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힙찔이짓을 2021년부터 시작했습니다

+내 인생의 첫 앨범은 에넥도트였다. 나는 칼럼보기를 좋아했었는데 한국 대중음악 100이라는 명단에 이질적인 하얀색 커버를 보고 홀린듯이 이게 뭐지? 하고 들어봤었는데 지금은 싱글과 플리를 못듣는 지경에 와버렸다. 이러한 이유 말고도 에넥도트는 나에게 굉장히 의미가 큰 앨범이다. 내가 힙합을 듣기 시작한 계기가 되기도 했으며, 하루에 노래를 4시간 이상 듣는 지경에 이르었고, 그것들 이외에도 여러 이유가 존재한다.

일단 에넥도트는 해석을 할 필요가 없다. 가사가 되게 직관적이고, 이해하기도 굉장히 편하다. 그가 말하는것도 정말 간단하다. 그의 인생 이야기를 얘기하며 아버지의 부재와 이것이 본인에게 끼친 영향, 본인이 직접 말했듯이 내가 힘들고 슬프고 이런 메세지가 가득하다. 하지만, 저런 감정들을 느낀다는 얘기를 하나도 말하지 않고 단지 본인의 인생을 읊으며 듣는 이를 (비록 그 시절을 살지 않았더라도) 미친듯이 몰입시킨다. 나는 밀림의 왕자 라임어택 라인에서 밀림이 사이트라는 것을 2025년에 와서 알았다.

보통 에넥도트를 말할때 여기서 끝나지만, 이 앨범에서 돋보이는 부분 중 하나이자 가장 저평가 받는 부분은 오비의 비트이다. 이센스의 플로우를 더 돋보이게 하고, 그의 가사에 전혀 꿀리지 않는 비트를 만들어냈다. 

또한 앨범의 유기성과 트랙 순서에 따른 완급조절도 프더비와 함께 국힙 역대 최고라고 꼽힐만 하다. 신나는 트랙은 앨범에 한 3~4개 밖에 없고 앨범에 어두운 트랙이 한가득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그리고 이게 이 앨범의 끝이다. 그러나 이런 부분들이 모두 국힙 역대 최고 수준이며, 가장 모범적인 한국의 랩 앨범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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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내 개인적인 것들을 좀 더 말하자면 에넥도트의 주 배경은 경산인데, 우연히도 내 친구들이 경산에 살고 있다. 그래서 항상 경산에 KTX를 타고 갈때마다 에넥을 돌린다. 이런 점이 나에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아버지의 부재라는 주제도 어쩌다보니 공감이 많이 되서 돌릴때마다 묘한 기분이 든다.

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