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엄마는 치매 환자다.

오늘은 회사 일이 너무 지쳤다.

원래는 회사 퇴근길에 30분-1시간 정도

회사 앞 짐에서 어느정도 쇠질 좀 하다 가곤 했지만

피곤하고 지친 나머지 

일찍 집에 들어왔다.

집에 오니 집안이 온통 깜깜한데 

화장실만 샤워기 소리와 함께 빛이 새어나오고 있더라.

원래라면 간병인이 같이 있어야 할 시간인데 이상하다 싶어

놀라 화장실 문을 벌컥 열었다.

엄마가 발가벗은 채로 쪼그려 앉아 찬물만 하염없이 맞으며

벌벌 떨고 있더라.

“ 왜 샴푸가 거품이 안나냐” 며 나한테 화를 내면서.

입술은 새파랗게 질렸고

샴푸가 아닌 바디로션을 몸에 덕지덕지 묻힌 엄마에게

“ 엄마 대체 뭐하는거냐“ 며 성질을 내고 

얼른 씻겨서 나왔다. 

회사 일도 잘 안풀려서 엄마한테 그 스트레스를 풀었나 싶은 생각에 

너무 죄송해서, 나 어릴 적 혼자 키우시며 똥기저귀 다 갈아주고

아프면 간호해주던 엄마인데, 나도 그렇게 똑같이 해주면 되는건데,

내가 왜 그랬던 걸까.

그 세월이 너무나 힘들고 지쳐서

일찍 아기로 돌아가버린 걸까.

너무 죄책감이 들어서,

“모든 게 다 미안해.” 라고 말을 건넨 나에게

“니가 뭐가 미안해, 너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라며 되려 날 위로하시더라.

내가 당신께 못해드린 건 기억을 못 하시고,

흐려지는 기억 속에서 내가 잘해줬던 일들만 

하나씩 곱씹는 모습에 가슴이 찢어졌어.

지금 내 옆에 주무시는데

나까지 잊어버리실까 너무 겁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