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찔한 빙하위를 다니는 곤돌라, "마테호른 글레이셔 라이드"
체르마트의 최상단으로 올라가면 매우 험준한 바위와 빙하를 볼 수 있는데요, 이곳에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수가 손에 꼽히는 트라이케이블(3S) 곤돌라가 설치되어 있었어요. 험준한 산세와 강풍등의 척박한 기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며 대용량 수송이 가능한 곤돌라 시스템, 하지만 어마어마한 설치비용으로 인해 이 곤돌라를 설치한 스키장은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하네요. (휘슬러 블랙콤의 두 봉우리를 연결해주는 peak 2 peak 곤돌라도 이에 해당한다고 해요)
체르마트도 전 세계에서 몇 안되는 3S 곤돌라를 보유한 스키장 중 하나였어요. 글레이셔 파라다이스 최상단으로 가는 마지막 구간은 곤돌라같은 일반적인 운송 시스템을 설치하기 어려운 지형에다 이용객들도 많아서 비싸지만 결국 3S 곤돌라를 설치한 거 같았어요. 약 3.8km의 빙하 위 여정을 따라 창 밖으로 보이는 마테호른을 바라보면 자연의 웅장함과 현대 토목기술의 경이로움이 동시에 느껴지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어요.
3,880미터에 위치한 정상에 도달하면 어딘가 숨이 살짝 가빠오는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여름에는 이곳에 만년설 빙하동굴을 운영한다고 하는데, 겨울철에는 운영을 안하는건지 아니면 제가 갔던 시기만 운영을 안했던건지 볼 기회가 없었네요. 그래도 높은 산 위에서 발 아래 구름이 만들어낸 운해를 바라보며 스키를 타는 경험은 정말 신선놀음을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터무니 없는 지형을 올라가는 마테호른 글레이셔 라이드)

(승강장은 이렇게 생겼어요.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려 대기중이네요)

(빙하 위에 눈이덮힌 지형, 그리고 빙하가 갈라져서 만들어낸 지형인 크레바스)

(저 멀리 보이는 마테호른)

(아래를 내려다본 풍경)

(운이 좋은날 정상부로 올라가면 이렇게 발 아래 깔려있는 구름을 보실 수 있어요)
https://www.leitner.com/en/company/references/detail/td28-matterhorn-glacier-ride/
https://www.matterhornparadise.ch/en/book/tickets/matterhorn-glacier-paradise
재미있는 다른 운송수단들
체르마트에서는 앞서 소개해드린 대표적인 이동수단 되에도 여러 깨알같은 운송수단들을 볼 수 있었어요. 슬로프뿐만 아니라 이동수단 그 자체를 즐기러 다니는 스키장이기도 한 것 같네요.
빌리지에서 출발하는 곤돌라, 마테호른 익스프레스는 편도로 약 6-7km의 길이를 가지고 있는 어질어질한 스케일의 곤돌라 였어요. 중간 정거장만 4-5개를 본 것 같은 기분이고, 종점까지 가려면 거의 30분 가까이 캐빈 안에 안아있어야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이 곤돌라의 종점이 앞서 이야기했던 마테호른 글레이셔 라이드의 시작점이기도 했어요.

(중간에 이렇게 기울어진 곤돌라 캐빈을 조형물로 설치해 두었네요 ㅋㅋㅋ)

(어디까지 올라가나 정말 끝이 안 보이는 곤돌라였어요)
슬로프 지도기준 스키장의 왼쪽 끝에는 재미있는 하이테크 곤돌라가 하나 있었는데, 10인승 치곤 곤돌라 캐빈 하나하나의 규모가 꽤 크더라고요. 나중에 실내에 들어가서 보니 내부에 스키랙이 있었던 곤돌라였어요. 일반적인 곤돌라들은 캐빈 외부에 스키를 걸어두는데 강풍이 부는경우 스키때문에 곤돌라가 더 흔들릴 수 있거든요. 하지만 실내 스키랙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이 곤돌라는 3개의 스테이션이 있었지만 원격감시 시스템(AURO)이 설치되어 있어서 제조사 설명으론 한명이 운영할 수 있다고 해요. 물론 그만큼 카메라와 센서가 촘촘하게 설치되어있고, 기계가 수집된 영상과 센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을 내리기도 하고, 탑승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들에 비상정지 버튼들을 달아 두었더라고요.
https://www.doppelmayr.com/en/reference-projects/reference-project-10-mgd-gondelbahn-kumme/

