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나는 중소기업 직원이다

ㅇㅇ(39.115) 2025.03.16 00:17:00
조회 184 추천 0 댓글 5

나는 대기업 다니는 놈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대기업 다니는 놈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나는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야근에 특근은 기본, 박봉에 미래는 불투명한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어느 날 나는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야, 우리 회사도 나름 기술력은 인정받잖아? 곧 코스닥 상장도 한다는데… 괜찮아질 거야, 그치?”

“ㅋㅋㅋ 야, 코스닥은 아무나 가냐? ㅋㅋㅋ 꿈 깨라.”

“우리도 워라밸 지키면서 칼퇴근하고, 연봉도 팍팍 오르고, 복지 혜택 누리면서 살 수 있을까…?”



부끄럽다… 나는 너무나도 부끄럽다…

그럴 때 나는 속으로 수십 번씩 외쳐댄다… 우리 회사가 최고다! 기술력이 최고다! 사장님 최고다!

그러면 잠시 괜찮아진다…

하지만 곧 넥타이 부대들이 쏟아져 나오는 강남 테헤란로의 대기업 사옥들을 본다… 언제나 그들의 표정은 어쩐지 ‘여유로워’ 보이는 것이다.

그들이 법인카드로 스테이크를 썰고, 해외 출장을 다니며 글로벌 인재 코스프레를 할 때,

나는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낡은 사무실에서 엑셀 시트와 씨름한다.

그리고 우리의 열등감은 ‘워라밸’, ‘연봉’, ‘복지’, ‘수평적 문화’ 따위의 단어들로 표현된다.

람보르기니 앞에 똥차처럼 도저히 상대조차 되지 않는… 완전히 다른 리그의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주눅과 열등감을 숨기려 ‘꼰대’, ‘야근 강요’, ‘회식 문화’ 따위의 구질구질한 단어를 읊조리며 마치 그들이 우리와 비슷한 고충을 겪는 척 자기 위안을 하는 것이다.

오후 9시 반… 야근을 마치고 비틀거리며 회사 앞 포장마차에 들러 소주 한 잔을 기울인다.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 입사 5년 차 과장이 ‘애사심’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우리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한다…

하지만 우리 모두 알고 있다… 회사는 나를 부품 취급한다는 것을… 우리는 평생 대기업 직원들의 윤택한 삶에 열등감을 느끼며 살아야 할 것을…

그들이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해외 연수를 떠나며 미래를 설계할 때,

우리는 월급날 카드값과 대출 이자를 갚기 바쁘고, 당장 내일모레 회사가 망할까 봐 불안에 떤다…

이렇게… 모두들 입사 첫날부터 이어온 무겁고 음울한 생각 한 가닥씩을 뒤로 숨기고…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쾌활하게 “위하여!”를 외친다.

과장은 술이 오를 대로 올라 계속 ‘우리는 하나다’라는 헛소리를 쉴 새 없이 지껄인다.

이때 포장마차의 낡은 천막이 젖혀지며…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대기업 직원들 다섯이 웃으며 들어온다… 과장은 입을 다물고… 꼭 짜기라도 한 듯이 이제 아무도 회사에 대해 입을 열지 않는다… 우리의 대화 주제는 자연스레 옆 테이블 아저씨의 험담으로 바뀐다…

두 시간 후…

다들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우리들은 어깨동무를 하고 포장마차를 나선다…

대기업 직원들이 아직 술잔을 기울이며 웃고 있는 그곳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골목길에서

동기인지 후배인지… 누군가가 울먹이며 외치기 시작한다… 그리고 다들 한마디씩 크게 외쳐본다…

“이번 달 월급은 통장을 스쳐 지나갈 뿐!!!”

“내 집 마련은 다음 생에!!!”

“로또만이 답이다!!!”

어쩐지 힘없는 외침들… 텅 빈 골목길에 메아리처럼 흩어져 버린다…

만취한 과장이 혀 꼬부라진 소리로 계속 외친다… “우린 할 수 있어!!!!”

