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앗긴 붉은 숨 차가운 병실 불빛 아래, 내 피는 천천히 사라져갔다.

빼앗긴 붉은 숨 차가운 병실 불빛 아래, 내 피는 천천히 사라져갔다. 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2.146) 2025.03.06 03:4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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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긴 붉은 숨

차가운 병실 불빛 아래,

내 피는 천천히 사라져갔다.

붉어야 할 내 숨결은

창백하게 식어만 갔다.

나는 원래부터 약했다.

빈혈을 안고 살아온 몸.

눈앞이 흐려지고, 손끝이 차가워지는 나날들.

오빠는 그것을 알면서도

내 혈관을 짓눌러 피를 가져갔다.

"괜찮아, 너도 도울 수 있어."

그 말은 녹슨 쇠처럼 씁쓸하다.

어지러움이 몰아치고,

귓가엔 웅웅거리는 소리가 퍼진다.

오빠의 손길이 내 팔을 짓누를 때,

나는 이미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입술이 하얗게 질려간다.

볼도, 손끝도, 눈 속마저 희미해진다.

하지만 오빠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짓고 있다.

헌혈증을 손에 쥔 채, 가벼운 발걸음으로.

붉은 것은 내 것이었는데.

내 몸을 타고 흐르던 숨결이었는데.

오빠는 그것을 빼앗아 가버렸다.

나를 더욱 희미하게 만들고,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다.

나는 이제 어떤 색으로 살아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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