(10인승 곤돌라)

(원격감시 시스템이 있어서 비상정지 버튼을 누르기 좋은 위치에 설치해 두더라고요. 그리고 창문너머 기계실에 사람이 없는것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정상부 터미널은 이렇게 생겼어요)

(이 곤돌라는 특이하게 스키랙이 실내에 있습니다)

(곤돌라 하차장, 이곳에서도 역시 눈에 잘 띄는곳에 있는 비상정지 버튼을 볼 수 있었어요)
그 외에 슬로프와 마을을 이어주는 25층 높이의 엘리베이터도 있었고, 여름에만 운영하지만 빙하위에 세워진 티바들도 볼 수 있었고, 스키어들을 수송하는 헬기도 볼 수 있었어요. 특히 헬리스킹은 가격대가 다양했는데, 비싼 상품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의외로 만만한 가격대의 상품도 보이더라고요. 이런게 규모의 경제인가 싶기도 했었어요.

(만년설 빙하위의 슬로프. 좌우로 뻗은 티바는 여름에만 운영한다고 하네요)

(슬로프를 이용하고 마을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고 20층이 넘는 높이를 내려가야 합니다 ㅋㅋㅋ)

(슬로프 위에서 목격한 헬기. 마침 사람을 수송하고 있더라고요)

(다양한 가격대의 헬리스킹 상품이 보이는데, 의외로 만만한 가격대의 상품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운송수단이라기보단 액티비티라고 봐야 하겠지만.. 여튼 패러글라이딩도 목격할 수 있었어요)
- 체르마트 원정기 - 4) 체르마트의 피스트 (슬로프) 운영

체르마트의 슬로프들은 광활한 설원을 가로지르는 느낌이었어요. 그 형태만 놓고보면 레인보우 파라다이스와 유사한, 일반적인 "빅마운틴"에서 볼 수 있는 형태의 슬로프들이긴 하지만 그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하더라고요. 특히 몇몇 슬로프는 10km가 넘는 거리를 달려야 마을로 내려갈 수 있었어요. 나무하나 없는 만년설 빙하 위에서 마테호른을 보며 끝이 안 보이는 슬로프를 내려오면 '자연과 함께 하는 스키가 바로 이런거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눈덮힌 한계령에서 스키를 타고 내려간다면 이런 느낌일까? 싶기도 하더라고요.
그리고 재미있었던것이, 많은 슬로프들이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내려갈 수 있게 설계되어있더라고요. 체르마트 주변엔 여러 산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마테호른을 향하는 사면 위주로 슬로프들이 형성되어 있었어요. 덕분에 어딜 가도 멋진 경치를 바라보며 내려갈 수 있었네요.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의 철로노선설계도 그렇고, 슬로프의 위치선정까지 진짜 자연 관광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너무 잘 아는 스키장이었어요.
(마테호른에 구름이 살짝 덮힌 신비한 모습)

(어딜가도 바라볼 수 있는 마테호른)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느껴지는 체르마트였어요. 스키장의 왼쪽 두번째 봉우리 (Hohtalli)에서 마테호른을 보며 내려가는 슬로프)

(마테호른을 바라보며 슬로프를 빠른 템포로 가르면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더군요)