ㅡ한때 그는 번듯한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었지만, 애국심 하나로 고향의 중소기업에 입사했다고 한다…

“우린 할 수 있어!!!!!”

ㅡ 젊고 패기 넘치던 신입사원 시절… 그는 회사를 가족처럼 생각하며 밤낮없이 일했다고 한다…

“우린 할 수 있어!!!!!”

ㅡ 승진 누락과 연봉 동결을 반복하며 그는 점점 지쳐가고, 이제는 희망마저 잃어버렸다…

“우린 할 수 있어!!!!!”

하늘과 같았던 선배가 이토록 초라하게 무너진다…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며 나를 다독여주던 과장이…

“우린 할 수 있어!!!!!”

가슴 깊은 곳에서 터져 나오는 절규다…

선배는 완전히 망가졌다… 그는 더 이상 열정 넘치는 청춘이 아니었다…

그는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져 버린 것이다… 그 대가로…

“우린 할 수 있어!!!!!”

무엇이 선배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선배는 무능한 사람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의 희생양일 뿐일까?

어쨌든 그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그의 꿈은 사라지고 빚만 늘어간다… 한때 성공을 꿈꾸던 청년 OOO는 이제 그저 술에 찌든 샐러리맨이 되어버렸다…

선배를 택시에 태워 보내고… 집으로 향하는 길,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올려다보니

화려한 야경을 자랑하는 대기업 사옥들이 보인다… 그 아래 초라하게 웅크린 내 모습이 오늘따라 더욱 비참하게 느껴진다…

나는 대기업 다니는 놈들이 부럽다…

오늘도 그들을 보며 나는 열등감에 이를 간다…

내가 대기업 다니는 놈들에게 열등감을 느끼는 이유는 오직 하나다.

