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쿠키를 좀 구워 봅니다. 카페에서 먹었던 쿠키가 마음에 들어서 직접 만들어 먹고 싶었거든요.
레시피는 CIA 교재인 'Baking and Pastry, 3rd edition'의 초콜릿 청크 쿠키 레시피를 참고하되, 양을 줄이고 말차가루를 더했습니다.
재료는 그램 단위로 밀가루300, 소금3.5, 베이킹파우더3.5, 버터 200, 백설탕140, 황설탕90, 달걀85, 화이트초콜릿200, 마카다미아100, 말차가루30, 바닐라 에센스5ml.
이렇게 간단한 쿠키 종류는 재료 계량만 끝나면 정말 절반은 한 셈입니다.
반쯤 말랑해진 버터와 설탕을 섞어서 크림화하고, 여기에 풀어놓은 달걀을 천천히 나누어 넣으며 계속 섞어줍니다.
조바심에 달걀을 왕창 넣다가는 확 분리되어 버릴 수도 있으니 서서히 넣는게 관건.
똑같은 재료를 똑같은 양으로 넣는데도 넣는 속도에 따라 결과물이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신기합니다.
가루류 재료를 넣고 다시 한 번 섞고, 마지막으로 초코칩과 견과류를 넣고 한 번 더 섞어줍니다.
마카다미아는 비행기 방향도 바꿔버릴만큼 강력한 견과류라서 그런지 가격도 아몬드에 비하면 훨씬 더 비쌉니다.
하지만 아낌없이 왕창 넣어줍니다.
쿠키 반죽은 비닐랩에 싸서 냉장고에 30분 정도 휴지시켰다가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떠서 유산지를 깐 오븐팬에 올려줍니다.
그러고 보면 요리 배울 때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아이스크림을 뜬 적은 한 번도 없네요.
언제나 쿠키 반죽 아니면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참치 샐러드를 뜨곤 했지요.
지금도 주먹밥 만들 때면 아이스크림 스쿱으로 순식간에 만들곤 합니다.
나머지 반죽은 이렇게 비닐랩으로 둘둘 싸서 지퍼백에 넣은 후 냉동실로 직행.
쿠키가 먹고 싶을 때면 살짝 해동시킨 후 오븐에 구워서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유산지에 김밥마냥 길쭉하게 둘둘 말아서 얼린 다음 먹을 때마다 썰어서 굽는 방법도 있는데,
이번처럼 재료가 넉넉히 들어간 타입은 이렇게 투박하게 나눠놓는게 더 어울립니다.
190도 오븐에 13분 굽고 식힘망에 올려 충분히 식힙니다.
"갓 구운 게 맛있지"라며 뜨거운 쿠키를 그대로 먹으려고 하면 굳지 않은 상태라 다 부스러져 버리거든요.
쿠키가 식기를 기다리고 있노라면 어릴 적 추억이 떠오릅니다.
틀에 샤베트 원액을 붓고 냉동실에 얼려서 직접 만들어 먹는 아이스바가 있었는데, 항상 다 얼기 전에 못참고 차가운 샤베트 음료를 조금씩 마시다가 결국 아이스바는 못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나이를 먹고 참을성을 키운 덕인지 쿠키는 미리 손 안대고 다 식어서 바삭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화이트초코칩마카다미아말차르뱅쿠키. 이름 한 번 부르려면 숨 한 번 들이쉬고 큰맘먹고 불러야 합니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를 세트로 먹으면 언제나 사이드 메뉴로 고르는 게 화이트초코 마카다미아 쿠키일 정도로 이 조합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카페에서 말차를 섞은 버전을 먹어보니 그 쌉쌀한 맛이 의외로 잘 어울려서 더 좋더군요.
르뱅은 뉴욕에 위치한 베이커리인데, 초코칩이나 견과류 등을 넉넉하게 넣어서 두툼하게 굽는 쿠키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재료 많이 넣은 큼직한 쿠키는 다들 르뱅 스타일, 혹은 르뱅 쿠키라고 부르지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데다가 쿠키와 견과류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는 화이트 초콜릿에 한 입 가득 씹히는 마카다미아가 일품입니다.
네 개 구워서 가족들이 한 개씩 먹었더니 너무 아쉬워서 바로 네 개 더 구워버렸을 정도.
아침에 에스프레소 트리플샷 내려 먹는데 곁들여 먹으니 아주 좋습니다.
오래간만에 쿠키를 구워먹으니 예전에 서너종류씩 반죽 만들어서 냉동실에 다람쥐가 도토리 쌓듯 쌓아뒀던 게 기억납니다.
그때에 비하면 노력은 훨씬 덜하고 결과물은 훨씬 더 맛있으니 본격적으로 공장모드를 가동해볼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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