(슬로프 하나하나의 길이가 어마어마합니다, 평균적으로 한번 내려오는데 3-4km 정도를 달려야 하고, 일부 슬로프는 11km 가까이 달려야 하는 엄청난 스케일을 보여주었어요)
체르마트의 지형 특성과 알프스의 문화적 특성때문인지 레이싱계열 스키가 참 많이 보이더라고요. 체감상 약 70프로 이상은 레이싱 계열 스키가 아닌가 싶었어요. 거리가 긴 정설 슬로프 위주로 운영하기도 하고, 오프피스트 지역들은 지형 자체가 너무 험준하거나 나무가 적어서 프리라이드 문화가 발달하기 어려워 보였었어요. 물론 프리라이드/올마운틴 계열 스키가 유의미한 비율로 보이긴 했지만, 북미에 비하면 확실히 적은 비중이기도 했고요. (대략 20프로 미만) 그래서인지 다들 상대적으로 점잖게(?) 스키를 즐기더라고요. 북미 스키어들을 보면 살짝 굴곡만 져도 점프를 해대는, 까불어대며(?) 공격적인 스키를 하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체르마트에서는 대부분 스키를 슬로프에 착 붙이면서 타는 모습들을 보았어요.
또한 체르마트를 포함한 대부분의 알프스 스키장들이 슬로프를 운영하는 기준에 따르면 정설구역 경계, 즉 슬로프의 경계를 나타내는 표식너머는 오프피스트(=비관리 구역)로 간주된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슬로프 경계에서 수 미터 이내는 사람들이 들어갔다 나온 자국들이 많이 보이는데, 그 너머의 본격적인 오프피스트 구역은 전문 산악스키장비(=아발란치 키트)를 들고 가시는 분들만의 구역이었어요. 북미의 경우 스키장 바운더리 이내는 정설이 되어있건 안되어있건 별도의 표식이 없는 한 모두 인바운드로 간주되고 진입이 자유로운데 비해 체르마트는 다소 엄격한 인바운드 경계를 설정해서 운영한다는 차이가 있었어요. 덕분에(?)
그래서인지 일단 "피스트"로 구분이 되면 정설만큼은 확실하게 해 주더라고요. 북미의 경우 인바운드임에도 불구하고 정설한번 없이 운영하는 슬로프도 많고, 또는 어쩌다 한번씩만 정설하는 슬로프들이 많거든요. 하지만 다른 관점으로 보았을 때, 범프스킹이나 트리런같은 다양한 종류의 슬로프를 보기 어렵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다가왔어요. 그래도 전세계적으로 최근 프리라이드라는 스키 장르가 아주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인지, 체르마트에서도 제한적으로 프리라이드용 인바운드 슬로프를 지정해서 운영하더라고요. 그리고 난이도 표시도 별도의 색상인 노란색으로 하고 있었어요.
북미 스키장들은 스키를 타는 그 과정에서의 즐거움을 많이 강조하는 운영을 하는 느낌인데, 체르마트의 경우 스키를 (북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이동수단/관광수단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운영하는 느낌을 받았다랄까요? 북미의 스키문화와는 어떤점이 다른가 하나하나 관찰하고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는 여행이기도 했었어요.
(보통 정설 이외의 지역은 비관리 구역으로 구분되기 때문에 주의하셔야 합니다)

(알프스 스키장들의 난이도 표기법, 도형으로 표시하는 북미랑은 달리, 색상으로 표시합니다. 그리고 비정설 슬로프들은 또 별도의 색상으로 구분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도 "노란색" 슬로프들을 운영하는 스키장이 생겼으면 하네요)

(지도에는 이렇게 슬로프번호+난이도색상으로 표시되더군요)

(그 덕분에 피스트 바깥의 파우더가 꽤 오래 남아있었어요. 북미같았으면 진즉에 다 트랙아웃되고 남았을 시간인데 말이죠)

(체르마트 슬로프 특, 이렇게 산 속 마을을 지나가곤 합니다. 실제로 촌락이 형성된 알프스 산 중턱의 마을이고, 여름철엔 이곳에 목장 주인이나 건물 주인들이 와서 생활한다고 하네요. 겨울엔 주로 숙소나 식당으로 사용된다고 해요)

(또 다른 마을을 지나가는 슬로프. 북미나 일본과는 대비되는,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재미있는 코스를 설치해 둔 체르마트의 터레인 파크. 우리가 잘 아는 레일이나 키커들도 있었지만, 이렇게 부담없이 방문할 수 있는 파크들도 있었어요)

(기문 대신 원형게이트 사이로 통과하는 터레인 파크코스)

(가끔 보면 이건 원래 차가 다니는 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슬로프들이 많습니다. 여름에 진짜 찻길로 쓰여도 이상하지 않은 슬로프들이었어요)

(기찻길 옆으로 뻗은 슬로프. 하행선 시간 잘 맞춰 내려가면 마을로 복귀하는 기차를 바라보며 함께 내려갈 수 있습니다)

(저 멀리 구름이 보이는 멋진 풍경. 고도가 높은 스키장이라 이렇게 역전층이 형성된 풍경도 종종 감상할 수 있었어요)

(눈이 있으면 눈이 있는대로 아름다웠던 상단부였고,)

(눈이 없으면 없는대로 장엄한 풍경을 보여주는 하단부였어요)

... 생각보다 정리할 사진이나 글들이 많아서 한편 한편 작성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네요. 이제 한 두세편정도 더 남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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