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2일차 : 사쿠라오 증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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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를 방문한 사람들에게 여행하기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일까, 나에게 히로시마는 '언젠가 가야지' 리스트에 있는 동네였다.
그렇게 휴일이 없다는 것을 빌미로 삼아 지난 2월, 히로시마로 여행을 떠났다.
1일차 오전에 도착하여 미하라와 세토세 섬을 돌고, 히로시마 시내에 돌아왔다. 2일차의 주요 일정은 원폭 돔 구경과 사쿠라오 증류소 투어가 있었다.
히로시마에도 일본의 많은 도시가 그렇듯 트램이 돌아다닌다. 버스와 지하철 모두 정비가 잘 되어있는 도시라 교통의 선택지가 많았고, 동시에 헷갈리기도 했다.
평화의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있는 가게가 매우 예뻤다. 가게에서 판매하는 메인 메뉴는 핫도그였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살벌해 구경만 하고 자리를 옮겼다.
점심으로 먹은 라멘
점원들이 합을 맞춰 복명복창하듯 인사와 메뉴를 부르는데, 맛 만큼이나 밝은 에너지가 좋았다.
히로시마에서 사쿠라오 증류소가 있는 동네인 하쓰카이치 역까지 약 40분이 소요된다.
하쓰카이치는 주택이 많은 주거지역으로, 증류소 근처에 카페나 식당이 잘 없기 때문에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역 근처에서 찾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역에서 10분이 조금 넘게 발걸음을 옮기자 저 멀리 사쿠라오 증류소의 벽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역시 증류소 하면 큰 벽 글자가 있어야지, 하는 묘한 만족감과 반가움이 함께 느껴졌다.
여기까지 도착했으나 투어 시작까지는 아직 30분이 넘게 남은 상황이었다.
역 근처 카페로 이동히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상황이라 역에서부터 보였던 고지대의 신사에 올라가기로 했다.
인근에서 가장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는 장소인 만큼, 전망 하나만으로도 올라올만한 이유가 있었다.
짧은 구경을 뒤로 하고 다시 긴 계단을 내려와 본 목적지인 증류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쿠라오 증류소 비지터 센터.
일본의 증류소는 홋카이도 요이치에 있는 니카 증류소 이후로 사쿠라오가 두번째 방문하는 증류소가 된다.
길게 구성된 비지터 센터 내부.
사쿠라오 증류소 투어는 온라인으로 접수만 한 뒤 현장에서 결제를 하는 방식이다. 나 또한 카운터에서 예약자 명을 밝히고 2,000엔의 투어 비용을 지불했다.
증류소 한정판 소테른 캐스크 피니쉬 제품을 판매중이다.
가격은 16,500엔.
또다른 증류소 한정 제품인 블렌디드 몰트 위스키 미야노시카.
9,900엔.
위스키 외에도 판매중인 우메슈와 진 등 다양한 제품들을 뒤로 하면 바가 보인다.
이 바는 투어 이용자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마 설비 투어를 마친 뒤 시음과 함께 사용하는 공간이겠구나, 하며 앞 테이블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고 있자 투어가 시작한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시작된 투어.
사쿠라오 증류소 투어는 시간대에 따라 일본어와 영어로 구분되어 진행이 된다. 일본어에 익숙하지 않기에, 2시에 진행되는 영어 투어로 신청했기에 미국에서 온 투어 참여객 둘이 있었다.
반이 잘린 캐스크들.
나중에 알고보니 반대편에서 사진을 찍는 포토존이었다.
이동을 하며 간단하게 증류소의 역사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사쿠라오 증류소는 1918년에 설립되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위스키 증류소로서 시작한 것은 아니었기에 1920년, 다시 위스키 증류 허가를 받고 증류를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지금도 맥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술 제조가 가능하다고도 했다.
다만 오래된 역사에 비해 실제로 위스키를 장기간 생산한 것은 아니었다. 일본 내 위스키 수요가 감소하는 기간을 지나며 증류소에서 위스키 제조를 오랜 시간 멈췄었다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사쿠라오 증류소' 제품은 신규 설비가 들어온 2018년 이후에 증류된 제품이다.
여기저기 쌓인 캐스크들이 이 장소가 증류소라는 것을 자연스레 부각시켜 준다.
참고로 쉐리 캐스크는 스페인에서 사왔다고 한다. 아마 스패니시 오크를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처음 들어간 장소는 증류기가 있는 공간이었다.
많은 과정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에 실제로 사진을 찍은 양은 많지 않다.
독특한 형태의 증류기.
사쿠라오 증류소는 독일에서 제작한 팟스틸을 사용하고 있었다.
왼쪽 설비는 몰트의 1차 증류를,
오른쪽 설비는 몰트 위스키의 2차 증류와 진을 생산할 때 사용한다고 했다.
마침 우리가 투어를 진행하는 동안에도 실제 증류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뭉근해진 바나나 향이 알콜과 섞여 공간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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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쿠라오 증류소는 '히로시마스러운 위스키'를 지향한다고 했다.
전 제품은 최소 3년간 숙성을 하는데, 제품군 별 숙성 장소를 다르게 잡아 각자의 개성을 가져가려 하고 있었다.
사쿠라오는 세토해의 바다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숙성을 추구한다. 바닷바람과 계절의 온도차를 강하게 활용해 적극적인 숙성을 시키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했다.
반면 토오구치는 숲 속의 터널에서 위스키를 숙성시켜 습도가 높고 온도가 낮아 긴 시간 숙성에 용이하다고 한다.
이렇게 사쿠라오를 통해 히로시마의 바다를, 토오구치를 통해 히로시마의 산을 위스키에 녹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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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었던 점이라면 황 냄새를 거르는 것에 굉장히 진심이었던 점이다. 아마 아시아인들이 황 노트에 민감한 편이다 보니 적극적으로 황을 잡고, 달달함을 강조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사쿠라오 증류소 부지 내의 숙성고.
