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강물 위의 맑은 바람과 산중의 밝은 달이여

귀로 들으니 소리가 되고 눈으로 보니 빛이 되는구나

가지고자 해도 말릴 사람 없고 쓰고자 해도 다할 날 없으니

이것은 천지 자연의 무진장이로다

"누가 이 뭇삶을 만들었는가?

뭇삶을 만든 자는 어디에 있는가?

뭇삶은 어디에서 생겨나고

뭇삶은 어디에서 사라지는가?"

"그대는 왜 뭇삶에 집착하는가?

악마여, 그대의 사견일 뿐.

그것은 단순한 형성의 집적이니

거기서 뭇삶을 찾지 못하네.

마치 모든 부속이 모여서 

수레라는 명칭이 있듯이,

이와 같이 존재의 다발에 의해

뭇삶이란 거짓이름이 있다네.

괴로움만이 생겨나고

괴로움만이 머물다가 사라진다.

괴로움밖에 생겨나지 않으며

괴로움밖에 사라지지 않는다."

시간적으로나,

위로 아래로,

옆으로,

또 가운데로나,

인식되는 어떤 것이라도,

세상에서의 집착이라고 알아

존재와 비존재에 대한 갈애를 일으키지 말라.

세상이 물위에 비추어진 달그림자 아니더냐.

달밤에 비추인 마당 앞의 대그림자가 쓸어도 자취 하나 남겠는가.

원풍 6년 10월 12일밤 옷을 벗고 잠을 자려는데 달빛이 방안에 비추어 기쁘게 일어나 나가 보았다.

함께 즐길 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 승천사로 가 장회민을 찾았다. 

마침 회민 역시 잠에 들지 않았기에 둘이 같이 함께 뜰 한가운데를 걸었다.

뜰아래 고인 물이 투명하기 그지없어 물 위에 수초가 얼기설기 얽힌 것 같이 보이는데, 이는 대나무와 잣나무의 음영이리라.

어느 밤에 달이 없었을 것이며, 어느 곳에 대나무와 잣나무가 없었으랴, 단지 우리같이 한가한 두 사람이 없었을 뿐인 따름이리니...

꽃 사이에 술 한 병 놓고

친구도 없이 홀로 마신다

잔 들어 밝은 달 맞이해 오니

그림자 짝하여 세 사람이 되었네

음악의 본질은 현실로부터의 탈출과 그러나 그를 통한 삶의 긍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