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진대 근처에 있는 한 PC방. 이름은 거창하게 "울트라 하이퍼 익스트림 게이밍 센터"지만, 사실 그냥 동네 피시방이다.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주인공 대진대(22).
철수는 오늘도 카운터에 앉아 졸린 눈을 비비며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한 손님이 다가와 말했다.
"형, 라면 하나 끓여주세요."
철수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피시방 알바의 3대 악몽이 있다. 첫째, 먹튀 손님. 둘째, 청소하다 발견한 온갖 이상한 것들. 그리고 셋째, 라면 끓이기.
라면을 끓이는 일 자체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는 손님들이 원하는 라면의 퀄리티였다. "스프 반만 넣어주세요.", "면은 꼬들꼬들하게 해주세요.", "계란 풀지 말고 통째로 넣어주세요." 온갖 요구사항을 듣다 보면, 피시방 알바인지, 라면 장인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철수는 "네~ 잠시만요~"라고 대답하고 주방으로 향했다. 물을 적당히 붓고, 불을 켰다. 끓는 동안 잠깐 카운터에서 계산을 도와주고 돌아왔는데...
"어? 물 어디 갔어?!"
순식간에 증발한 물. 라면 냄비에는 검게 그을린 라면 블럭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철수는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아... 또 태웠다..."
다시 물을 붓고 라면을 새로 끓이려는데, 이번에는 손님이 와서 다급하게 외쳤다.
"형! 형! 내 캐릭터 죽어요! 아이템 날라간다고! 빨리 좀 도와줘요!"
철수는 어쩔 수 없이 라면을 방치하고 손님의 자리로 달려갔다.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고 돌아와 보니, 이번엔 라면이 넘쳐 주방이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 이게 진짜..."
결국 세 번째 도전 끝에, 철수는 라면을 완성했다. 비주얼은 좀 엉망이었지만, 적어도 먹을 수는 있을 것 같았다. 철수는 라면을 테이블에 가져다 놓으며 씩 웃었다.
"라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그러자 손님이 라면을 한 입 먹더니 인상을 찌푸렸다.
"형... 이거 왜 이렇게 싱거워요? 스프 안 넣었어요?"
철수는 멍해졌다. 스프를... 안 넣었다고...? 그제야 카운터 위에 덩그러니 놓인 스프 봉지가 보였다.
그날 이후, 철수는 피시방 알바의 4대 악몽을 새롭게 정의했다.
넷째, 라면 태우기 + 스프 안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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