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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머히어로x점붕소설2-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3.10 22:20:19
조회 97 추천 10 댓글 5

“아무튼.”


묘하게 가라앉은 낯빛을 곁눈질하던 A가 재차 운을 뗐다.


“그냥 버릴까요, 이거?”

“어…… 뭐? 뭐라고?”


상념에 잠길 새도 없이 늑대가 어벙한 소리를 냈다.


“버려?”

“어차피 저한테 별 쓸모도 없잖아요? 어디 갖다 팔아버릴 수도 없고.”


그러했다. 지금이 전시도 아닌 마당에, 일개 공무원이 이런 걸 지니고 다닌들 과연 어디다 쓸 일이 있긴 하겠는가. 심지어 다른 누구도 아니고 저를 냉동육 꼴로 만들 뻔했던 사람에게 이런 선물을 받는다니. 무슨 병 주고 약 주는 것도 아니고.


“뭘 갖다 버려, 버리기는.”

“아니면 B 씨 드릴까요?”

“내가 그게 필요하겠냐.”


하긴.


납득한 A가 고개를 끄덕였다. K의 이능을 직격으로 맞았음에도 간지러워하는 시늉조차 보이지 않던 B가 아니던가. 그런 늑대에게 이런 아티팩트 따위는 거추장스럽기만 할 터였다. 현역 때도 이런 걸 활용하고 다닌 모습은 전혀 본 적 없기도 하고.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그냥 네가 갖고 다녀.”


속으로 읊조리던 A가 고개를 슥 틀었다.


“혹시 모르니까.”


B는 다소 진지한 낯빛이었다. 그간 어둠에 익숙해졌기 때문일는지는 몰라도, 제게로 향한 시선이 세상 빤하고 선명하게 느껴졌다. 흰자위 하나 없이 검붉은 눈동자는 걱정과 애정, 그리고 진중함을 머금고 한데 뒤섞여 있었다.


“알겠어?”


저리 말하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럴까요, 그럼?”


애정 섞인 으름장에 A는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곤 들고 있던 반지를 냉큼 가방 주머니에 그대로 쑤셔 넣었다. 그렇잖아도 방금 이걸 살펴보던 늑대의 표정이 상당히 어둡지 않았던가. 괜히 옛날 기억을 들쑤셔서는 안 되겠다는 판단이다.


“여기다 무슨 위치추적기 같은 거 달아놓지는 않았겠죠?”

“뭐라는 거야.”


농담까지 건네자 늑대가 피식했다.


이어서는 잠시 정적이었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B도, 가방을 고쳐 멘 A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겨울이 성큼 다가오면서 풀벌레도 자취를 완전히 감췄는지, 어두컴컴한 숲속에서 들리는 것이라곤 나뭇가지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가 전부였다.


언제 오든 참 적적한 곳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딜 둘러봐도 인적은커녕 나무밖에 보이질 않는 숲. 광활한 공간에 사는 사람이라곤 제 곁에서 걷는 늑대가 전부. 우거진 수풀 사이 꼭꼭 숨겨진 허름한 주택은 집이라기보다는 감옥에 가까울 성싶었다.


일주일의 반절을 B와 함께 보낸다지만, 그뿐이었다. 자신이 없을 때에 B는 무척 단조로운 일상을 보낼 것이다. 저를 발견하자마자 흔들리는 꼬리에서, 제가 떠나는 뒷모습을 우두커니 지켜보는 시선에서 유추할 수 있는 사실이었다.


그것은 아마 오늘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이 짤막한 산책을 마치고 나면 A는 자취방으로 돌아가야만 할 테고, 그러면 B는 이곳에 다시금 홀로 남겨지겠지. 그리고 텅 빈 집에서 상대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다. 언제까지고.


그런 모습을 상상할 때마다, A는 너무도 불만스러웠다.


“B 씨.”

“왜.”

“바깥에서 살아보는 건 어때요?”


세모꼴 귀가 별안간 쫑긋했다.


그것만으로는 모자랐는지 옆을 흘긋 돌아보기까지 했다. 멀뚱멀뚱, 갯과 맹수치고는 어벙하기 그지없는 눈이 A를 담았다. 얼핏 멍청해 보이기까지 하는 상대와 달리 A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흔들림 없는 시선이었다.


“농담이지?”

“농담 아닌데요.”


고개를 도리질한 A가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어때요? 죽을 때까지 여기서 사실 것도 아니잖아요.”

“…….”

“뭐, 사람 많은 게 정 싫으시면 어디 한적한 시골에서 사는 것도 괜찮고요. 여기보단 사람 사는 냄새도 날 테고…….”


그러나 하려던 이야기를 전부 마칠 수는 없었다.


“또 이상한 소리 하지, 또.”


B가 별안간 A를 꼬집었던 까닭이다.


검회색 털로 부숭부숭한 손이 A의 볼에 맞닿았다. 쓰다듬듯이 가볍게 어루만지던 손가락은 그대로 A의 볼을 부여잡고 가볍게 잡아당겼다. 수염 자국 하나 없이 말랑말랑한 살은 무슨 고무로 이루어진 듯 신축성 좋게 쭉 늘어나기 시작했다.


진지하다기보다는 장난 섞인 행위에 가까울 성싶었다. 꼬집는 당사자가 맨손으로 콘크리트를 찢어발기는 B라는 문제점이 있기는 했지만 말이다. A는 오만상을 찡그린 채로 팔을 버둥거리기 시작했다. 반쯤 감긴 눈에선 눈물이 저절로 핑 돌았다.


“아, 아파요. B 씨. 진짜 아프다니까요!”

“아프라고 꼬집었지, 그럼.”


한참이나 남의 볼을 가지고 놀던 B가 끝끝내 손을 놓았다.


“예쁘다고 꼬집었겠냐.”


씩 웃는 모습을 보니 힘 조절은 착실히 한 모양이었다.


얼얼하기 그지없는 볼을 문지르던 A가 샐쭉한 표정을 지었다. 난데없이 볼을 꼬집혀 화가 났기 때문은 물론 아니었고, 기껏 꺼낸 이야기를 허무맹랑하게 여기는 태도 때문이었다. 방금 계획에 실현 가능성이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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