숙성고에 들어가자 달콤한 향이 확 퍼져나갔다. 증류소 특유의 어둡고 습한, 알콜이 대기중에 떠도는 느낌이 반가웠다.
이곳에서는 간단한 설명 이후 빔프로젝터를 사용한 소개 영상으로 투어가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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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숙성고에는 캐스크 4000개는 있다고 했다.
인근의 다른 곳에 숙성고에는 이곳의 2배인 8000개가 있고, 숲 속의 토고우치에는 2000개가 있어 합 약 14,000개의 캐스크가 있다도 한다. 그런데 캐스크를 관리하는 담당 스태프는 고작 10명이라 상당히 고생이 많다고 한다.
시음 가능 라인업.
왼쪽부터
사쿠라오 진 한정판 하마고우 / 사쿠라오 진 화이트 허브 / 사쿠라오 진 / 사쿠라오 위스키 스피릿 / 미야노시카 싱글뮬트 위스키 / 사쿠라오 소테른 캐스크 피니쉬
미야노시카 싱글몰트 위스키
50%, 사쿠라오 + 토오구치 블렌딩
미야노시카는 이 위스키의 이름인 동시에 미야지마 섬의 사슴 신이다. 스코틀랜드에는 위스키를 숙성하는 과정에서 증발하는 것을 '천사의 몫' 이라며 '엔젤스 쉐어' 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짧게 요약하자면 스코틀랜드에 천사가 있다면 히로시마에는 사슴의 몫이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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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맛? 달달한데 스피릿 취는 느껴지지 않음. 바나나 이야기가 와닿는데, 바나나, 크림, 빵 같은 꾸덕한 느낌. 껍질 두꺼운 견과류가 스쳐 지나감. 피트는 강하지 않게 짭짤한 느낌이 있음.
워터드랍 후
많이 부드러워짐. 스파이시 줄고 바나나랑 시트러스 계열이 더 올라옴. 50도보다 46도나 43도로 내도 좋았지 않을까? 피니쉬에도 일관적으로 달달하게 바나나류가 느껴짐 초코바나나?
사쿠라오 소테른 피니쉬
50%, 3년 버번캐스크 숙성 후 1년 소테른 캐스크 피니쉬
소테른의 단 향, 스피릿의 날 선 느낌도 있음.
전체적으로 화사하다. 입에 들어서자 바디감이 매우 두꺼워 1차로 놀람.
달달함과 새콤함이 함께 있고 바나나도 뒤에 깔림. 소테른 피니쉬의 밝은 달달함이 잘 먹힌 느낌. 여전히 매운 맛이 잡히긴 하나 달달함이 지배적. 상당히 재미있다. 1.5만엔 값을 하냐기에는 가우뚱. 피니쉬에서 느껴지는 달달한 초코바나나는 여전하다.
사쿠라오 진 - 화이트 허브
ㅋㅋㅋㅋㅋ 꽃다발 쳐먹는 맛
입에 화분 넣은 기분 맛, 진짜 신기하다.
흰색 중심의 프레지아 + 데이지 꽃다발 계열. 병 색 참 잘 잡았다. 심지어 비온 뒤의 흙냄새도 남. 주니퍼베리가 존재는 하는데 꽃향이 너무 충격적이라 체감이 뒤늦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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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선택식 3종 테이스팅을 마무리한 뒤, 추가로 원하는 인원에 한해 유료 테이스팅이 가능했다.
다른 투어 참여자들은 자리를 일찍 떴으나, 기왕 여기까지 온 겸 사쿠라오 증류소 제품군을 다양하게 즐겨보기 위해 2가지 제품을 추가 시음했다.
메뉴판. 나름 괜찮은 가격대를 형성히고 있다.
이 중에서 선택한 제품은 2종으로, 각각 사쿠라오 싱글캐스크와 토오구치 싱글캐스크 제품이었다.
두 제품 모두 4년 반 동안 숙성되었다고 한다.
사쿠라오 싱글캐스크
2020.7 ~ 2025.1
66도 퍼스트필 버번 캐스크
달다. 그런데 이전이랑 다르게 정제된 단맛. 바나나도 분명 그대로 있는데 확실히 2년의 시간이 더 지나면서 정제된 진함이 느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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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오구치 싱글캐스크
2020.7 ~ 2025.1
57도 퍼스트필 버번 캐스크
상대적으로 진정된 맛. 도수 차이 때문도 있겠지만 청사과 쪽의 버번캐 영향이 더 두드러지는 느낌. 바나나는 피니쉬에 가서야 잡히는데, 특색이 잘 살아있다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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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잔 모두 각자의 증류소의 개성이 잘 살아있었다. 다만 어쩔 수 없는 숙성 시간의 한계가 존재하는 것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향후 2~3년 정도 추가 숙성이 된다면 사이사이 튀는 오프노트나 주장이 너무 강한 맛들이 정돈될 것 같았다.
증류소를 나오기 전 기념으로 구매한 토오구치 블렌디드 위스키 350ml. 40%, 1540엔.
사쿠라오 증류소는 삿포로의 요이치 증류소에 이어 두번째 일본 내 증류소 투어다.
위스키 증류소로서의 사쿠라오 증류소는 아직 새롭게 시작하는 단계에 있다.
하지만 히로시마의 환경부터 과일, 그리고 앞으로는 보리까지 다양한 요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로컬 증류소'로서의 가치를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려 노력중인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은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향후 2~3년 뒤의 사쿠라오 증류소를 더욱 기대할 수 있는 투어였다.
히로시마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2일차 : 사쿠라오 증류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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