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김우선 기자] 중국 술 고량주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흔히 ‘빼갈’이라고도 불리는 고량주는 수수를 원료로 만든 중국의 대표적인
증류주다. 우리나라 증류주 만드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특유의 향이 다르다. 고량주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향 때문이다. 도수는 둘째치고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는 그 향이 콧속을 헤집고 올라오면 취기를 더 달아오르게 한다.
대학생 시절 중국 식당에서 처음 접한 고량주는 이과두주였다. 박카스
병보다 살짝 큰 초록생 병에 든 이과두주는 고량주 중에서 제일 저렴한 술이다. 당시 소주보다 더 쌌던
것으로 기억한다.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배를 원료로 하고 있는데
56도의 강렬한 도수에 특유의 배향이 아직도 뇌리에 남아 있다. 싼 가격에 홀짝거리다 보면
훅 간다.
그 다음에 먹어본 중국 술은 죽엽청주와 연태고량주다. 중국 식당 말고
고량주를 먹을 일은 거의 없는데, 소주를 마시면 서너병 마셔야 혀가 살짝 말리는데 반해 고량주는 한두병이면
그 효과를 볼 수 있어서 가성비 따져 빨리 취하고 싶을 땐 고량주를 먹곤 한다.

중국의 3대 명주라는 우량예
최근에 사무실에 중국 고급 술이 들어왔다. 사람들이 함께 할 수 있는
날을 잡기 위해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그 술을 개봉할 날이 됐다. 그 술은 마오타이와 함께 중국의 3대 명주에 속한다는 우량예다. 우량예(五粮液)는 중국을 대표하는 고급 백주(白酒) 중 하나로, 쓰촨성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5가지 곡물(수수, 쌀, 찹쌀, 밀, 옥수수)을 원료로 만들어서 한자를 그대로 하면 ‘오랑’이다. 특한 풍미와
깊은 향을 자랑하며,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릴 만큼 고급술에 속한다.
우량예는 1368년 명나라 초기의 옛 술 저장고에서 유래되었다고 전해진다. 순한 맛과 오래 남는 잔향, 깔끔한 목넘김으로 유명하고 열대 과일인 파인애플 향이 난다는 평도 있지만 그 향은 맡을 수 없었다. 39도와 52도 두 가지 도수가 있는데 이번에 개봉한 고량주는 39도였다.
사무실 근처에 콜키지가 가능한 중국집으로 향했다. 취천루라는 이름으로
서촌에서 오랫동안 맛집으로 있다가 얼마 전 차이치라는 이름으로 바꾼 중국집에서 먹기로 했다. 콜키지
비용은 병당 2만원이다. 몇 가지 요리를 시킨 다음에 우량예를
개봉했다. 용량은 500ml다. 중국 술은 패키징이 참 기발하면서도 고급스럽다.

우량예를 마시기 위해 주문한 요리들. 군만두

우량예를 마시기 위해 주문한 요리들. 탕수육

우량예를 마시기 위해 주문한 요리들. 오향장육

우량예를 마시기 위해 주문한 요리들. 팔보채
요즘 젊은이들은 고량주를 하이볼로 얼음과 함께 마신다고 하는데 소주잔보다 절반 이상 작은 잔에 따라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야 특유의 향과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고량주를
보관하는 방법도 냉장고에 넣어 너무 차갑게 마시면 향이 제대로 느껴지지 않아서 15~20도 정도의 실내
온도에 맞춰 마시는 것이 가장 좋다.
어렵사리 병 패키지를 풀고 이걸 마시기 위해 집에서 준비해 온 잔에다 따라서 한 입 머금어봤다. 입 안에서 한번 굴리다가 삼켰다. 이게 뭘까? 첫 느낌은 이게 술인가 할 정도로 소주 보다도 약한 물 같은 느낌이다. 이과두주를
마실 때 목구멍을 타고 내리는 뜨끈함과 코를 뚫고 나오는 증기 같은 향도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8명이
열 잔 정도 먹었을려나. 술 병이 바닥을 보였다. 가슴 속은
그대로인데 얼굴이 약간 후끈거리는 느낌이 든다.

형수노백간. 병은 더 고급스러운데 맛은 우량예보다 못했다.
두 번째 술은 52도짜리 형수노백간(헝쉐이라오바이간)이다. 병은 도자기 병으로 되어 있고 우량예보다 더 고급스러워 보인다. 마이쩌둥이 영빈 접대주로 이용해 최초의 국주로도 불린단다. 한 모금
넘겼을 때 목구멍에서 불콰함이 느껴진다. 도수가 높아서가 아니고 우량예보다 거친 느낌이다. 나중에 찾아봤더니 우량예보다는 저렴한 술이다. 역시 비싼 술은 느낌이
다르다. 우량예를 먹어 보기 위해 콜키지를 포함해 엄청난 안주 비용을 지불해야 했지만 언제 50만원이 넘는 중국 명주를 마셔보겠는가. 좋은 경험을 했다.
<ansonny@revie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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