나는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날 수 없는 가난과 불안, 희망 없는 미래… 그 속에서 허덕이는 중소기업 직원이니까…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이슈 [디시人터뷰] 뭐든지 직접 체험해보는 남자, 유튜버 고재영 운영자 25/03/14 - -
설문 팬덤 때문에 오히려 여론이 나빠진 스타는? 운영자 25/03/17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공지 취업 갤러리 이용 안내 [112] 운영자 05.08.16 84986 40
2075496 인사팀 패는 짤 모음 ㅇㅇ(211.234) 10:41 3 0
2075495 여기 존나 이상한 새기들 많더라 [2] ㅇㅇ(118.36) 10:39 6 0
2075494 여기서 취업 안된다는애들 대체로 학벌,전공이 뭐냐? [5] 취갤러(223.39) 10:29 45 0
2075493 버러지들아 25살에 500들고 워홀와서 정착함 [1] 취갤러(49.109) 10:25 28 0
2075492 지금 대기업 중견 떨어지면 나중에 취직 가능한가요 [4] 취갤러(39.119) 10:21 49 0
2075491 1년넘게 취업못하니까 죽고싶다 [4] 취갤러(106.101) 10:12 81 0
2075489 개좆소 다니면서 내가 고분고분하고 멀쩡히 일해봤자 취갤러(220.124) 09:55 49 0
2075488 특근이넘많다 ㅇㅇ(118.40) 09:54 29 0
2075487 여잔데 캄보디아 취업 위험함? [7] 취갤러(106.102) 09:48 99 0
2075486 싸이코, 미친놈의 마인드 셋 취갤러(123.140) 09:43 33 0
2075485 신입일때는 누구에게나 공손히 인사했는데 취갤러(220.124) 09:37 65 0
2075484 취업이 되게 꼬이네 [4] ㅇㅇ(118.218) 09:34 124 1
2075483 니들 왜 징징거리냐 [1] 취갤러(223.39) 09:33 40 0
2075482 월 600 벌고 싶으면ㄱㄱ해보셈 취갤러(59.13) 09:33 65 1
2075481 이글 개공감 가더라 [5] 취갤러(1.241) 09:30 104 0
2075480 컴공 저점 높다고 그러길래 반박해줬더니 나보고 저학년이라고 그러네 [6] ㅇㅇ(124.49) 09:24 76 0
2075478 나와 동생이 해야하는 것 취갤러(123.140) 09:17 39 0
2075477 밑에 회사 첫 출근 했다던 놈이다.. [2] ㅇㅇ(211.235) 09:14 76 0
2075476 간부들이 나만 좆으로 보듯이 나도 간부들 무시했어 [3] 취갤러(220.124) 09:10 58 0
2075475 사람줘패는 직업은 왜없는거냐 [4] 취갤러(61.80) 09:08 74 0
2075474 초봉 4800이면 ㅍㅌㅊ? [2] 취갤러(211.36) 09:05 83 1
2075473 대공공 가면 더 불행하다 [1] 취갤러(223.39) 09:02 65 0
2075472 다닌지 일주일됬는데 그만두고싶은데 뭐라해야되냐 [1] ㅇㅇ(106.101) 09:00 43 0
2075471 한국이 망해가서 너무 기쁘다.. [1] ㅇㅇ(14.7) 08:56 66 0
2075470 내가 취업할생각 없는이유 [5] 취갤러(61.80) 08:55 113 0
2075469 나는솔로보면 의사들도 40넘은 백수녀한테 까이는데 [1] 취갤러(223.39) 08:55 63 0
2075464 지금 사회 분위기 나쁘지 않다고 본다 [1] 취갤러(1.241) 08:50 91 4
2075460 어차피 다음 대통령은 이재명이다 ㅇㅇ(211.204) 08:47 33 0
2075457 출산,납세 안하는게 이 나라에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수 [8] 취갤러(1.241) 08:44 69 1
2075456 얘더라 나 잘 퇴사한거 맞을까 ㅎ.. [4] 취갤러(211.235) 08:43 76 2
2075455 SK하닉 채용 축구축구농구(183.98) 08:42 82 8
2075450 누가 더 유명함 올리비아 로드리고 홀란드 디바(59.28) 08:29 30 0
2075449 인서울 문과 취업하기 힘듬?? [3] ㅇㅇ(125.240) 08:23 73 0
2075447 청년백수가 120만명 이라는데 [2] 취갤러(118.222) 08:23 125 0
2075446 청년 백수 120만명 [1] 취갤러(1.241) 08:22 97 0
2075443 취준할때 회사 몇군데 서류넣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4 29 0
2075441 회사 첫 출근했는데 ㅈㄴ 긴장된다.. [8] ㅇㅇ(211.235) 08:10 112 0
2075435 2030 일도안하고 애도안낳고 [3] 취갤러(223.39) 07:59 88 1
2075430 집을 나가야 하나 취갤러(14.48) 07:43 40 0
2075426 지방 취업 상관없는 애들은 창고관리직으로 취업해라 ㅇㅇ(39.7) 07:38 72 1
2075424 아직 독립안한 30대중반인데 [2] 취갤러(220.117) 07:33 84 0
2075419 한국 gm 존나 웃기노 ㅋㅋ ㅇㅇ(118.235) 07:18 57 1
2075418 대략 30억 정도 있으면 여자 둘 끼고 살 수 있냐? [1] 취갤러(211.36) 07:16 78 0
2075415 취업을 안하는게 아니라 이 나라는 취업을 못하지 [1] dd(222.117) 07:11 64 2
2075404 오늘 그냥 퇴사하려고 마음 먹었는데.. 취갤러(61.98) 06:36 91 0
2075381 지방 거점국립대, 공기업 채용 독식…수도권大 역차별에 토호화 우려 ㅇㅇ(106.102) 05:40 59 0
2075373 월급 250이면 ㅈㄴ 많이 주는거다 [2] ㅇㅇ(59.16) 05:14 249 0
2075369 가톨릭대 서울과기대 어디가냐고 ㅇㅇ(223.38) 05:00 35 0
2075356 이 시간에 이력서 열람하는 기업은 도대체 뭐지 [2] ㅇㅇ(180.64) 04:19 115 0
뉴스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 프리뷰 성공적으로 마치고 본 공연 돌입 디시트렌드 10:0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