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초부터 서방의 주류 매체들은 거의 매년 한두 차례씩 중국 경제 위기론을 피력해 왔다. 2001년부터는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다. 전반적인 전망이 아닌 특정 분야에 대한 전망도 마찬가지다. 3,4년전만 해도 중국의 반도체 기술이 20년 이상 뒤졌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방 반도체 업계와 서방 주류 매체들에서 상식으로 통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불과 3년전에 중국의 AI 기술에 대해서 "세계적 수준에 이르지 못할 것이다, 기대를 접어라"라고 확언했다. 이 정도로 반복되는 판단 착오는 우연일 수가 없다. 단순한 데이타 누락의 결과라고 볼 수가 없다. 어떤 그릇된 선입견이 큰 역할을 하는, 하나의 전체로서의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중국의 시스템들과 문화에 대한 근본적인 무지를 가리키는 것이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그 무지는 지금도 여전하다. 한편으로는 거의 전 분야에 걸친 중국 제조업의 무서운 발전을 호들갑을 떨면서까지 직시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중국 정치 체제를 억압과 통제와 감시가 횡행하는 전체주의적 체제라고 보거나 디플레이션 추세와 민간소비의 지속적 부진이 조만간 중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 정치체제는 전체주의가 아니다. 자유자본민주제가 아닐 뿐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사회주의도 아닌 것은 물론이고 사회민주주의조차도 아니다.) '조만간'은, 지금까지 줄곧 그랬던 것처럼, 또 다시 지연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