당황한 듯 릴민지를 바라보았지만, 곧 한숨을 쉬며 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너도 알잖아."

하지만 그 말은 릴민지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믿고 싶었지만, 사막여우의 존재는 점점 두 사람 사이의 틈을 벌리고 있었다.

릴민지는 깊이 고민했다. 칸북이를 믿어야 할까, 아니면 자신이 이 관계에서 벗어나야 할까?

사랑한 후에도 찾아오는 갈등.

과연 이 모든 감정이 사랑의 일부일까, 아니면 끝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사막여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고, 칸북이는 변함없는 듯하지만 미묘하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릴민지는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