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연 기자와 함께하는 친절한 경제 시간입니다. 안녕하세요. 원 달러 환율이 얼마 전까지만 해도 1천500원을 돌파할 것 같았는데, 이제 1천400원 아래로 떨어질 것 같다. 이런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이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계속 압박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은 달러를 팔고 있기 때문인 거죠?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달러 가치가 뚝 떨어졌는데요.

이달 초 원 달러 환율은 1천500원을 바라봤다가 이제는 1천420원 선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미국의 관세 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가 계속 금리를 내리라고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요.

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을 써야 하지만, 관세전쟁으로 인플레이션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는 통화정책을 쓰기는 힘든 상황이죠.

그런데 트럼프는 현지 시간 21일에는 자신의 SNS에서 파월 미 연준 의장을 가리켜 "최대 실패자인 '미스터 투 레이트(Mr. Too Late)가 지금 당장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둔화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선제적 금리인하를 요구하고 있다"고 파월을 압박했는데요.

미스터 투 레이트는 트럼프가 최근 파월을 가리킬 때 쓰는 별칭입니다.

파월이 항상 뒤늦게 금리 인하를 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겁니다.

앞서 지난 17일에는 "내가 그의 사임을 원하면 그는 매우 빨리 물러날 것"이라면서 사퇴 압박성 발언을 하기도 했죠.

트럼프가 파월 압박하면서 셀 아메리카, 즉, 미국 매도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인데요.

지금 관세 불확실성도 있는 데다가 연준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통화정책마저 불안정해지는 상황을 걱정하는데 따른 현상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이에 따라 달러화 가치가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ICE 선물거래소에서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를 반영한 달러 인덱스는 97.9까지 떨어졌는데, 지난 2022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반면에 안전자산인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고 비트코인도 반등했다고요?

금값은 온스당 3천500달러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찍었고요.

비트코인도 8만 8천 달러대를 올라서 한 달 만에 8만 8천 달러대를 회복했습니다.

그동안 미국발 관세 전쟁을 겪으면서 금과 비트코인 가격에 대한 전망이 엇갈렸는데, 이번에 두 개가 같이 오르는 이유가 달러 리스크 피난처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달러 가치가 떨어지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비트코인 가격이 반등하고 금값이 사상 최고치를 찍은 데는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연준 의장을 상대로 연일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면서 '셀 아메리카'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라는 건데,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에 "미국 주식과 채권, 달러를 모두 팔아치우자" 이런 분위기가 빨라지고 있으니까 그럼 이 돈을 어디다가 둬야 하냐, 그 자금을 단기적으로 묶어 둬야 하잖아요.

그 자금 피난처 역할을 하는 게 바로 비트코인과 금이 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렇군요. 그러면서 이 전 세계의 기축 통화로 자리 잡은 달러의 지위는 크게 흔들리는 모습인데요. 앞으로 전망은 좀 어떻습니까?

글로벌 펀드매니저 대상 한 설문에 따르면요.

응답자의 61%가 앞으로 12개월 동안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다, 이렇게 응답했는데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비관적인 전망입니다.

앞으로 당분간은 미국 경제에 대한 굳건한 신뢰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의 달러 자산을 팔아치우는 속도가 빨라진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탈 달러가 진행되는 가운데 앞으로 트럼프가 환율전쟁을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도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예전부터 약달러를 유도하는 시나리오를 구상하고 있었습니다.

'마러라고 합의'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죠.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보고서에서 달러 강세 해소를 위한 이 합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는데요.

'마러라고'라는 이름은 트럼프가 소유한 플로리다 리조트에서 따온 건데, 미국이 관세와 안보를 무기로 삼아서 수출에 유리한 달러 약세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전략입니다.

이 과정에서 100년물 미국 국채를 무이자에 가까운 금리로 동맹국에 강매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하는데요.

다만 전문가들은 '마러라고 합의'는 미국 재정적자를 동맹국에게 떠넘기는 발상으로 현실화하기는 어렵다는 반응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