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 기억의 도서관

‘기록자’는 단 한 명이 아니다.
《무제》는 세계 곳곳에 존재하는 ‘기억의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열쇠다.

이 도서관은 현실엔 없지만, 누군가 꿈속에서 우연히 찾아낼 수 있다.
도서관 안엔 사라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으로 존재하고,
그걸 읽는 순간—기록자는 그 사람의 인생을 ‘이어받게’ 된다.

기록자의 조건은 단 하나.

“읽은 책은 끝까지 기록하라. 끝내지 않으면, 너는 기록된다.”

기록자 ‘서진’은 3년 전 《무제》를 읽고 처음으로 기억의 도서관에 들어갔다.
그 이후부터 매일 밤, 자신이 기록한 인물의 삶을 조금씩 이어받았다.
그 인물은 “최이현” — 사라진 대학원생. 이유 없이 사라졌지만, 그의 기억과 감정은 지금도 서진의 꿈에서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이현의 기억 속에, 자신이 아닌 또 다른 누군가가 개입하기 시작한 것.

꿈에서 이현이 말한다.

“왜 또 너야? 그날 나를 문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 너 아니었잖아.”

서진은 혼란에 빠진다.
그는 기록자 중 하나지만, 동일한 인물을 기록 중인 다른 누군가가 존재한다는 걸 처음 알게 된 거다.

기록자들은 각자 하나의 인물만을 이어받는 줄 알았다.
그러나 이중 기록이 가능하다는 건—세계관의 규칙이 흔들린다는 뜻이었다.

서진은 결국, 기억의 도서관 깊은 곳, 일반 기록자가 갈 수 없는 제4서고로 들어가게 된다.
거기서 그는 한 장의 금지된 책을 발견한다.

제목: 《기록자의 죽음》
저자: 미상
내용: “기록자가 기록자를 기록하면, 기억의 고리는 붕괴한다.”

그 순간, 누군가가 그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 책은 네 차례가 아니야.”

돌아보니, 한 여자가 서 있었다.
그녀의 눈은 붉었고, 손에는 **《무제》**가 아닌 다른 책이 들려 있었다.

제목: 《복제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