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도 본인의 폼이 떨어진 것을 알고 있고..

동생들이랑 사람 대 사람으로 좋은 관계 형성도 힘들고..

은퇴를 하자니 타이밍도 지나갔고..

또 본인이 가지는 롤판과 T1에서의 상징성, 상품성을 의식하고 있어서 은퇴 언급하기도 힘들고..

더군다나 자신이 롤판을 떠난 이후 어떤 정체성으로서 자립하고 살아갈지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고민이 많겠지만

무엇보다 페이커 스스로 가장 괴로운 것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이 꽤 외롭다는 것 아닐까..

은퇴 이후 

시덥잖은 이야기 하며 하하호호 웃을,

같이 편하게 여행을 떠날,

고민을 진중하게 털어놓을,

밥 한 끼 하자며 가볍게 만날 수 있는,

친구도, 동료도, 애인도 없는..

물론 아예 없진 않겠지만 (그러길 바라지만) 

여튼 이래저래 울적하긴 할 것 같다..

돈과 명예가 주는 행복이 분명 있겠지만,

결국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안정감과 잔잔한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게 페이커에게 부족해 보여서 안타깝다.

기습 명상이나 벨베스혁이나 각종 독서짤들 이런 거 보면,

예전엔 마냥 웃기고 ㅋㅋ 쟤 왜저럼~~ 이런 느낌이었는데

비슷한 또래라 그런지 요새는 그냥 걱정이 됨.

사회성이라는 게 사실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닐 뿐더러, 

사회성을 프로게이머라는 특수한 환경 속에서 기르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애초에 나머지 구성원들 모두가 나이 차이 많이 나는 동생들 이기도 하고,,

뭔가 리헨즈 같은 나이도 좀 있고 정말 성격 좋은 선수가 동료로 있으면 좋을 거 같긴 한데,

예를들면, 밥 먹을때 페이커가 책읽을라고 하면,

아 형~~~ 또 책 읽는다!!! 우리랑 얘기 좀 해요~ 이렇게 편하게 장난칠 수 있는,,

뭐 이래저래 헛소리를 길게 했지만,

상혁아... 여튼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