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하게 수험표랑 신분증을 꺼냈는데
신분증이 아니라 독서실 카드였음

순간 식은땀이 확 나고 부들부들 떨리는데
감독관한테 뭐라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고

눈물 글썽이면서 집에 전화도 하고 우왕좌왕 하는데
내 모습을 본 감독관이 왜그러냐고 물어봄

신분증 없다고 정신나간놈처럼 얘기하니까
괜찮다고 진정하라고 따라오라 하더라

시험본부 내려가서 각종 동의서 쓰고
생길 수 있는 불이익은 감수해라 등 얘기 듣고
우여곡절 끝에 자리에 앉았는데

심장은 아직도 진정이 안되서 땀은 계속 나고
손이 떨려서 펜 잡는 것도 어려웠음

겨우 진정하고 나서 시험지 받았는데
이미 맨탈이 나간 상태라 그런지 글은 눈에도 안들어 오고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건지 읽고는 있는 건지
그냥 뛰어내릴까 집에 간다고 말할까 별 생각이 들더라

반쯤 포기한 상태로 어떻게 마무리는 지었는데
결과는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지

지금 생각해보면 웃으면서 말하지만
그땐 진짜 내가 너무 한심해서 죽고싶었다

신분증 개새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