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에 한번 썼던 얘기.

나님이 어느날 경비실 전화를 받았어.층간소음 신고를 받았으니 조심해 달라고.

어떤 소음이 난다고 하는 거냐니까 발 소리가 난대.TV소리나 뭐 이런 게 아니고 오직 발 소리가 난다는 거야.

아파트 소음이란 게 분명히 있어.그 소음은 너님이 못 들으면 다른 닝겐들도 못 듣고 너님이 들으면 다른 닝겐들도 들리게 돼.그런데 애들이 뛰지 않는 우리집에서 발 소리가 난다는 건 믿기 힘들어.오래 살아오면서 한번도 위 아래층의 단순한 발 소리가 신경을 거슬릴 정도로 들린 경우는 없었거든.이웃으로부터 항의를 받은 적도 물론 없지.

명절에 애들이 오거나 할 수 있으니까 다른 집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뭔짓을 하고 있는지 다 알지.아파트는 다 그래.

우리 아파트는 다른 아파트에 비해서 특별이 소음이 더 나는 아파트는 아니거든.와 본 닝겐들이 다 그렇게 얘기를 하니까.

방에서 밥 먹고 커피 마시고 화장실 가고 TV 보고 하면서 닝겐들이 왔다갔다 하지만 뭐 달리기를 하는 것도 아니고 운동을 하지도 않아.그런데 맨발로 다니는 평범한 발 소리가 생황을 방해할 정도로 나는 아파트라는 건 곤란하지.경험상 우리 아파트는 그런 종류는 아니야.

나님은 몇 차례 항의를 받고 보니 화가 나서 경비실에 가서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결국은 상대방에게 아무런 대응 없이 생깠거든.나님이 해줄 게 없었으니까.

아무 것도 바꿀 수가 없었어.집에서 불필요한 게 분명한데 까치발로 다닐 수는 없거든.

며칠 지났는데 전화는 더이상 오지 않았어.지금까지.

아파트 생활을 오래 하다보니까 한 가지가 달라진 거야.최근에 소음 관련 항의가 많아졌어.경비실에서 방송하는 양이 많아졌다는 거야.아파트가 변할 수는 없고.사실 주민들이 늙어서인지 애들도 적어졌어.그런데도 거꾸로 불평은 늘었다는 거야.이사 들어오는 닝겐들이 불평을 하는 게 아닐까 추측했어.

나님은 방음이 잘 안 되는 아파트를 몇 개 경험한 적이 있어.소리가 잘 차단이 안 되고,화장실에서 물 내리면 그 소리가 들리는 그런 아파트.우리 아파트와는 좀 달라.물 내리는 소리가 들리지민 옆방에서 그 소리 때문에 신경이 곤두서거나 하진 않지.

나님의 결론은 요즘 닝겐들은 불평이 많아졌다는 거야.아파트가 바뀌지 않았고,소음이 달라지지 않았는데 불평은 늘어났다는 생각이야.

옆방에서 망치질을 하거나 드릴을 돌리거나 저녁 9시 넘어서 세탁기를 돌리거나 오디오를 볼륨 높여 틀어놓거나 하면 문제가 돼.그게 아닌 생황 소음이 어디 깊은 산 속 절간처럼 정적 수준으로 안 들려야 한다면 그 닝겐은 공동주택에 살면 안 돼.

나님도 지난 1~2년 간 스피커로 유튜브를 보는 쪽으로 조금 바뀌고 있어.하지만 그 전엔 등싸대기 맞을까봐 이어폰을 주로 썼었지.오디오는 연결도 안 해놨었고.작년에야 연결했으니까.

단독주택처럼 생활할 수는 없는 게 아파트야.

오랫동안 층간 소음으로 불평해 본 적이 없고,불평 받아본 적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층간소음으로 항의받으니까 무섭더라고.정신병자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랬어.칼 들고 내려올까봐.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소리에 좀더 주의를 해야 할 거야.그렇지만 닝겐들도 좀더 교육을 받아야 해.공동생활하는 아파트에 살아가는 방법을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