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는 30대 고졸 백수 n포세대 남자가 있다.
결혼 취업 연애 꿈 희망 인간관계 효도 다 포기
애니 게임 담배 술 도박 섹스도 포기 함.
그냥 하루 종일 방에서 
인터넷 검색하거나 TV 보거나 잠자거나 하는 사람임.
자위는 하려는지 모르겠음.

나보다 몇살 많아서 형이라고 하는데
요즘 종종 만나서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음.

그는 주말에 편의점 알바를 하지만
제대로 된 직장 경험 전무,
자격증 없고 스팩 없음,

방구석 백수 n포세대긴 하지만
돈을 펑펑 쓴다거나 죄짓고 다니고 그러지는 않음. 
부모랑 같은 집에서 그냥저냥 사는 사람임.

이 사람이랑 며칠 간 만나 대화를 하며 느낀 점,.

아는 척을 조온나 많이 함.

일단 정치인들 어쩌고 뭐라고 하는 건 기본이고,

이건희 정몽구가 기업 경영하면서 
뭘 잘하고 잘못했는지를 논함.
한번도 직장을 가져본 적 없는 사람이
상사에 대한 처세술과 사내 정치에 대해 논하고
현대 자동차 회장의 기업운영에 대해 잘잘못을 가림.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별로 능력도 없는데
존나 운이 좋아서 성공했다고 비웃음.

여자 한번 안사겨 본 사람인데
결혼하는 여자의 심리와 이혼하는 부부의 심리를 알려줌.
심지어 나는 결혼했는데
나한테 아내 대하는 법을 알려줌.
물론 뇌피셜 개소리... 도움 하나도 안 됨.

운동은 별로 안하는 사람인데
올림픽 금메달 털어먹는 케냐 마라톤 선수가 
실제로는 달리기 별로 못한다고 말 함.
그는 방 안에 주로 있기 땜에 케냐 사람을 만나본 적도 없음.
무슨 근거로 말하는 건지 모르겠음.

영어를 잘 한다고 보여주고 싶은지
자꾸 문장에 영어 단어를 섞어 쓰는데
명사 동사 구분을 잘 못해서 
명사 들어갈 곳에 동사 단어를 집어넣거나
별로 상관없는 영 단어를 굳이 문장에 섞어서 씀.

그냥 우리 말로 하면 될텐데 

심지어 중국어와 일본어를 논함.
중국어와 일본어 못하는 게 분명한데
고대 중국어와 일본어 한국어에 대해 말함.
근데 존나 말도 안됨.
왜 그런 걸 믿는지 모르겠음.

자기가 부모 돈 받아먹고 살면서
부모 돈 받아서 먹고 사는 사람을 욕 함.
자기는 그래도 돈을 덜쓰니까 나은 줄 아나 봄.

본인은 무스펙, 무자격증인데
공무원이나 대기업 할라고 공부하는 애들 불쌍하다고 함.

이 세상에 믿을 놈 하나도 없고 
사업을 하려면 그런 놈들을 조심하야한다고 하는데
자기는 사업할 자금도 없고
믿을 놈도 믿는 놈도 하나도 없음. 
그냥 방에 홀로 있을 뿐.

국제 관계에서는
중국의 10년 후와 시진핑의 독재에 대해 논함.
그는 한번도 해외에 나가본 적이 없음.
그런데 아프리카인들이 생각하는 한국인의 위상에 대해 이야기함.
어떻게 그런 걸 아는지 모르겠음.

CJ회장 집이 어떤 구조인지
삼성 이병철 회장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는지
현대와 신세계의 관계가 무엇인지
재벌들 뒷 얘기를 친구 이야기하듯 함.

그 외에도
이케아 가구의 장단점,
이명박이 왜 개자식인지.
GM노조의 파업 이유
지리산 두릅 나물이 왜 맛있는지

별에 별 이야기를 다함.
그가 하는 말을 다 듣고 있기가 힘듬.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듣다보면 내 뇌용량에 한계가 옴,

중간 중간 말도 안되는 개소리를 섞어서 하는데
거기에 반박하면 안 됨,
내가 그거는 아닌 거 같다고 토를 달면
개X발 미친소리를 동원해서 자기가 맞다고 함.

욕은 안하는데 언성이 높아짐.
내가 더 우기면 안될거 같아서
그냥 그런갑다 하고 넘어감.
나도 첨에는 짜증났는데 이제는 그냥 알았다고 넘어가 줌.

아마 방에서 혼자 오래 생활하다보니
정상적으로 대화하는 법을 까먹은 거 같음.
모처럼 얘기들어주는 사람(나)를 만나니까
그동안 참았던 게 다 터져 나오는 거 같음.
말이 존나 많음. 쉴세가 없음. 내가 끼어들 타이밍을 안줌.

근데 모든 걸 알고 있는 그는
왜 자기가 직업을 못갖는지
왜 30까지 모솔아다인지
왜 자기가 n포세대의 주역이 되었는지
그런 건 모름.

자기가 뭐가 되는 줄 암.
실제로는 개털인데...
자기가 개털인거 알기 전까지는
방에서 나올 수 없음.
아마 영영 못나올지도.

그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면
과연 그는 어떻게 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