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이야 뭐... 속으로는 뭐라 하겠지. 그래도 다들 친하잖아.

이 정도면 팬들이 알아서 분위기를 만들어줄 거다. 

아니나 다를까, 팬들 사이에서는 김영웅의 지각이 요즘 심하다는 이야기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구자욱은 만족스럽게 핸드폰을 덮었다.

며칠 후, 구자욱은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었다.

“올해 팀 분위기는 어떤가요?”

구자욱은 적당히 미소를 띠며 답했다.

“전체적으로 좋은데, 아직 어린 선수들이 좀 정신을 차려야 할 부분도 있죠.”

기자들이 흥미롭다는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러자 구자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특히 김영웅 같은 선수는 지각이 잦아서… 팀원들이 다 같이 좀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그 말이 기사로 나간 후, 난리가 났다.

[구자욱 인터뷰 봤음? 영웅이 또 지각했다고ㅋㅋ]
[이쯤 되면 구자욱이 직접 말하는 거면 심각한 거 아님?]
[어우 진짜 프로의식 없는 거 아니냐;;]

이재현은 그 기사를 보고 곧장 라커룸으로 향했다.

 구자욱은 이미 훈련을 마치고 쉬고 있었다.

“형.”

구자욱이 고개를 들었다. 이재현은 다짜고짜 휴대폰을 내밀었다.

“이거 뭐야.”

구자욱이 힐끗 보더니 능청스럽게 웃었다.

“뭐긴. 그냥 사실 말한 거지.”

“형, 팬들 사이에서 영웅이 난리 난 거 알아?”

“난리 날 만하지. 자꾸 늦는데.”

이재현은 깊게 한숨을 쉬며 구자욱을 바라봤다.

“형, 대놓고 팬들 이용해서 영웅이 찍어누르는 거 아니야?”

“그냥 사실을 말한 거라니까.”

“형이 직접 말하면 될 걸, 굳이 팬들이 먼저 나서게 만들 필요가 있어?”

구자욱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더니 이재현을 빤히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너 요즘 영웅이랑 너무 친하잖아.”

“그게 무슨 상관인데.”

“상관있지. 네가 맨날 붙어 있으니까 영웅이가 정신을 못 차리는 거 아냐.”

이재현은 황당하다는 듯 웃었다.

“형 설마 질투하는 거야?”

구자욱은 아무 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이재현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였다. 

이재현은 순간적으로 숨이 멎었다.

“그럼 뭐.”

구자욱이 나직이 중얼거리며 이재현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장난기가 가득한 눈빛. 

이재현은 완전히 얼어붙었다.

“이제 알겠어?”

구자욱이 피식 웃으며 뒷걸음질쳤다. 

이재현은 얼굴이 새빨개진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게 뭐야, 진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