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유리벽 안에서 평온하게 하루를 보내던 혼자 살던 도마뱀은 언젠가 생길 짝을 기다리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주인의 얼굴에서 낯선 감정을 느꼈다. 평소처럼 먹이를 주던 손이 살짝 떨렸고, 깊은 한숨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도마뱀은 주인이 무언가 고민하고 있음을 알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날 밤, 도마뱀은 주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보았다. 주인은 작은 네모난 빛이 나는 상자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260이라니... 너무 비싸잖아..."

도마뱀은 숫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몰랐지만, 그 말이 섞인 한숨에서 슬픔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작은 화면 속에서 낯설지만 묘하게 익숙한 존재를 보았다. 자신의 몸과 비슷한 크기, 그러나 조금 더 날렵한 몸선과 빛나는 눈을 가진 작은 도마뱀이 화면 속에서 조용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 순간, 도마뱀은 깨달았다. 주인은 자신의 짝을 지어주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가 그것을 막고 있었다.

그날 밤, 도마뱀은 작은 발톱을 유리벽에 가볍게 두드리며 주인을 바라보았다. 주인은 여전히 깊은 생각에 빠져 있었고, 도마뱀은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주인이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 도마뱀이 자신의 곁에 온다면 어떨까? 함께 의태를 하며 시간을 보내고, 서로의 꼬리를 느끼며 편안함을 나누는 상상을 했다.

그러나 작은 유리벽 안에서, 도마뱀은 주인의 얼굴을 보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주인의 한숨은 여전했지만, 도마뱀은 알았다. 아무리 숫자가 그들을 가로막더라도, 주인은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면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