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한 접시의 인연

[장소: 이서진이 운영하는 고급 한식 레스토랑 – 늦은 밤]

(레스토랑 마감 시간. 손님들은 모두 돌아가고, ‘정유미’(40대, 직원)는 홀을 정리하고 있다. 주방에서는 ‘이서진’(50대, 오너 셰프)이 조용히 마지막 요리를 마무리하고 있다.)

(정유미가 카운터에 기대어 하품을 한다.)

정유미: (졸린 목소리) 오늘 진짜 바빴어요. 손님들 너무 많았어요.

이서진: (요리를 마무리하며) 바쁘면 좋은 거지. 장사 안 되면 너 월급도 못 주는데.

정유미: (장난스럽게) 그럼 저 알바라도 뛰어야 하나요?

이서진: (미소) 그럴 일 없게 열심히 할게.

(그때, 이서진이 작은 그릇을 내민다. 따뜻한 국 한 그릇과 정갈한 반찬이 놓여 있다.)

이서진: 너 저녁도 못 먹었잖아. 이거라도 먹고 가.

정유미: (눈이 동그래지며) 우와, 셰프님이 저한테 직접 차려준 거예요? 감동인데요?

이서진: (쑥스럽게) 그냥 남은 재료로 만든 거야. 별거 아니야.

(정유미는 숟가락을 들고 한 입 먹는다. 따뜻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가자, 피로가 스르르 풀리는 듯하다.)

정유미: (감탄하며) 와… 이거 진짜 맛있어요. 따뜻하고, 기분까지 좋아지는 맛이에요.

이서진: (조용히) 다행이네.

(잠시 정적. 주방의 은은한 조명 아래, 두 사람은 나란히 앉아 있다. 가게는 조용하고, 창밖으로는 밤바람이 살랑인다.)

정유미: 셰프님. 요리할 때 제일 보람찰 때가 언제예요?

이서진: (잠시 생각하다가) …누군가가 내 음식을 먹고, 기분이 좋아지는 거. 그게 제일 좋지.

(정유미가 살짝 미소 짓는다. 이서진은 그녀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덧붙인다.)

이서진: 너도 그랬으면 좋겠다. 여기서 일하면서.

정유미: (눈을 마주치며) 저, 이곳이 좋아요. 그리고 셰프님이랑 같이 일하는 것도.

(이서진은 짧게 숨을 들이쉬고, 살짝 시선을 돌린다. 하지만 얼굴에는 미묘한 미소가 걸려 있다. 그렇게, 따뜻한 한 끼 속에서 두 사람의 관계도 서서히 익어가고 있었다.)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